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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NTian July 2021 W-ENTian July 2021

마음이 힘들 때 무슨 약 먹으면 괜찮나요? 삼성 마음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원장 김재옥

순천향대학교부속천안병원 / 류광희

의사 생활을 하며 뿌듯함을 느끼는 다양한 순간 중 하나가 바로, 내 몸이 아플 때 의사 동료들에게 연락해 증상을 말하고 어떤 치료를 하면 되는지 설명을 들을 때다. 동료에 대한 고마움, 그런 동료가 내게 있다는 감사함, 내 예상과 비슷하다는 안도감, 그리고 편리함까지. 하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정신건강의학과는 다른 전문과에 비해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가장 큰 이유는 치료 방법이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전문과는 약물치료와 시술이나 수술로 치료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정신건강의학과는 상담이 차지하는 비중이 꽤 크다. 실제로 진료실에서도 약물치료와 상담치료가 있으며, 상담치료에는 정신분석적 정신치료나 인지행동치료 등등의 방법이 있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이 상담이라는 것이 지극히 비밀스러운 개인의 삶을 공유하는 것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어디가 아프다 같은 증상처럼 동료에게 쉽게 말 할 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울 할 때 무슨 약 먹으면 괜찮아?”라는 질문을 받으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입장에서는 ‘어디까지 물어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생긴다. 이 질문을 받는 순간 비공식적인 의사-환자 관계가 생기는데, 이 관계와 기존의 동료 관계가 상충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사생활에 관련된 정보는 기존의 동료 관계를 분명히 변화시킨다. 긍정적으로는 더 깊은 관계를 만들 수 있지만, 부정적으로는 부끄러움과 불편함으로 관계를 멀어지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충분히 깊게 물어보지 않는다면, 올바른 진단도 내릴 수 없으며 당연히 치료 방법에 대한 제안도 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지인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요청하는 경우, 지인이기에 진료 자체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주변의 다른 전문의 선생님께 진료 의뢰를 하게 된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로 비슷한 상황으로 진료 의뢰를 받아 약물 치료 및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사례가 있다.

이렇게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시작하게 된 의사 동료들의 첫 반응은 비슷하다. “이미 약에 대해서는 다 알고 있는데, 혹시나 해서 왔습니다.” 그 이후는 그 ‘혹시나’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다. 이 ‘혹시나’의 대부분은 이미 본인의 문제가 무엇인지 다 알고 있는데, 조금 더 전문적인 다른 사람의 의견을 구하고 확인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본인의 문제를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고, 확인 받고, 공감 받음으로써 고통이 줄어듦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 그 고통을 정리하고, 고통의 영향을 제한함으로써 삶에 여유가 생기게 되면, 정신건강의학과의 장벽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시곤 한다.

학창시절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님들의 기행이나, 전공의 시절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이미지, 내가 정신건강의학과 환자가 되는 것에 대한 불편함, 전이나 역전이에 대한 걱정 등의 충분히 납득 가능한, 일반인들과는 다른 장벽에 대한 얘기를 들으면 반성하게 되고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남들보다 더 많이 알고 있기에, 진료를 받기 위해서 불필요한 장벽을 더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약물치료와 상담치료 각각이 효과가 있으며, 가장 효과가 좋은 것은 그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것임은 이미 정신과에서는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기에 스스로 약물치료를 하는 것도 효과가 있겠지만, 상담을 병행한다면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과거 학창시절이나 전공의 시절에 경험했던 이상한 정신과 의사를 다시 만날 가능성은 그 때보다는 높지 않을 것이다. 수련 환경은 건강한 사람도 아프게 만드는 기이한 힘이 있기 때문에, 그 환경을 벗어나면 어떤 사람이든 더 건강하고 긍정적으로 변하고, 이는 정신과 의사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개원가에서 만나는 정신과 의사는 이전 기억 속 정신과 의사보다 훨씬 괜찮은 사람일 것이다.

에스시타로프람과 알프라졸람 최소용량. 마음이 힘들 때 먹으면 참 좋다. 하지만 상담도 이 약 이상의 가치가 있으니, 마음이 힘들고 우울하다면 상담치료를 경험해 보시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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