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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자폐스팩트럼장애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재현

유재현 교수는 삼성서울병원에서 정신건강의학을 전공하고 2017년에 한국과학기술원(KAIST) 뇌과학 박사를 취득하였습니다.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소아청소년정신의학 임상강사를 수료한 이후 2019년부터 현재까지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임상조교수로 재직중입니다. 현재까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의 뇌영상 표현형 특징에 관한 여러 논문을 발표하였으며, 주 연구 주제는 틱, 자폐증 및 ADHD와 같은 소아청소년 정신질환의 객관적인 바이오마커의 발굴을 통한 조기 진단 및 중재입니다. 웹진을 통해 이비인후과 영역에서 관찰될 수 있는 정신질환에 대하여 이해하실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작년 상반기에 크게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기억하시나요? 발달장애를 가졌지만 특별한 능력을 지닌 변호사 우영우의 이야기에 사람들이 호응하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것은 내용의 신선함도 있었지만, 그만큼 자폐스팩트럼장애가 최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질환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어쩌면 이비인후과 선생님들께는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 자폐스팩트럼장애에 대해서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자폐스펙트럼장애는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 소아정신과 의사인 Leo Kanner가 1943년 autism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하면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자폐증이 정신분열증, 지적장애 등으로 판정되었는데요. Leo Kanner는 관찰을 통해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독특한 언어를 사용하거나, 특정한 성향에 집착하는 양상을 가진 아동에 대해서 보고를 하였으며 때때로 우수한 지적능력을 보이기도 한다는 내용을 발표하였는데, 이는 현재의 진단 기준의 핵심증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대단한 통찰이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오스트리아의 Hans Asperger 박사가 공감 능력 결여, 사회적 관계 형성 문제, 특정한 흥미로의 몰두, 일방적이면서 한 주제에 박식한 의사소통을 보이는 모습을 보고 아스퍼거 증후군이라고 명명하기도 하였습니다.1

이후 전반적 발달 장애, 아동기 붕괴성 장애, 레트 증후군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던 질환은 몇 차례 개정과정을 거치다가 2013년 Autism Spectrum Disorder 라는 진단명으로 확정되었는데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 Fifth Edition2), 이는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이해하는데 큰 변화를 주는 사건이었습니다. 여기서 처음으로 ① 사회적 의사소통 및 사회적 상호작용의 지속적인 결함 ②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 흥미, 활동 등의 핵심증상을 보이지만, 다양한 증상 수준을 가지는 (Spectrum) 질환이라는 점을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진단기준으로 명시하였습니다. 이는 지적인 수준이 뛰어난 사람부터 심각한 지적 손상을 동반한 집단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포함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영우는 지적 수준이 뛰어난 고기능 자폐스펙트럼장애에 해당이 되겠네요.

드라마에서 우영우의 엄마는 로펌의 대표이자, 이기기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철저한 성격의 소유자로 묘사됩니다. 심지어 아이를 낳고나서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아서 우영우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하지요.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원인에 대해서 초기에 주목받았던 가설은 이처럼 냉혈한 엄마 (Refrigerator mom) 와의 애착 형성 결함이 문제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시카고 대학의 교수 Bruno Bettelheim 등은 이를 바탕으로 애착과 관련된 치료도 하고, 아이를 자유롭게 풀어주어야 한다는 학설을 주장하기도 하였었죠. 그러나 철저한 자료조사 끝에 점차 이러한 학설보다는 선천적 발달장애라고 하는 가설이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고, 1960년대 이후 유전적인 영향이 높다는 근거들이 속속 보고되며 다행히 냉혈한 엄마 가설은 폐기되었습니다. 부모와의 상호작용이 일어나기 전 선천적인 뇌의 발달부터 변화가 있다는 것이 현재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가설입니다.

그런데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최근 급격하게 늘고 있는 질환이기도 합니다. 미국 CDC의 조사에 따르면 2004년 166명중 1명 꼴로 나타나던 유병율이 2020년에는 50명중 1명 꼴로 거의 3배 이상 증가되고 있다는 것이 알려져 있습니다.3 우리나라의 유병율 역시 2.64% (김영신 등, 20114)로 높게 나타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한 가설로는 자폐스펙트럼장애에 대한 인식 개선, 고령 임신 및 출산의 증가, 환경호르몬의 영향 등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전장유전체 연구에서는 다른 정신질환과 달리 de novo mutation의 영향이 자폐스펙트럼장애의 발병에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5, 고령 임신과 출산이 유전자 취약성에 미치는 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현재까지 온전히 알려진 관련 유전자 변이는 많지 않지만, 대개 뇌의 활성을 조절하는 Glutamate 관련 유전자와, Synapse의 구조와 기능을 변경하는 다양한 유전자들이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6


https://www.autismspeaks.org/press-release/cdc-estimate-autism-prevalence-increases-nearly-10-percent-1-54-children-us

