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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NTian April 2026

하루 전 시작된 양측 청력저하로 온 군인 국군수도병원 어태성

안녕하십니까. 저는 현재 국군의무사령부 국군수도병원 이비인후과에서 군의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어태성이라고 합니다. 군 병원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유독 자주 그리고 깊이 있게 접하게 되는 '소음성 난청' 환자, 그중에서도 제 뇌리에 깊게 박힌 한 해병대 일병 환자의 씁쓸하면서도 인상 깊었던 경험을 나누고자 합니다.

훈련 중에 발생한 급성 청력 저하나 이명, 이충만감을 주소로 내원하는 환자들이 매우 많은데, 환자의 나이, 계급, 증상 발생 시기 등이 진단에 큰 힌트가 됩니다. 징병제 국가의 특성상 신체검사를 거치기 때문에 6분법 기준 45dB HL 근처의 경계선상 청력 저하를 가진 인원들이 본인도 모른 채 현역으로 입대하는 경우가 더러 있긴 하지만 Moderate hearing loss 환자는 원칙적으로 현역 입대하지 않습니다. 역설적으로 이처럼 젊은 나이의 난청은 사회에서는 흔치 않기에, 평소 청력이 정상이었을 것이라 가정하고 진료에 임할 수 있다는 점이 진단에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한편, 훈련을 열외하거나 다른 이차적인 이득을 목적으로 병원에 내원하여 청력검사 시 고의로 반응을 조작하는, 이른바 '꾀병(Malingering)' 환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다행히 이음향방사(OAE) 검사 등이 있어 이들의 진위를 감별하는 데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청성뇌간반응(ABR)과 같은 객관적 검사는 당일 시행이 어렵고, 돌발성 난청에 준하는 고용량 스테로이드 치료는 부작용의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합니다. 따라서 환자에게 다른 이차적 이득을 노릴 만한 동기가 있는지, 정말로 들리지 않는 것이 맞는지, 증상이 갑작스럽게 발생했는지 등을 면밀히 묻고, 실제 진료실에서의 의사소통 태도와 청력검사 결과가 일치하는지를 교차 검증하며 옥석을 가려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이다 보니 나름의 통찰이 생겼습니다. 상대적으로 외진을 오기 수월한 상병이나 병장보다는, 부대 눈치를 보느라 진료를 오기 힘든 이병이나 일병, 특히 훈련 기간 중 한두 번씩 외진을 몰아서 오는 훈련소 용사 중에 단순 대증 치료를 넘어선 적극적 치료를 요하는 비율이 확연히 높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짧은 시간 내에 수많은 환자 속에서 중증을 걸러내기란 참으로 어렵습니다.

환자 이야기

(※ 아래의 환자 이야기는 환자와 저 모두 군인이라는 특수한 신분을 고려하여, 환자의 개인정보 보호 및 군사 보안을 위해 제가 겪었던 실제 경험의 핵심적인 의학적 사실만을 차용하고, AI의 도움을 받아 서사적인 소설 형식으로 각색하였음을 미리 밝힙니다. 환자 진료에 도움을 주신 수도병원 고성민 선생님 감사드립니다.)

작년 겨울, 오전 외래가 끝날 무렵 급하게 접수된 해병대 일병 환자 한 명이 오후 진료실에 들어왔습니다. 접수 시간을 보니 꽤 먼 부대에서 온 듯한데, 환자의 첫인상은 무척 주눅이 들어 있었고 덤덤해 보였습니다. 오전 처방된 순음청력도(PTA)를 확인한 저는 순간 눈을 의심했습니다. 좌우 편차는 있었지만, 양측 귀 모두 심각한 수준으로 청력 역치가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림 1. 순음청력도. (AI로 작성함)

초진 기록에는 '하루 전 사격 훈련 실시 후 청력저하'가 적혀 있었습니다. 사격 후 난청은 적지 않게 발생하는 일이지만, 이렇게 양측 청력이 심하게 떨어지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오래된 청력저하라기엔 이 청력으로 현역 입대는 불가능할 것이고, 순간 '검사를 제대로 한 게 맞을까?' 하는 의심이 들어 당일 확인 가능한 이음향방사(OAE)와 어음청력검사(Speech audiometry)를 즉시 추가로 처방했습니다.

한 시간 뒤 나온 OAE 결과는 명확했습니다. 이 일병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어음청취역치(SRT)는 우측 55dB HL, 좌측 65dB HL. 어음명료도(WRS)는 우측 75dB HL에서 72%, 좌측은 75dB HL에서 32%까지 곤두박질쳐 있었습니다. 여전히 남아 있는 의구심에 저는 마스크를 내리고 아주 크게 물었습니다.

"너 어제부터 안 들리기 시작한 게 확실해? 그전에는 정말 괜찮았고?" 환자는 제 입 모양을 유심히 보더니 머뭇거리며 대답했습니다. "네, 어제 사격하고 나서부터 ‘삐’ 소리가 나더니 이렇게 됐습니다."

