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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NTian January 2021 W-ENTian January 2021

유튜브 채널 운영자, 웹소설 작가, 그리고 이비인후과
전문의
닥터프렌즈 이낙준

닥터프렌즈 / 이낙준

‘안녕하세요, 이비인후과 전문의, 의학 전문 유튜브 채널 닥터프렌즈 운영자, 웹소설 작가 이낙준입니다.’ 최근 필자가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 설 때마다 입에 담는 소개 문구다..

이비인후과 전문의까지는 당연하다 싶었을 텐데, 그 후로는 이게 뭔가 싶었을 거다. 조금 열린 사람 같으면 그나마 유튜브는 요즘 홍보 마케팅에 있어 가장 주목받은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으니 그런갑다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웹소설 작가란 단어는 아예 처음 듣는 사람도 적지 않을 거라 확신한다. 이렇게 특이한 직업들을 부업으로 삼고 있다 보니 여러 루트로 원고 청탁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일간지나 잡지, 기업 회보 등등. 하지만 단연코 이번만큼 부담이 된 적은 없었다. 웹진에 실을 글을 써달라고 하시다니. 영광스러운 제안이니만큼 냉큼 받기는 했는데 막상 글을 쓰려니 쉽지가 않다.

우선 닥터프렌즈라는 채널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거 같다. 혼자 하는 건 아니고, 내과 전문의 우창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진승과 함께 하고 있다.

시작할 당시만 해도 의사 유튜브가 전무하다시피 했기에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했다. 이제 채널 시작한지 대략 만 3년이 되어가는데 구독자 수가 65만, 총 조회수가 1억뷰가 넘어가니 제법 많은 관심을 받은 셈이다.

시작은 의사끼리는 정말 친한데 환자와는 그렇지 못한 거 같아 다 같이 친하게 지내자는 취지였다. 물론 셋이 합의한 내용이 이렇다는 것이고 각기 다른 동기도 가지고 있다. 가령 내과는 만성 질환자에게 꼭 맞는 약은 그 어떤 보약이나 산삼보다도 좋다는 인식을 심어 주기 원한다. 정신과는 여전히 높디 높은 정신과 진료로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필자는 이비인후과 의사로서 보청기에 대한 인식을 안경처럼 대중화시키려 애쓰고 있는데, 말처럼 쉽지는 않다. 그래도 나이가 듦에 따라 난청 환자가 된 아버지 보청기 맞춰 드린 영상이나 방치된 난청이 치매의 유발인자가 된다는 영상이 반응이 꽤 좋았다는 게 고무적이다.

사실 필자는 우연히 골수 기증했던 것을 자랑하려고 시작한 것도 있는데, 이게 의외로 실제 기증 희망자 증가로 이어지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한국 조혈모세포은행협회 홍보대사도 맡게 되었다. 이걸 시작으로 한국장기조직기증위원회, 유니세프의 홍보대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본의 아니게 공익적인 색깔을 띄게 되었는데, 처음엔 얼떨떨했지만 이젠 다들 이왕 이렇게 된 거 정말 좋은 일을 해보잔 생각으로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취지의 일환으로 올바른 의료 정보를 전달하려 애쓰고 있는데, 펜벤다졸이나 저탄고지,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에 대한 영상은 당시 꽤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제일 경계하는 건 흔히 말하는 쇼닥이 되는 것인데, 그래도 노력이 헛되진 않았는지 여러 교수님들께서 칭찬과 격려의 말씀을 해주셔서 힘이 되었다. 심지어 몇몇 은사님들은 채널에 나와주시기 까지 했다. 얼마전엔 김효열 교수님께서 수면 무호흡에 대한 강의도 해주셨는데, 하필 공공의대 이슈와 맞물려 조회수가 많이 나오지는 않았으나 워낙 내용이 좋아 꾸준히 조회수가 늘고 있다.

앞으로도 이과, 두경부 외과 등 여러 교수님들을 모시고 보다 심도 있는 내용을 다룰 예정이다.