자폐스펙트럼장애는 나이에 따라 다양한 임상양상을 보이는데, 만 1세까지는 눈에 띄는 특징을 찾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관찰하면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은 생후 3-4개월 무렵까지 부모를 보고 미소 짓는 사회적 미소가 잘 나타나지 않거나 8-9개월 무렵 낯가림이 없는 등의 양상이 확인되어, 사회적 신호를 인식하거나 표현하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만 1세부터 아동은 뚜렷한 애착의 신호를 보이고, 언어를 사용하여 이를 표현하기 시작합니다. 심지어 언어를 표현하지 못하는 아동의 경우라도 비언어적 신호 (제스처, 표정, 몸짓)를 통해서 자신의 의도를 전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은 이런 언어적, 비언어적 행동 발달이 모두 늦습니다. 상대방에게 눈을 맞추고 의도를 파악하거나, 자신의 이름을 부를 때 반응이 잘 일어나지 않기도 합니다. 만 2세경까지 눈맞춤이나 호명반응, 관심 또는 즐거움의 공유행동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 사회적 상호작용 발달의 Red Flag Sign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 시기 아동의 놀이의 양상에서도 독특한 제한된 관심사와 반복적인 행동, 동일성에 대한 고집, 감각정보에 대한 과소 혹은 과민성 등이 나타납니다. 자동차, 공룡 등 장난감에 집착하여 항상 같은 장난감을 같은 방식으로 배열하거나, 놀이에서도 단조롭고 비슷한 패턴으로 물건을 줄 세우거나 동그란 부분에 집착해서 빙글빙글 돌리는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의미는 없지만 손을 펄럭거리거나 같은 자리를 뱅뱅 도는 행동 등 상동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단조롭고 익숙한 자기세계에 대한 고집이 있어서 낯선 상황, 새로운 감각정보가 많은 곳은 힘들어하거나 거부하는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임상양상은 나이가 들면서 조금 완화되기도 하지만, 학령기-청소년기-성인기에 걸쳐 다양한 모습으로 유지되는 특성을 보입니다. 드라마 우영우에서 나이가 들어도 펭수 옷을 입고, 펭수 아이템을 들고 다니는 등장인물처럼 유행에 둔감하고 같은 옷이나 행동을 고집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하고, 친구를 만나고 관계를 유지 발전시키거나, 협력적 관계를 수립하는데 어려움이 생깁니다. 농담이나 속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땅 짚고 헤엄치기“라고 하면 쉬운 일이다 라는 의미를 이해 못하고, 어떻게 헤엄을 쳐? 하고 되묻습니다. 책에 나오는 문장을 그대로 사용하는 듯 단조롭고 밋밋한 톤으로 어색하게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사회적 상황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질문 (예, 잘 모르는 여성에게> “생리주기가 어떻게 됩니까?”)을 하거나 상대의 입장이나 감정을 읽는데 서툴고 공감을 어려워합니다.

고집스럽게 일상을 유지하려 하거나, 변화를 저항하는 것도 흔히 나타나는 모습입니다. 드라마 우영우에서도 식사로 늘 김밥을 먹고, 김밥과 햄이 바뀌었을 때 알아채고 물어보는 등 같은 방식을 고집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세계사 연표, 지하철역 순서, 기계의 제원 등을 줄줄 외우기도 하지만 기계의 사용법을 알거나, 목적지를 찾아가는 것은 어려워하는 등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기가 어렵습니다. 때로는 고집스럽고 반복적으로 묻거나 특정한 방식으로 대답을 합니다. 우영우가 자기 소개를 할 때 ‘기러기 스위스 토마토 별똥별 인도인 우영우’ 하듯이 말이죠. 감각예민성에 대해서는 아래 미국의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가 쓴 글을 읽어보시는 것이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한 미국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이 타이핑으로 의사소통을 시도하며 쓴 말

