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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NTian December 2021 W-ENTian December 2021

스키-스노보드와 스포츠 외상 건양의대 건양대학교병원 이기일

건양의대 건양대학교병원 / 이기일

서론

필자는 운동신경이 뛰어나지는 않고 잘하는 것도 아니지만 여러가지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다. 귀차니즘 때문에 주로 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학창시절에는 축구를 좋아했고 겨울에는 스키 타는 것을 즐겨했다. 초등학교 5학년때 보이스카웃 생활을 하며 (현재도 있는) 베어스타운 스키장에서 겨울방학에 단체로 스키를 배울 기회가 있었다. 어릴 때 배워서 그런지 2박 3일 단체 스키 강습을 받았는데 처음이었지만 마지막날에는 초급자 슬로프를 타고 내려왔던 걸로 기억한다. 영어도 그렇지만 운동도 어릴 때 배워두면 몸이 자연히 기억하는 것 같다. 그러고 보면 벌써 스키를 처음 배운지도 30년이 넘어가고 있다. 그런면에서 성인이 되어 늦게 배운 골프는 시간과 돈을 아무리 투자해도 늘지 않는 건 당연한 거라 나름대로 위안을 삼는다. 스키를 아주 잘 탄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최상급자 슬로프도 어떻게든 내려올 정도는 된다. 물론 폼과 내려오는 시간은 고려하지 않고 말이다.

하지만, 운동에서 자만이란 금물이다. 벌써 10년이 지난 이야기이긴 하지만 당시에는 안 넘어지면 된다는 생각으로 자주 풀리면 귀찮아서 부츠와 스키를 고정하는 바인딩 강도(딘 강도)를 많이 높여놓고 탔다. 넘어지면 부츠가 자연히 풀려야 하는데 2월말에 눈이 거의 녹아서 설질이 안 좋은 상태에서 타다가 눈이 쌓여있는 곳에 스키가 깊이 박혔는데 부츠가 풀리지 않은 채로 발목이 안에서 돌아갔다. 신기하게도 스키를 처음 배웠던 그 곳에서, 처음 배운지 20년쯤 지난 후에 생긴 일이다. 발목 골절이 되고 plate, screw 6개를 박는 ORIF 수술을 받았다. 군의관 시절이라 나중에 제거 수술 할때는 군인정신으로 참을 수 있다고 국소마취 주사만 맞고 그냥 수술 받았던 기억이 난다.

이제 조금있으면 본격적인 겨울 스포츠 시즌이 다가오고 동계올림픽도 다시 열린다. 스키, 스노보드와 스포츠 외상에 관해서 필자의 경험과 함께 간단하게 리뷰해볼까 한다.

평창 동계올림픽 의무지원

발목을 다치고 나서 한참 스키는 잊고 살았는데 우리나라에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면서 잠자고 있던 스키 본능이 일깨워졌다. 우연한 계기로 OSME라고 하는 의사 선생님들 스키 동호회에 가입하게 되고 올림픽 스키 경기구역에 의무지원을 제안 받았다. 월드컵이나 왠만한 선수권 대회 수준에서는 의료진이 전체 1~2명이면 충분하지만 올림픽은 레벨이 달랐다. 모든 경기에 세부구역마다 의료진이 상시 배치되어 있어야 하는데 문제는 설상 경기장이었다. 올림픽 경기장이라 경사도가 장난이 아닌데다 슬로프 바닥을 일부러 얼려놓아서 일반인은 그냥 서있기도 힘든 정도였다. 스키를 잘 타면서 올림픽 기간에 오랜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의사 선생님들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아마 필자에게도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는데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평생 좋은 추억일 것 같아서 해보는 걸로 결정했다. 당시 공공병원에 근무할 때라 시간 내는 건 비교적 가능한 편이었고 슬로프 배치는 최대한 어렵지 않은 곳으로 해달라고 부탁했다. OSME 팀 선생님들과 매주 스키 및 의무지원 시뮬레이션 연습을 하고 나름대로 올림픽 출전(?) 준비를 했다.


그림 1. 평창올림픽과 의무지원

프리스타일 경기가 열린 휘닉스파크에 배치되었는데 워낙 다이나믹한 종목들이라서 경기 중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울룩불룩한 둔덕에서 내려오는 모굴, 레일이나 테이블 같은 기물에서 점프해서 내려오는 슬로프스타일, 4명 선수가 여러 지형지물에서 경주하는 스키 크로스, 두 선수가 나란히 내려오면서 기록경주하는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종목이 열렸는데 경기구역 의사는 부족해서 결국 모든 종목에 투입되었다. 개막하고 초반에 시작한 슬로프스타일 경기에서 선수가 착지하다가 손목 골절이 발생해서 직접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시행했고, 스키 크로스에서도 발목골절, 골반골절 환자가 생겨서 후송하기도 하였다. 생각보다 환자는 많은 편이었고 심한 부상도 발생하고 할 일이 많았다. 이비인후과 전문의로서가 아니라 의사로서 정형외과, 신경외과적으로 일했던 것 같다. 엄청 추웠고 일도 많이 했지만, 평생 기억할 소중한 추억을 만들었고 우리나라 설상 종목 첫 메달을 딸때 현장에서 일했던 보람도 있었다 (그림 1).

