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의 해부학적 구성은 외이, 중이, 그리고 내이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내이는 해부학적으로 인체에서 가장 밀도가 높은 골 중 하나인 추체골 내에 위치하고 있어서 이곳에서 기인하는 질환은 해부학적 장벽으로 인해 접근 및 치료가 어려워 그동안 다양한 전신 및 국소적인 방법의 치료가 시도되어왔다. 지금까지도 경구 약물치료는 이비인후과 영역에서 내이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 특히 메니에르병이나 돌발성 난청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고려할 수 있는 핵심적인 치료방법이다. 하지만 내이에는 혈액뇌장벽(blood-brain barrier)과 유사한 혈액와우장벽(blood-cochlear barrier)이 있어서 이로 인해 전신적으로 투여된 약물이 와우내로 충분하게 전달되지 않아 기대만큼의 증상회복이 되지 않거나, 환자의 기저질환으로 인해 투약 자체가 금기인 경우도 있어서 적절한 치료가 어려운 경우도 많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개발된 고실내 약물주입술은 약물이 빠르고 높은 농도로 와우내로 전달될 수 있어서 빠른 증상완화를 기대할 수 있는 치료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중이강-정원창-와우내부로의 약물전달 경로]
고실내 약물주입술은 1879년 리엘(Liel, 1879)에 의해 이관기능부전의 치료방법으로 처음 소개된 이래 지난 150여년간 다양한 질환에 대한 치료수단으로 사용되어 왔으며 내이로의 국소적 약물을 전달하는 접근경로 중 하나로 오늘날에도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고막을 통해 약물이 중이내로 주입되면 고실은 약물을 저장하는 역할을 하고, 중이와 와우의 외림프계 사이에 존재하는 정원창과 난원창을 거쳐 약물이 내이의 청각 및 전정기관에 효과적으로 도달하도록 하는 것이 고실내 약물주입술의 핵심이다. 와우의 정원창은 세 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중이와 맞닿은 외부 상피층, 중간 결합조직층, 그리고 Scala tympani와 인접한 내부 세포층. 이전 연구에 따르면, 이 세개의 층은 반투과성 특징을 보이며, 특히 정원창의 내부 세포층의 기저막은 연속성이 없고 느슨한 연접을 지니고 있어 약물이 Scala tympani로 이동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내부 세포층에는 포액소포(pinocytotic vesicles)가 있어 정원창을 통한 Scala tympani로의 능동수송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확한 기전이 완벽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수동확산, 수송체를 통한 확산 촉진, 능동수송, 그리고 식균작용이 모두 이 과정에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따라서 정원창은 내이로 약물을 전달하기에 이상적인 관문의 역할을 한다. 한편, 난원창 또한 약물의 내이 확산을 촉진하는데 일부 역할을 한다고 보고된 바 있으나 해부학적으로 등골의 발판으로 덮여 있어서 약물 전달 통로로써의 역할은 아직 정량화된 바 없다.
[고실내 주입술로 전달 가능한 다양한 약물들]
내이를 침범하는 질환을 다루기 위해 그동한 다양한 약물이 사용되었다. 여기에는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아미노글리코사이드 계열 항생제, 항산화물질, 마취제, 그리고 신경영양인자 등이 대표적이며 유전자 치료를 위한 벡터도 고실내 주입술을 통해 소개된 바도 있다. 이중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약물로는 스테로이드와 아미노글리코사이드 계열 항생제가 있으며, 이는 돌발성 난청, 이명, 벨 마비, 그리고 메니에르 병과 같은 질환을 치료하는데 사용된다.
