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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교육의 미래, 구글 클래스룸으로 구글하다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산부인과학 교실 박성택
단국대학교 치과대학 치주과학교실 박정철

의과대학을 졸업한지 약 20년이 지났다. 겨울이 되면 재시험으로 인해 더욱 춥게 느껴졌던 의과대학 학생시절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나는 하루에 6-8시간의 수업 진도를 부지런히 따라가려고 노력했지만 매번 고통스럽게 시험을 봐야 했었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도 외울 수 없었던 병리학, 방대한 교과서를 과감히 버리고 어렵게 손에 쥔 족보로 위안을 삼다가 결국 족보마저 다 보지 못한 채 들어갔던 순환기 시험… 의과대학 졸업 후에 수련의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지만 시험에서 해방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매우 행복했었다

평범한 의과대학 학생이었던 나는 현재 산부인과학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가 되었고, 대학 시절 고통스럽게(?) 공부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최대한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지도하려 노력하고 있다.
첫 수업 당시, 20년 전처럼 시간표에 맞춰 교수들이 들어오는 고전적인 계단식 강의실의 모습은 변함이 없으나, 책상 위에 수많은 유인물 대신 태블릿이나 노트북을 올려놓고 수업을 듣는 학생들을 보고 적지 않게 당황했었다. 종이보다 컴퓨터 화면이 익숙한 요즘 학생들에게 효과적인 교육법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고, 그러던 중에 구글에서 교육을 위한 플랫폼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구글에서는 구글드라이브 (Slide, Doc, sheet, Forms 등), 다양한 형태의 문서 도구와 유튜브, 구글 맵과 같은 시청각 자료, 구글 클래스룸, 행아웃등의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또 이를 잘 활용할 줄 아는 교육자에게 Google Certified Educator level I, II, Trainer, Innovator로 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다. 각 과정을 온라인으로 이수하고 시험을 통과하면 인증을 받을 수 있다. 디지털 시대의 효과적이고 혁신적인 교육법에 대한 고민을 가진 교수, 교사, 교육자들이 구글의 플랫폼을 받아들이고 활용하고 있으며 실제로 미국 공립학교에서는 구글의 플랫폼을 활용해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결하여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구글의 플랫폼을 이용한 효과적이고 혁신적인 교육에 관심이 많은 교육자들이 모임을 만들어 한국 GEG (Google Educator Group)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 GEG를 이끌고 있는 리더는 현재 단국대학교 치과대학 박정철 교수다. 박정철 교수는 국내 최초의 구글 innovator 인증자로서 치과대학 학생교육에 구글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강연, 집필 활동을 통해 교육의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박정철 교수와 함께 의학 교육의 미래, 구글 클래스룸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지금까지 의학교육은 제한된 시간 안에 방대한 양의 의학지식과 임상적 경험을 학생들에게 전달하여 능력 있는 임상가를 양성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쫓겨왔다. 그 결과 문제중심학습 (Project Based Learning, PBL)이나 플립 러닝 (Flipped Learning), 팀 중심 학습(Team Based Learning, TBL) 및 가상현실 (Virtual Reality, VR)이나 증강현실 (Augmented Reality, AR) 등이 가장 먼저 적용되고 활성화되는 분야가 되었다. 최근에는 플립 러닝에 최적화되어 있는 G Suite for Education이라는 구글의 서비스가 의학교육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구글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일괄적으로 제공하여 단체 내의 구성원들 간에 효율적인 의사소통, 업무협력, 자료보관이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를 G Suite라 하는데 이를 교육 기관에 제공하는 것을 G Suite for Education이라 한다. 이 서비스에 속한 하나의 어플리케이션으로 Learning Management System (LMS) 기능을 하는 것이 구글 클래스룸이다. 이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은 K-12 교육기관과 대학에 무료로 제공되고 있으며 무엇보다 구성원 모두에게 구글 클래스룸의 저장 공간을 무료로 무제한 제공한다는 점이다. 워낙 파격적인 혜택이다 보니 많은 교육기관들이 전면적인 도입은 안 하더라도 이 서비스를 병행하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전세계 9천만명 이상의 학생들이 G Suite for Education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국내에서는 연세대, 경희대, 이화여대, 고려대, 방송통신대 등이 도입을 시작했다.