유튜버 이낙준이 위와 같다면 웹소설 작가는 또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웹소설이 뭔지부터 짚고 넘어가야 할 거 같은데, 예전에 즐겨 보던 무협지나 판타지 소설과 같은 장르소설을 인터넷에 연재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즉 웹소설 작가는 장르소설 작가라 해도 무리가 없다.

필자가 주로 쓰는 장르는 현대 판타지물이고, 보다 깊숙이 들어가면 전문가물, 그중에서도 의사물이다. 의사가 주인공이고 배경이 현대인 판타지 소설이란 얘기다.

처음 쓰게된 계기는 바쁜 레지던트를 마치고 군의관이 되었더니만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였다. 결혼도 빨리해서 퇴근한다 해도 애를 봐야 했던차에 홀로 지방에 내려와 지내자니 긴 밤이 심심하다못해 고독할 지경이었다. 그때 집어든 옛 판타지 소설이 시작이었다. 예전과는 달리 머리가 굵어져서 그런가, 읽다 보니 나도 쓰겠단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진짜 썼다. 순수문학과 달리 독자와 작가 사이의 문턱이 전무했다. 문피아라는 사이트에 아이디를 만들고, 필명을 정하고(한산이씨라서 한산이가라고 정했다) 글을 써서 올리니 그걸로 작가 인생 시작이었다.

처음부터 반응이 좋지는 않았다. 조회수 좀 나오고 댓글이나 몇 개 달리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꾸준히 쓰다 보니 조회수가 회당 수천씩 나오기 시작했다. 쉽게 말하면 내 소설을 읽는 독자가 대략 3, 4천명은 되었단 소리였다.

물론 무료여서 가능한 숫자였고, 회당 100원에 판매하자 마자 10분지 1로 뚝 떨어졌지만, 그것만 해도 군의관이었던 내게는 충격적인 금액이었다. 조금이라도 돈이 벌리면 부대에 연재 허락을 받아야 했는데, 이것도 의외로 쉬웠다.

글 써서 돈을 벌겠다고요? 어디한번 해보세요. 란 말만 돌아왔다. 아무래도 대한민국에서 글 써서 돈 버는 직업, 그러니까 작가는 빈민층과 동음이의어여서 그랬을 거다. 필자가 처음 뛰어들 때만 해도 그렇긴 했다. 한달 내내 연재해봐야 몇십만원 벌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 적어도 웹소설 작가만 두고 보면 글 써서 돈 벌겠다는 얘기가 허황되지 않다. 웹소설 작가 시작한지가 이제 겨우 햇수로 5년이지만 그 동안 웹소설 시장이 엄청난 기세로 성장한 까닭이다. 연간 총 매출액이 300억 될까말까 하던 시장이 이젠 1조원을 내다보고 있을 정도다.

웹툰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것보다도 더 빨리 성장하고 있다. 최근 나오는 영상 컨텐츠들을 보면 생각보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가 많은데, 이 자리를 웹소설이 대체하고 있어서다. 아예 웹툰도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웹툰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건 자랑인데, 필자가 쓴 소설 중 두 개도 웹툰이 되어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 중이다. 둘 다 드라마 판권도 계약이 되어서 대본 작업 중에 있기도 하다.

필자가 진짜 글을 잘 써서 그럴까? 뭐 5년이란 세월동안 늘기야 했겠지만 객관적으로 볼 때 필자보다 글 잘 쓰는 사람은 널리고 널렸다. 다만 의학이라는 소재에 한해서는 필자만큼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이 적을 뿐이다.

만약 이 글을 보고 업계에 뛰어드는 동문이 있다면 그 날로 웹소설계에 스타가 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만큼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시장이다. 그래서 필자는 주변에서 너 유튜브 하니까 좀 어떠냐, 많이 벌면 나도 좀 하자는 말을 들으면 도리어 웹소설을 추천한다. 오죽하면 별명이 웹소설 전도사가 되어버렸다.

이렇게 필자가 부업으로 삼고 있는 두 가지 직업에 대해 간단히 적어 보았다. 원래 지면 한쪽을 부탁받았는데, 두배를 넘게 되어서 송구스럽다.

바라건데 이 글을 읽고 이렇게 사는 놈도 있구나, 재밌네, 나도 해볼까, 신기하네 등등을 느끼셨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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