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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NTian April 2026

이비인후과 연구와 AI의 만남 :
디지털 바이오 시대, 비과학은 어떻게 달라질까?
고려대학교병원(안암) 신재민

의학 연구는 새로운 도구와 함께 발전해 왔다. 최근에는 유전체학, 전사체학, 단백체학과 같은 오믹스 기술에 더해 인공지능(AI)이 빠르게 접목되면서, 질환을 이해하고 연구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이비인후과, 그중에서 비과학은 이러한 변화와 특히 잘 맞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비점막은 비교적 접근이 용이하고, 내시경 영상, 조직, 비강 분비물, 증상 정보 등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비과 연구는 증상, 내시경 소견, 영상검사, 조직병리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물론 이러한 접근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알레르기 비염이나 만성 부비동염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같은 진단명 아래에서도 임상 양상과 치료 반응이 매우 다르다는 사실을 자주 경험하게 된다. 어떤 환자는 비루와 재채기가 두드러지고, 어떤 환자는 코막힘이 주증상이며, 어떤 환자는 치료에 잘 반응하지만 또 다른 환자는 쉽게 조절되지 않는다. 이러한 차이는 결국 같은 질환 안에도 서로 다른 생물학적 특성이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러한 이질성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는 기술이 바로 단일세포 RNA 시퀀싱(single-cell RNA sequencing)이다. 기존의 bulk 분석이 평균적인 정보를 보여주었다면, 단일세포 분석은 비점막을 구성하는 각각의 세포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 더 정밀하게 보여준다. 어떤 상피세포가 활성화되어 있는지, 어떤 면역세포가 염증을 주도하는지, 점액 분비와 조직 재형성에 관여하는 분자들이 어디에서 발현되는지를 세포 수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알레르기 비염과 같은 흔한 질환을 보다 정밀하게 이해하고, 향후 새로운 바이오마커나 치료 타겟을 찾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된다.

또한, 비강 분비물은 비과학이 가진 매우 큰 장점 중 하나이다. 비침습적으로 반복 채취가 가능하고, 점막의 염증 상태를 반영할 수 있어 환자 맞춤형 바이오마커 연구에 적합하다. 예전에는 콧물을 단순한 증상의 결과물로 생각했다면, 이제는 그 안에 담긴 단백질과 분자 정보를 통해 질환의 상태를 읽어내고 치료 반응을 예측하려는 연구가 가능해지고 있다. 여기에 단일세포 분석 결과까지 더해지면, 특정 단백질이 어떤 세포군과 연결되는지, 실제 임상 증상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보다 입체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Single-cell transcriptomic analysis workflow]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AI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AI는 단순히 영상을 자동 판독하는 기술에 머무르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 다른 층위의 데이터를 연결하고, 사람이 한눈에 보기 어려운 복잡한 패턴을 찾아내는 데 강점을 가진다. 비과학에서는 내시경 영상, 증상 정보, 조직 소견, 단일세포 데이터, 단백체 데이터를 함께 다루게 되는데, 이러한 다층적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해석하는 데 AI가 중요한 연구 도구가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AI는 연구를 대신하는 기술이 아니라, 임상과 기초 데이터를 이어주는 연결고리라고 할 수 있다.

[위 문단을 프롬프트로 제작한 AI 이미지(좌), 심플하게(우), created by Gemini]

하지만 이러한 연구는 결코 한 사람의 힘만으로 이룰 수 없다. 최근의 디지털 바이오 연구는 임상 경험만으로도, 특정 실험 기술만으로도 완성될 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임상의는 환자에서 출발한 중요한 질문을 제기할 수 있지만, 이를 실제 데이터로 풀어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저 역시 단일세포 분석과 관련해서는 의과대학 의료정보학교실 교수와 협업하고 있으며, 비강 분비물을 이용한 단백체학 연구는 전문 분석 회사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데이터를 AI 기반으로 통합하고 해석하기 위해 정보대학의 컴퓨터공학과, 인공지능학과 교수진과도 협력하고 있다.

디지털 바이오 시대의 비과 연구는 결국 더 정밀하고, 더 예측 가능하며, 더 환자 맞춤형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러나 그 출발점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좋은 질문이다. 왜 어떤 환자는 더 심하게 앓는지, 왜 어떤 환자는 치료 반응이 떨어지는지, 왜 어떤 환자에서는 재발이 잦은지와 같은 임상적 질문이 연구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이비인후과 의사, 의료정보학자, 데이터과학자, 공학자, 그리고 산업계 파트너가 함께하는 협업 구조가 필수적이다.

이비인후과 연구와 AI의 만남은 이제 시작 단계에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앞으로의 비과학은 더 이상 한 전공자나 한 연구실의 노력만으로 발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임상 현장의 문제를 중심에 두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연결하는 협업이야말로 디지털 바이오 시대 비과 연구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 속에서 이비인후과는 오히려 가장 앞서갈 수 있는 분야 중 하나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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