<박정철 교수의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을 활용한 치주과학 수업>

박정철 교수는 국내 치의학 및 의학 교육 분야에 G Suite for Education을 활용한 혁신적인 교수법을 전파하고 있는데 이전 연구들에서 이러한 블렌디드 학습이 가진 장점을 객관적으로 분석하였고 연구 결과 학생들에게서 긍정적인 결과들이 관찰되었다.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최적화된 수업 방법이 마련되어야 하겠지만 현재까지 체계화를 거친 학습 과정은 다음과 같다.

수업전 유튜브에 교수가 미리 올린 디딤 영상 (사전 동영상)을 시청하고 온다. 길이는 최대한 20분 내외로 짧게 만들고 핵심적인 내용만을 언급한다.
수업중 영상 시청을 확인하고 출석을 기록하기 위해 학생들의 스마트 디바이스를 이용하여 퀴즈를 시행한다. 퀴즈는 구글 설문지 (Google Forms)를 이용한다. 객관식, 단답형은 자동적으로 채점이 가능하며 오답과 정답 모두에 교수가 사전 설명을 달아둘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퀴즈만 보는데 그치지 않고 정확한 사실을 이해하고 퀴즈를 마무리할 수 있다.
수업 중
  • 유튜브를 이용한 다양한 임상 자료를 제공한다.
  • 구글 카드보드를 이용하여 수술방의 환경을 VR로 공개한다.
  •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을 이용하여 수술방 상황을 실시간으로 송출하고 학생들은 댓글을 통해 즉각적인 질문과 답변을 주고 받을 수 있다. (http://bit.ly/surgerystream 2018년도의 라이브 서저리 방송)
  • 구글 슬라이드 (Google Slides)를 통해 학생들은 조별로 문서를 작성하고 발표를 진행한다.
총괄평가
  • 각자의 디바이스를 이용해 구글 설문지로 중간, 기말고사를 시행한다. 실시간으로 채점이 되고 학생들은 잘못된 지식을 수정받게 된다.
  • 설문지 마지막에는 강의에 관한 피드백을 위치시켜 학생들이 삽입하도록 한다. 학교 시스템을 통한 강의 평가보다 더욱 생생한 수업 평가가 가능하다.
방학기간 중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학생들에게 학회의 모습을 생중계하고 댓글을 주고 받으며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

처음에는 이러한 혁신적인 수업 방식이 학생들에게 생소하게 받아들여졌지만 이미 디지털 원주민으로서 다양한 디지털 기술에 친숙한 학생들은 빠른 속도로 적응해 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일방적인 강의실 수업에서 다양한 형태의 임상 노출이 이루어져서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였고 학생들에게는 강한 몰입의 기회를 제공하였다고 사료된다. 교내의 인터넷 상황이나 디지털 디바이스의 제공, 특히 크롬북 (chromebook)과 같은 구글 플랫폼이 특화된 노트북이 제공되는 경우에는 이 시스템의 장점이 더욱더 잘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구글에서는 보고서 표절 방지를 위한 originality 평가를 도입하고 Assignments라는 시스템을 이용해 기존의 LMS가 있는 대학에서도 구글 클래스룸을 병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워낙 혁신의 속도가 빠른 IT 기업이다 보니 대학에서 바꾸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도구를 제공하고 있어서 이 도구들을 교실에 적용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고 구성원들의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학교육에서 이러한 시도는 포기할 수가 없다. 의학교육이라는 것이 미래의 의료인을 양성하는 것이라면, 만일 미래의 의학이 바뀌고 있다면 의학교육 역시 바뀌는 것이 정상이 아닐까.
가까운 미래에 인공지능은 의료인의 의사결정을 돕기 시작하고 증강현실 도구가 수술 시 해부학적 이해도를 높여줄 것이며 로봇들이 빠르고 정확하게 수술을 시행할 것이다. 수많은 환자들의 빅데이터를 모아서 질병의 경향을 분석하고 새로운 디지털 치료제를 만들 미래가 멀지 않았다. 그렇다면 여전히 도서관에서 해리슨 교과서에 줄을 치고 외워가면서 밤을 지새우는 교육을 학생들에게 제공할 것인가. 아니면 미래의 변화에 걸맞는 새로운 교육을 제공할 것인가. 힘든 길이 되겠지만 우리가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명확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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