상황은 명백했습니다. "야. 너 지금 돌발성 난청이 아주 심하게, 그것도 양쪽 귀에 다 왔어. 이거 무조건 입원해서 치료해야 해. 당장 수속 밟아."

그런데 환자는 극구 입원을 사양했습니다. 자기가 여기서 빠지면 부대 일과에 큰 지장이 생기고 선임들 눈치가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본인이 없어도 군대는 잘 돌아가는데... 골든타임이 날아가고 있었기에, 저는 간부와 필요하면 직접 통화하겠다며 반강제로 입원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수도병원 이과 고성민 선생님에게 물었습니다.

"형, 양측 써든(Sudden SNHL)이 흔해? 게다가 한쪽은 WRS가 30대인데?"
"엥? 무슨 환자인데? Speech가 그러면 Central도 감별해야 할 거 같은데. 다른 증상 없어?"
"아까 오전 외래 마지막쯤에 형이 초진 봤던 해병대 일병. 좀 말귀 못 알아듣는 애. 걔 양측 써든이야. 내가 혹시나 해서 추가로 OAE랑 Speech 했는데 진짜 꾀병 아니고 문진 확인해도 써든 맞어."
"아, 그 어제 사격하고 귀 먹먹하다던 애? 어... 잠깐만. 그러면 걔 내가 추가 문진 좀 다시 해야겠는데?"
"응? 써든 환자인데 뭐 더 물어볼 게 있어?"
"어, 몇 가지 좀 확인할 게 있어서 그래. 환자 병동 올라오면 연락 줘."

이후 병동에서 이과 전문의 고성민 선생님과 환자의 면담 결과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고 선생님이 보여준 휴대전화 사진 속에는 성인의 손바닥 길이만 한 거대한 총알이 있었습니다.

그림 2, 3. M107, 50 BMG

"태성아, 얘 이거 쏘고 귀 나간 거야. 대물 저격 소총(전차나 구조물 등을 공격하기 위한 저격 소총)."

환자는 대물 저격 소총 첫 사격이었으며, 사격 직전 이어플러그를 착용했으나, 엄청난 반동과 진동 탓에 중간에 양쪽 이어플러그가 모두 빠져버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군기가 바짝 든 일병은 감히 사격을 중지하겠다고 손을 들지 못했고, 그 끔찍한 굉음 속에서 무려 60발을 쏘아댔던 것입니다. 그제야 양측 청력이 심하게 날아간 퍼즐이 맞춰졌습니다.

"태성아, 얘는 내가 오전에 초진 보기도 했고, 어지럼증도 동반되어 있고, 난청 정도가 워낙 심해서 내가 데려갈게."
"아냐 형. 써든이면 나도 충분히 볼 수 있는데? 괜찮아, 내가 볼게."
"아냐, 나 오늘 얘 바로 양쪽 덱사(고막 주사) 하려고. 시간이 없어."
"...아, 그래? 상황이 많이 안 좋구나. 알았어 형. 그럼 내가 아까 MRI 처방 내놓은 거 있으니까, 도의적으로 내가 MRI 동의서 받으면서 주치의 변경된다고 설명할게."

동의서를 받기 위해 환자를 병동 컴퓨터 앞 의자에 앉혔을 때는 이미 오후 4시가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늦게 입원하는 바람에 심전도랑 X-ray를 내일 찍어도 되는 지와 오늘부터 스테로이드 시작할지 병동 간호장교가 물어왔습니다. 검사 결과 상관없이 경구 스테로이드 약은 미리 병동에 올려달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러고는 MRI 동의서를 설명하려는 데, 환자의 휴대전화가 요란하게 울렸습니다. 화면을 본 일병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습니다. 꼭 받아야 하는 번호라는 눈치였습니다. 받으라고 고갯짓을 했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간부의 화난 목소리가 희미하게 새어 나왔습니다.

전화를 하는 데 간부의 말을 절반 이상 못 알아듣고 있는 것이 분명했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다가 저는 환자의 폰을 스피커폰으로 전환한 뒤 그의 오른쪽 귀에 바짝 대주었습니다. 해병대의 군기는 아직 매서웠습니다. 간부는 불같이 화를 내고 있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네... 죄송합니다."

제대로 듣고 있는 건지 계속 똑같은 말만 대답하고 있습니다. 본인은 잘 못 듣고 있지만 스피커폰이다 보니 어떤 상황인지 다 들립니다. 환자가 입원 수속을 밟기 위해 부대에 제출할 진단서를 떼어 인솔 간부에게 전달해야 했는데, 난청 때문에 원무과의 설명을 전혀 알아듣지 못해 무조건 "알겠습니다. 그렇습니다."만 외치고 병동으로 올라와 버린 것입니다. 간부는 다른 외진 용사들을 인솔해서 복귀해야 하는데 이 일병 하나 때문에 오후 늦게까지 발이 묶여 화가 단단히 난 상태였습니다. 4시 반이 가까이 되었으니… 돌아가면 6시가 넘을 겁니다.

