2020년 4월 한창 코로나로 전국이 떠들썩 했을 때 안산에 코로나 환자 격리를 위한 생활 치료 센터가 생겼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병원과 차로 5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격리되는 환자는 해외에서 입국을 하는 과정에서 전수조사를 통해 확진 된 케이스였다. 우리 병원에서는 간호직 및 감염 내과 교수진을 파견한다고 있다고 하며, 필요한 진료가 있을 시에는 해당 과 교수진이 진료를 시행하는 시스템으로 운영 중이었다. 호흡기계 질환이다 보니 이비인후과 질환에 대한 진료가 필요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만약 이비인후과 진료가 필요한 경우라면 환자 진료에 협조를 하겠다고 병원 측에 전달을 하였다. 사실 여기까지는 별 생각이 없었다. 솔직히 속으로는 생활치료센터에는 경증 환자가 입소를 하는 곳이기에, ‘나는 비과 의사니 비과 질환이라고 해봐야 부비동염이나 비염관련 증상들일텐데 굳이 그런 것으로 연락을 하겠어?’ 라는 생각이 더 컸기에 흔쾌히 진료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후각 저하가 코로나 환자의 중요한 증상 중 하나로 대두되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결국 후각 저하를 호소하는 환자에 대한 진료를 진행하기로 결정되었고, 2020년 4월 9일 코로나 환자에 대한 비과적 진찰 및 후각검사가 가능한지 상태 파악을 위하여 1차로 생활치료 센터를 방문하였다.
상황실에 방문하였더니 의료진 및 행정직들이 각자 맡은 곳에서 본인들 할 일을 열심히 하고 있어 인사를 하기도 민망하였다. 일단 상황실에 상주해 있는 감염내과 교수님께 인사드리고 현재 상황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을 들은 후, 환자 진료를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문의를 하니 Level D 방호복을 입고 환자가 머물고 있는 숙소로 들어가서 진료를 해야 된다고 하였다. 메르스 때 군 복무중이었는데 청정지역인 최전방 사단 군의관 중 유일하게 차출당해서 교육 받고 투입 직전에 취소된 전력이 있는지라, 전염병이랑 전생에 원수진일이 있나 싶으면서도, 이기회가 아니면 언제 이렇게 진료를 보겠나 싶어 환자 진료를 위한 기본적인 계획 수립 이후 진료를 보기로 하고 병원으로 돌아왔다. 병원에 돌아온 이후, 환자의 주관적인 후각 기능의 평가를 위하여 설문지를 준비하였으며, 마침 아산병원 김지희 교수님이 후각 저하 삶의 질 척도에 관한 설문지를 한국어로 validation 한 것이 있어 연락드려 설문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 (교수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객관적인 후각 검사를 위하여는 환자 한 명의 검사 후 키트를 폐기해야 하는 문제로 인하여 우리가 외래에서 흔히 시행하는 후각 역치, 인지, 식별 검사의 진행이 불가능 하여 책자로 이루어진 일회용의 cross-cultural smell identification test (CC-SIT)을 시행하기로 하였다. 이에 더해 간단한 미각정도의 스크리닝을 위하여 PTC, PROP의 시약이 묻어 있는 strip을 이용하여 미각을 객관적으로 확인하였다.
이와 함께 비내시경을 통한 비강내 병변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위하여 Karl Storz에서 나온 smart scope system과 삼성전자의 Galaxy S8등의 portable device를 이용하여 환자의 비강을 관찰 및 촬영 할 수 있었다.