스테로이드는 면역억제 특성과 함께 전해질 조절의 특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약물이고 내이에서도 일부 역할을 하는 특징을 지닌다. 그 중 대표적으로 내이 감각세포의 과민반응 억제, 면역 매개 염증 및 자가면역반응 이상반응의 억제, 그리고 내이 신경상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와우의 허혈을 방지하고 와우 혈관조의 기능과 형태를 향상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스테로이드는 돌발성 난청 환자들의 표준치료로 자리매김했고 전달방식에 대한 이전 여러 연구에서 경구 투약과 고실내 주입술은 동등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왔다. 한편, 앞서 언급했듯이 경구 스테로이드의 장기사용은 여러 부작용이 따를 수 있어 고실내 스테로이드 주입술은 심각한 부작용 없이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좋은 대안으로 주목받았고 실제 외림프계내 약물농도를 비교한 결과에서도 경구 투약에 비해 약 100배 이상 높은 농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알려진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실내 스테로이드 주입술의 정확한 치료 프로토콜에는 여전히 기관마다 차이를 보이며 주사 빈도나 치료기간, 그리고 스테로이드 종류 또한 의견이 상이하다. 기관마다 각각의 수치에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고실내 스테로이드 주입술을 외래환경에서 시행하며, 반앙와위 자세에서 10-15분간 고막 표면마취 후 25G 척추천자용 바늘로 고막의 전상부에 dexamethasone 5mg/ml 농도로 0.4-0.8ml를 주입하고, 이관으로 약물이 넘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침을 삼키거나 발성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약물이 와우내로 흡수될 수 있도록 15-20분간 자세를 유지하도록 한다. 주입횟수 역시 초기요법과 구제요법으로 활용하는지에 따라 기관마다 차이를 보이며 통상 2주에 걸쳐 4회 시행하고 문헌에 따라 2-3주에 걸쳐 3-9회 시행으로 차이가 있다.
고실내 스테로이드 주입술은 돌발성 난청 이외에도 이명과 메니에르병에서 활용되는데 이명에 대한 치료로써는 아직까지 임상시험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주장이 우세적이고, 효과가 있다는 보고도 되고 있어서 치료목적으로의 사용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메니에르병에서는 통상 동반되는 현훈 발작, 이명, 이충만감의 완화목적으로 보조적으로 사용되며, 이는 메니에르병의 면역학적 병리기전에 근거를 두고 있다. 스테로이드 치료를 통해 메니에르병에서 밝혀진 제2형 콜라겐 세포에 대한 자가면역 반응의 감소를 기대해볼 수 있고 혈관의 염증 및 다른 내이 구성요소에 대한 자가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일부 보고에 따르면 고실내 스테로이드 주입술 치료 후 24개월 동안 현훈발작의 빈도와 정도를 개선시킨다고 주장된 바 있다.
내이질환의 치료목적으로 사용되는 고실 주입술 약물에는 스테로이드 외에도 겐타마이신과 같은 아미노글리코사이드 계열 항생제가 있다. 1956년 Schuknecht가 현훈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스트렙토마이신을 투약하여 증상조절에 성공하면서 아미노글리코사이드 계열 항생제의 전정기능 억제효과가 주목을 받았는데 이후 이어지는 연구들에서 와우 독성의 기전과 함께 청력의 소실이라는 합병증이 보고되어 사용에는 논란이 있었다. 현재는 불응성 메니에르 환자에서 청력기능이 이미 손상된 경우 현훈 조절을 목적으로 고실내 겐타마이신 주입술이 권장된다. 한편 청력손실이 따를 수 있는 겐타마이신에 대한 대안으로 고실내 스테로이드 주입술로 동일한 증상조절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주장도 되고 있어서 추후 연구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고실내 스테로이드 주입술 술기]
외래환경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돌발성 난청 환자에 대한 고실내 스테로이드 주입술에 대해 알아보자.
[결론]
내이 질환에 대한 치료는 다양한 약물 전달 방식에 대한 거듭된 연구를 통해 상당한 진전을 이루고 있다. 내이의 해부학적 특징으로 약물 전달에 어려움이 따르고 생리학적 기전에 대한 완벽한 이해는 없지만 고실내 약물 주입술의 활용으로 내이내 약물의 국소전달이 가능해졌다. 정원창, 난원창, 내이 약동학, 약물의 분포와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증가함에 따라 보다 효과적인 치료의 활용도 가능해 질것으로 기대된다. 현재로써는 고실내 약물 주입술은 내이내 농도를 극대화하면서 전신적인 부작용은 줄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보조 치료법이다. 메니에르병에 대한 아미노글리코사이드 계열의 항생제 주입은 효과가 입증된 바 있고, 돌발성 난청에 대한 고실내 스테로이드 주입은 경구 약물요법에 대비한 효과가 아직 논란이 있지만 불응군에 대한 병용요법이나 전신 부작용이 우려되는 환자에 대한 차선요법으로 외래환경에서 어렵지 않게 시행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