하지만 간부가 아무리 소리를 질러봤자 지금 이 환자에게는 그저 의미 없는 소음일 뿐이었습니다. 이 돌발성 난청은 본인의 의지로 생긴 것도 극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건만, 순박한 이 친구는 그저 움츠러든 어깨로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었습니다.

"야. 내 신경 쓰지 말고, 지금 당장 1층 원무과로 뛰어가서 하라는 대로 서류 떼다 주고 얼른 올라와."

환자에게 알 수 없는 미안함과 씁쓸함이 밀려왔습니다. 애초에 제가 양측 돌발성 난청이 드물기도 하고 꾀병을 무조건 반사적으로 감별하겠다고 OAE와 SA를 처방 낸 나의 잘못도 있었겠죠. 또, 용사의 잘못이라면 그 엄청난 굉음 속에서 이어플러그가 빠졌음에도 사격을 중지하겠다고 소리치지 못한 것, 본인의 몸보다 부대의 규율과 눈치를 먼저 챙긴 것 정도일 것입니다. 아니면 원무과의 설명을 이해하지도 못했으면서 군기 때문에 조건반사적으로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해버린 그 맹목적인 순종이 잘못이었을까요?

환자가 다시 올라오자마자 동의서 작성, 양측 고막 주사(IT Dexa)가 시행되었고, 바로 스테로이드 복용이 시작되었습니다.

참으로 뼈아픈 아이러니였습니다. 어떤 병사들은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올 때부터 한쪽 귀에 에어팟을 낀 채 당당하게 약을 타가거나 꾀병으로 불필요한 검사 수요를 만드는 데, 어떤 병사는 조국을 지키기 위한 훈련 속에서 양쪽 귀가 멀어 버렸음에도 눈치가 보여 주눅 들어 있습니다. 분단된 징병제 국가의 군의관으로서 이 가슴 답답한 아이러니는 제 군 생활 내내 짊어지고 가야 할 무게인 듯합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스테로이드 치료는 적절하게 작용했습니다. MRI는 정상이었고 입원 기간 고막 주사 5차례도 고성민 선생님이 잘해 주셨고, 증상 발생 한 달 뒤 외래에서 일병의 순음청력검사 결과는 정상은 아니지만 꽤 회복되어 있었습니다.

그림 4. 호전된 청력도, fu 1달 뒤

환자는 무사히 저격소대 부대로 복귀했지만, 그 사이 또다시 훈련 중에 귀마개를 제대로 챙기지 못해 소음에 노출되지는 않을지 여전히 제 마음 한구석에는 작은 걱정이 남아 있습니다. 최종 6개월 뒤 청력도는 더 개선되기를 빌면서…

결론

앞선 사례는 임상적으로 급성 음향 외상(Acute Acoustic Trauma, AAT)에 해당합니다. AAT로 인해 돌발성으로 발생한 감각신경성 난청은 특발성 돌발성 난청(Idiopathic SSNHL)의 치료 프로토콜과 거의 동일하게 접근합니다. 고용량 경구 스테로이드 제제를 투여하며, 호전이 없을 경우 고실 내 스테로이드 주입술을 병행이 필요합니다. 통상적인 소총 사격의 경우, 우측 사수의 좌측 귀(총구 방향)가 더 큰 손상을 입는 비대칭성 난청이 교과서적이며 두개골이 음파를 막아주는 두영 효과(Head shadow effect) 때문에 생깁니다. 물론 이러한 난청의 비대칭성 정도는 사격 기간, 사격 횟수, 주시안(eye preference), 그리고 양측 귀의 생리학적 차이 등 여러 인자에 의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물 저격 소총(M107)과 같이 물리적 한계를 초과하는 극한의 폭발성 충격음(Blast overpressure, 180dB SPL 내외)과 진동 환경에서는 이러한 두영 효과가 무색해지며, 본 사례와 같은 '양측성 급성 소음성 난청'이 생길 수 있습니다[1, 2].

하지만 의학적 치료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예방과 보호(Protection)입니다. 음향 외상에 한 번 노출된 청신경과 유모세포는 장기적으로 비가역적인 소음성 난청(NIHL)으로 고착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따라서 소음 노출이 불가피한 병과의 용사들에게는 귀마개(Earplug)와 귀덮개(Earmuff)를 이중으로 착용하는 등 적극적인 청력 보호구 사용에 대한 철저한 교육이 필수적입니다.

군의관으로서 진료실에 앉아 있으면 군 의료 체계와 병역 의무가 낳는 아이러니에 무력감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묵묵히 희생을 감내하는 수많은 청춘도 있기 때문에 저희 군 의료진의 존재 이유가 명확해집니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군의관 선생님들과 모든 국군 장병들이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게 복무를 마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참고문헌]

  1. Yong JS, Wang DY. Impact of noise on hearing in the military. Mil Med Res. 2015 Feb 25;2:6.
  2. Meinke DK, Finan DS, Flamme GA, Murphy WJ, Stewart M, Lankford JE, Tasko S. Prevention of Noise-Induced Hearing Loss from Recreational Firearms. Semin Hear. 2017 Nov;38(4):267-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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