“사람들은 나의 기분을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의자에 앉아 있으면 다리가 불타는 것 같고, 수백마리 개미가 팔 위를 기어다니는 느낌들..”
“제가 머리를 때리는 이유는 그렇지 않으면 제 몸이 막 흔든 콜라처럼 터질 것 같아서입니다.”
“갑자기 감각이 밀려오면 소리나 박수로 밀려오는 감각을 막는 겁니다.”
“사람의 얼굴을 보면 사진 수천장을 한꺼번에 보는거 같아요. 그래서 사람 얼굴을 보기가 힘듭니다.”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는 때로 색다른 지적 흥미와 자신만의 세계를 보이는데, 한정된 주제에 아주 박식한 모습을 보입니다. 드라마 우영우에서는 고래가 그 대상인데요. 회의 도중에도 고래 생각을 하고, 고래에 관련된 지식을 다른 사람이 관심이 없거나 듣고 있지 않더라도 줄줄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렇게 자폐스펙트럼장애에서는 한정된 영역에서 특별한 능력을 보이는 Savant syndrome이 있습니다. 약 10%에서 기억, 음악, 그림 등에서 일반 인구 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데요. 아래 그림은 Stephen Wiltshire라는 사람이 한번 보고 스케치하여 그린 그림이라고 하니 대단한 능력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안타깝지만 자폐스펙트럼장애는 핵심증상에 대한 치료법을 확립하지 못한 질환이기도 합니다. 다만 조기 발견 및 개입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고, 현재까지 가장 근거가 높은 치료기법은 응용행동분석 (Applied Behavior Analysis)를 포함한 행동치료와 언어치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응용행동분석은 마치 강아지를 훈련시키는 것처럼 강화와 소거를 통하여 눈을 맞추고, 상대를 관찰하고, 대답하고, 반응하는 친사회적 행동 하나하나를 가르치는 것을 의미합니다. 2018년 발표된 코크란 데이터베이스 (Cochrane database)에 따르면 초기에 적극적 행동 중재 프로그램을 받은 아이들이 일반적 치료를 받은 아이들에 비해서 IQ는 15.44 이상 향상되고 적응기능이 향상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또 언어치료는 행동으로 표현하여 문제가 되는 상황을 언어를 매개로 하여 대체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자폐스펙트럼장애에서 중요한 치료입니다.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주 당 20시간 이상의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연구결과7도 있어,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의 치료는 많은 시간과 부모, 선생님의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과정입니다.

진료실에서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을 진료하면 가족의 다양한 어려움을 마주하게 됩니다. 언어, 인지 발달의 지연, 행동조절 문제, 감각예민성으로 인한 짜증과 환경 변화의 거부 등 다양한 문제를 경험하면서 부모님들도 지치고, 우울하고, 고통스러운 마음을 표현하십니다. 또 변화에 대한 기쁨과 좌절이 번갈아 찾아오기 때문에 막연히 희망만을 갖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부모님을 비롯하여 주변 사람들이 아이의 특성을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 아이의 모습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긍정적인 관계를 지속적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 예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드라마 우영우에서도 우영우의 주변사람들, 아빠, 친구, 직장동료, 상사 등이 우영우를 믿고 기다려주고 격려하는 가운데 점차 변호사로서 적응하고 성장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자신을 믿어주고 기다려주는 사람들 사이에서 아이들은 점차 사회성을 배우고 성장하게 됩니다. 따라서 자폐스펙트럼장애에 대한 사회 전체적인 따뜻한 시선과 포용적인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기고를 통해 이비인후과 선생님들께서도 이번 기고를 통해서 늘어나고 있는 자폐스펙트럼장애에 대하여 더 많이 알게 되셨기를 소망합니다.

  • 참고문헌
  • 1. Lord, C., Elsabbagh, M., Baird, G., & Veenstra-Vanderweele, J. (2018). Autism spectrum disorder. Lancet (London, England), 392(10146), 508–520. https://doi.org/10.1016/S0140-6736(18)31129-2
  • 2.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2013).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5th ed.). Arlington, VA: Author.
  • 3. Data & Statistics on Autism Spectrum Disorder (https://www.cdc.gov/ncbddd/autism/data.ht ml)
  • 4. Kim, Y. S., Leventhal, B. L., Koh, Y. J., Fombonne, E., Laska, E., Lim, E. C., ... & Grinker, R. R. (2011). Prevalence of autism spectrum disorders in a total population sample. 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 168(9), 904-912.
  • 5. Satterstrom, F. K., Kosmicki, J. A., Wang, J., Breen, M. S., De Rubeis, S., An, J. Y., ... & Demontis, D. (2020). Large-scale exome sequencing study implicates both developmental and functional changes in the neurobiology of autism. Cell, 180(3), 568-584.
  • 6. De Rubeis, S., He, X., Goldberg, A. P., Poultney, C. S., Samocha, K., Ercument Cicek, A., ... & Buxbaum, J. D. (2014). Synaptic, transcriptional and chromatin genes disrupted in autism. Nature, 515(7526), 209-215.
  • 7. Lee JY, Moon DS, Shin SH, Yoo HJ, Byun HJ, Suh DS. A survey on the status of hospital-based early intensive intervention for autism spectrum disorder in South Korea. J Korean Acad Child Adolesc Psychiatry 2017;28:213-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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