Smart Scope system (Karl Storz)과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촬영한 내시경 소견
2020년 4월 28일 수요일 수술 스케쥴이 끝난 이후 환자의 진료를 시행하러 생활 치료센터를 방문하였다. 생활치료센터 방문 전에 미리 상황실에서 후각 저하를 호소하는 환자수를 파악하여 알려 주었으며, 당시 62명의 경증 COVID-19환자 중 15명의 환자에서 후각 저하의 경험을 호소하였고, 후각 저하가 호전된 5명의 환자를 제외한 1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료를 시행하기로 하였다. Level D 방호복을 입고 검사를 위한 장비를 챙겨서 환자들이 머물고 있는 숙소를 향해 가는 발걸음이 솔직히 가볍지는 않았다. 마음속으로는 ‘아, 이거 괜히 했나’ 싶은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었다. 이전의 선별진료소나 검체 채취실 진료를 시행하는 것보다는 정신적인 압박이 훨씬 심하게 느껴졌다. 어쨌든 확진을 받은 환자의 airway를 관찰하러 들어가는 것이니까. 숙소의 대략적인 구조 및 환자의 호수를 받은 종이를 받아 들고 첫 환자의 숙소를 노크하였다. 안에서 문을 열어 주어 들어가니 생각 보다는 깔끔한 일반적인 신축 대학 기숙사 형태의 공간에 환자가 격리 되어있었으며, 예상 보다는 쾌적하였으나, 장기간 이곳에서 있는 경우에는 넓지 않은 공간에서 많이 답답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자에게 설문지 및 이런 저런 검사를 시행하고 나니 한 명당 4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결국 그날은 두명의 환자만 진료를 하고 병원으로 복귀하였다. 진료를 마치고 나오는 과정에 방호복을 조심스럽게 벗고 전신 소독 부스를 통하여 나오는 길에, 강한 현타가 몰려오며, 다가오는 연휴에 나는 과연 가족과 함께 할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하며 복귀를 하였다. 그 다음날 오후에 외래진료가 끝난 후 생활치료 센터를 재방문 하였으며, 아무래도 환자가 거주하고 있는 공간으로 직접 가는 것은 프라이버시의 문제도 있고 기구의 소독 등의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 로비에서 진료를 하고 환자가 한 명씩 내려오는 식으로 진행을 하였다. 전날에 비하여 진료에 소요되는 시간 자체는 차이가 크지 않았으나, 환자가 turn over되는 동안 다음 환자에 대한 검사 준비를 하고, 이전 환자의 검사 결과를 핸드폰으로 촬영하여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어제 한번 경험을 해서 그런지 몰라도 두 번째 진료일부터는 일반적인 환자의 진료와 별반 다르지 않았으며, 주말을 이용하게 되면 더 많은 환자를 진료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연휴 중 하루를 투자하여 남은 환자를 진료하기로 하였다. 이렇게 같은 방식으로 휴일을 이용하여 10명의 환자에 대한 진료를 시행하였고 이를 정리할 수 있었다. 여기서 환자를 진료하고 결과를 정리하는 동안 스마트폰의 발전이나 클라우드 및 음성 인식 기술의 발전이 의료 행위의 큰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적으로 핸드폰의 촬영시에 장갑을 착용하고 있어 터치가 인식되는 것이 잘 되지 않아 사진을 찍는 것이 쉽지 않은데, ‘찰칵’이라고 얘기를 하면 스마트폰이 알아서 촬영을 해주니 훨씬 일이 수월 하였으며, 사진을 촬영한 이후 개인 드라이브에 폴더를 생성하여 바로 업로드 해놓으니, 퇴근 후 자료 정리가 훨씬 쉬웠다.
결과적으로 경증의 환자에서 24.2%에서 후각 저하가 발생하였으며, 모든 환자의 내시경 소견상에서 후열 부분의 폐쇄 소견 등은 관찰되지 않았음을 확인하였다. 후각 저하를 호소하는 환자 중 20%에서는 후각 및 미각 저하 이외의 다른 증상을 호소하지 않았으며, 40%의 환자에서는 어떠한 발열, 기침 가래, 흉통과 같은 전형적인 증상도 동반되지 않았다. 환자를 진료하는 동안 외국의 실제적인 상황을 환자를 통하여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는 기회도 있었고, 아무래도 환자들도 격리를 진행하는 동안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어서인지 주말에 진료를 한 경우에는 한 시간 정도씩 잡담을 하고 가는 경우도 있었다. 대부분의 환자는 뉴욕 및 도쿄에서 입국한 환자들이었고, 실제로 미국에서 태어나서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에 들어온 청년도 있었다. 환자들에게 언제 돌아가는지 물었더니 일단 여름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복귀할 예정이라고 하였는데, 복귀를 하였는지 궁금하기는 하다. 개인적으로는 추억에 남는 좋은 경험이었고, 본 결과를 가지고 좋은 저널은 아니지만 정리하여 SCI급 저널에 게재할 수 있음을 감사히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얼른 코로나가 종식되어 이전 생활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