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분당차병원 외과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관범이라고 합니다. 처음 천체관측이라는 취미에 대해 소개해달란 부탁을 받았을 땐 참 난감했습니다. 천체관측에는 정말 다양한 분야가 있습니다. 천체사진 촬영, 안시 관측, EAA(electro assisted astronomy) 등으로 크게 분류할 수 있으며, 천체사진 촬영은 행성 촬영과 deep sky 촬영, 안시 관측은 쌍안경을 이용한 관측과 대구경 망원경을 이용하는 관측, EAA는 직접 장비를 사용해 관측하는 방법과 허블이나 제임스웹 망원경 등이 촬영한 이미지를 감상하는 형태 등이 있습니다. 저는 주로 deep sky 촬영을 하고 있고, 보조로 쌍안경을 이용한 관측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같이 관측 다니는 별친구분들의 대구경 망원경을 이용한 관측도 놓치지 않고 있죠. 하여 오늘은 제가 관측하는 세 가지 형태의 천체관측에 대해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관측을 위해서는 무엇이 가장 필요할까요? 보통은 망원경을 가장 많이 떠올리실 겁니다. 하지만 저를 비롯한 별지기들은 어두운 하늘이라 답할 겁니다. 아쉽게도 한국 밤하늘은 매우 밝습니다. 서울 하늘에서는 2등성도 관측하기 힘든 경우가 대다수죠. 대기 투명도가 좋은 겨울이 아니면 밤하늘에서 별을 10개도 찾기 힘듭니다. 하여 저를 비롯한 별지기들은 20kg 이상에 육박하는 장비들을 챙겨 강원도 어두운 밤하늘을 찾아 헤맵니다. 이때 어두운 밤하늘을 찾기 위한 좋은 도구가 있습니다. ‘광해지도’를 이용하여 하늘이 어두운 지역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PET CT 화면과 비슷해 보이는 그림은 제가 사용하는 광해지도로 한국의 광해정도를 보여주는 지도입니다. 이러한 지도를 이용해 접근 가능한 곳 중 최대한 어두운 곳을 찾아 관측을 떠나는 겁니다. 하지만 처음 관측부터 강원도 두메산골을 찾아 떠나시기엔 어려움이 있겠죠? 그래서 보통 처음 입문하시는 분들께는 천문대 관람이나 유명 관측지 방문을 권해드립니다. 화천 조경철 천문대, 양평 벗고개 터널, 연천 고달사지와 호로고루, 영양 반딧불이 천문대 등을 한번 방문해 보시면 은하수도 감상할 수 있고, 서울이나 도시에서는 볼 수 없었던 수많은 별을 감상하실 수 있을 겁니다.
관측할 장소를 찾았으면 이제 관측에 사용할 도구를 정해야겠죠. 우선 망원경이 필요할 것입니다. 망원경은 크게 3가지 타입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굴절 망원경, 반사 망원경, 복합광학계 망원경. 굴절 망원경은 깔끔하고 예리한 상이 장점이며 다른 망원경 대비 관리가 수월한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구경이 커질수록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아마추어 입장에서 구경이 6인치를 초과하는 굴절 망원경을 마련하기에는 부담이 있습니다. 또한 굴절 망원경에서는 색이 분리되어 초점면에 맺히는 색수차가 발생하는 단점도 있습니다. 이 색수차를 극복하기 위해서 초점비를 높인다던가, 색수차를 줄여주는 렌즈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굴절 망원경을 이용한 안시 관측 시에는 행성과 일부 밝은 심원천체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사 망원경 대비 관리가 용이하고, 부피가 작아 사진 촬영에서는 굉장히 선호되는 망원경입니다. 반사 망원경은 구경 대비 가격이 굴절 망원경과 비교하여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어 사진 촬영과 안시관측 모두에서 두루 사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돕소니안이라는 형태의 반사 망원경은 안시 관측에 있어서 거의 정답처럼 여겨지는 망원경입니다. 사진 촬영 시에도 별상이 굉장히 작게 촬영되어 선호되지만, 매번 광측을 맞추고, 코마 수차(주변부 별상이 늘어지는 형태)를 극복하기 위해 교정기를 사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복합 광학계 망원경은 굴절 망원경의 장점과 반사 망원경의 장점을 결합하기 위해 제작된 망원경으로 초점거리를 길게 만드는 경우가 많아 안시 관측 시에는 주로 행성 관측에 사용되며, 사진 촬영 시에는 행성과 작은 심원천체 대상 촬영에 사용됩니다. 다만 애석하게도 두 광학계의 단점도 공존해 같은 구경의 반사 망원경 대비 가격이 비싸고, 굴절 망원경 대비 관리가 까다로우며 반사 망원경만큼은 아니더라도 광축에 신경을 써줘야 합니다.

또한 안시 관측을 하기 위해서는 접안렌즈라고도 하는 아이피스가 필요합니다. 망원경의 배율은 망원경의 초점거리를 아이피스의 초점거리로 나눈 값이 배율이 됩니다. 예를 들면 초점거리가 1,500mm인 망원경에 초점거리가 15mm인 아이피스를 사용한다면 배율은 100배가 되는 것입니다. 때문에 안시관측을 하는 경우 다양한 초점거리의 아이피스를 구비해두어야 합니다. 사진 촬영은 망원경의 초점거리가 화각을 결정합니다. 그 때문에 사진 촬영을 주로 하는 별지기들은 2개 이상의 초점거리가 다른 망원경을 구비해둡니다. 저 같은 경우도 초점거리 400mm인 망원경과 1,300mm인 망원경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밤하늘에 관측할 만한 대상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가깝게는 태양계 천체인 달과 행성, 태양이 있고, 멀게는 우리은하에 존재하는 성운과 성단, 우리은하 바깥의 외부 은하 등이 있습니다. 이 외에도 유성우라던가 혜성, 일식, 월식 등의 천문 이벤트도 다양합니다. 그 때문에 관측을 나가신다면 어느 대상에 집중할지 사전에 계획을 세워둬야 합니다. 그리고 위에서 살펴봤듯이 관측 대상에 따라 필요한 장비도 달라집니다. 안시 관측을 할 경우 아이피스만 바꿔 끼면 다양한 배율로 대상을 관측할 수 있지만, 사진 촬영의 경우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초점거리에 따라 촬영할 수 있는 화각이 달라집니다. 안드로메다은하와 같은 거대한 대상(안드로메다은하가 차지하는 구역은 보름달보다 넓습니다!!)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초점거리 400~500mm 정도의 망원경을 사용하게 되며, 그보다 작은 불꽃놀이 은하 같은 대상은 초점거리 1,000mm 근처의 망원경을 사용해야 디테일한 구조를 살려 촬영할 수 있습니다. 행성은 그 크기가 매우 작기 때문에 초점거리 2,000mm 근처의 망원경을 사용하여 촬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때문에 본인이 그날 어느 대상을 촬영할지 미리 계획을 세워두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밤하늘이 다 똑같은 밤하늘이지 관측일을 따로 정해야 한다니? 이게 무슨 소리인지 궁금해하실 거 같습니다. 하지만 하늘에는 달이라고 하는 거대한 광원이 있습니다. 달이 있고 없고에 따라 관측 가능한 천체들이 크게 달라진다고 하면 믿기실까요? 안시관측을 예로 들면 달이 가장 밝은 보름에도 행성이나 구상성단, 산개성단 등은 관측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은하를 관측할 경우 핵 이외에 나선팔의 구조 등을 감상하기에는 하늘이 너무 밝습니다. 일부 밝고 거대한 성운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성운도 관측하기 힘들어집니다. 반면 달이 뜨지 않는 그믐에는 은하 나선팔의 암흑대까지도 분리하여 관측이 가능해지며, 성운의 구조도 세밀하게 관측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별지기들은 항시 월령을 확인해 그믐 전후 1주에서 2주 정도를 관측 시기로 잡습니다. 이는 천문 달력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최근에는 핸드폰 기본 날씨 어플에서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달만 확인하면 관측일을 정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날씨도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구름이 있냐 없냐가 매우 중요하며, 좀 더 깊게 파고들면 상층운이냐 중층운이냐 하층운이냐, 관측지의 고도는 어떻게 되며 바람은 어떤지, 제트 기류는 어떤지, 습도는 어떤지까지 확인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제 막 시작하는 입장에서는 구름 상태 정도만 확인해도 충분합니다. Windy.com이나 meteoblue 라는 사이트 또는 어플에서 1~2주간의 일기 예보를 확인할 수 있어 많은 별지기들이 이를 이용해 월령과 날씨를 고려하여 관측일을 정합니다.

이상 천체관측에 입문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들을 간략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사실 말씀드리고 싶고, 말씀드려야 할 내용들이 훨씬 많습니다. 적도의와 경위대, 카메라의 센서 크기, 아이피스의 시야각, 광학계의 각종 수차, 광학 필터 등등 하지만 그 내용들을 다 설명드리기 위해서는 내용이 너무 방대해져 이번에는 입문하기 전 알아두어야 할 필수적인 내용들에 대해서만 말씀드렸습니다. 제 글을 바탕으로 결정하시기엔 정보가 부족하지만 가장 중요한 결정이 남았습니다. 천체사진 촬영을 주로 할 것인가? 아니면 안시 관측을 할 것인가? 두 관측 형태를 병행할 수도 있지만 요구되는 장비와 환경이 달라 대부분의 별지기들은 둘 중 한 형태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안시관측과 천체사진 촬영은 그 매력이 서로 달라 어느 한 형태를 추천드리긴 어렵습니다. 안시관측은 내 손으로 직접 관측 대상을 찾아낸다는 성취감과 눈으로 직접 천체를 들여다보는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또한 암적응을 거쳐 보이지 않던 어두운 구조와 대상을 관측해 낸다는 성취감도 있습니다. 천체사진 촬영은 책이나 인터넷에서 보던 대상을 직접 촬영하여 그 데이터를 모으고 내가 직접 그 데이터를 가공해 눈에 보이는 사진으로 만들어낸다는 희열이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와이프나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천체관측이라는 취미 분야로 이끌기에도 좋고, 자랑하기에도 좋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천체 관측을 하면서 세상과 단절되어 산속에 저 혼자 또는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 서너 명과 고립되어 있는 상황 또한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선생님들께서도 천체관측이라는 취미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경험해 보신다면 진료 현장에서 겪는 스트레스와 피로를 씻어낼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