스키-스노보드에서의 머리-얼굴 손상

스키-스노보드 중 머리-얼굴 손상은 일반인의 경우 주로 넘어지면서 바닥에 떨어지거나, 다른 사람과 부딪히거나, 본인 스키 장비에 부딪히거나 스키장 시설(기둥, 벽)에 충돌하거나 리프트를 타고 내리다가 발생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머리나 얼굴을 먼저 다치게 된다. 반면, 선수의 경우에는 빠른 속도로 내려오다가 중심을 잃어 다치는 경우가 많은데 공중, 스키나 보드, 팔다리, 골반, 등, 머리 순으로 부딪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헬멧의 뒷부분이나 옆부분에 충격이 가해지는 경우가 많다. 평창 올림픽 때 선수들의 머리-안면 손상은 두부 15건, 안면 10건, 치아-치조골 1건 순이었다. 연조직 손상은 스노보드에서 많은 편이고 치아 손상은 스키에서 더 많으며 안면골 골절은 스노보드, 스키 모두 비슷하다. 모든 안면 외상 환자에서 마찬가지 이지만 ABC에 맞춰 경추 손상 확인 후 기도유지(A), 호흡확인(B), 혈액 순환 확인 및 활동성 출혈 처치(C), 뇌신경 검사, 눈, 귀, 코, 입, 목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찰과상의 경우에는 충분히 세척하고 연고 등을 이용한 습식 드레싱, 비접착식 드레싱이 유용하고 타박상의 경우에는 대부분 보존적 치료로 충분한 경우가 많다. 다만, 두부나 눈 부위 타박상에서는 당장 큰 문제가 없더라도 CT 및 안과 검사를 받아 정확한 확인을 하는 것이 좋다. 얼굴 뼈 골절 중 광대-상악 복합 골절이 가장 흔하고 안와 외향 골절이 두번째로 흔하다. 대부분 응급 상황은 아니고 수술이 필요하면 대부분 2주 이내에 시행하게 된다. 다만, 활동성 출혈, 심박수 저하, 구역 구토, 두통 등의 증상 시에는 응급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치아-치조골 손상은 불완전 탈구의 경우 가능하면 조심스럽게 정복하고 치과 병원으로 이송하고 골절의 경우 크게 부러졌다면 건조하지 않게 하여 치과 병원으로 이송하며 완전 탈구의 경우 씻어서 소켓에 다시 넣거나 건조하지 않게 하여 가능한 빨리 이송한다.

스키-스노보드에서의 정형외과적 손상

평창올림픽 당시 프리스타일 경기들이 열린 휘닉스파크에서 여러가지 부상 및 후송건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림 2). 대한 정형외과학회 자료에 따르면, 스키 부상의 경우 다리가 72%로 가장 많은데 무릎 46%, 정강이 등 하퇴부 30%, 발과 발목이 16%, 대퇴부 8%으로 무릎 부상의 비율이 높다.
무릎 인대 손상은 스키 앞 쪽이 눈에 걸려 스키가 바깥쪽으로 돌아가는 상황, 즉 외전-외회전 기전이 주로 알려져왔다. 이런 경우 전방십자인대와 내측측부인대의 손상이 동반하게 된다. 한편, 내측측부인대 손상을 동반하지 않는 전방십자인대 손상만 있는 경우도 있다. 스키어가 중심을 잃고 양 스키가 벌어진 상태에서 주저 앉으면, 아래쪽 스키 꼬리의 내측날에 엣지가 걸려서 갑자기 스키가 내회전하게 된다. 과굴곡 상태에서는 근육의 방어기전이 작동하기 어렵기 때문에 적은 회전력에도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될 수 있는데 가상의 발이 다리를 회전시킨다는 의미에서 ‘유령발 기전 Phantom Foot Mechanism’이라고 불린다.


그림 2. 평창올림픽 부상, 후송건수 (경기장별, 후송 병원별)

이에 비해 앞 뒤로 넘어지면서 상지에 충격을 받게 되는 스노우보드는 상지 부상이 압도적으로 많고 또한 엉덩이로 주저 앉으면서 척추, 허리 부상이 많이 생긴다. 스노우보드 부상 중 상지 부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50% 이상이다. 또한, 스노우보드 손상의 가장 큰 문제점은 손목 골절, 어깨 탈구, 골절 등과 같은 중상이 많다는 점이다. 스노우보드 손상은 장비 및 기술의 성격상 스키손상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는데 전체적인 손상의 절대 수는 스키보다 2~3배 많이 일어나며 젊은층만을 대상으로 조사하면 더욱 숫자가 늘어나는 추세이다. 부츠가 스노우보더들의 경우 스키어에 비해 부드럽기 때문에 과도한 발목관절 동작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발목뼈의 손상이 일어나기 쉽다. 한편, 보드의 바인딩은 풀어지지 않으므로 하지손상은 상대적으로 적고 무릎관절 손상도 적은 동시에 경미한 손상이 주로 일어나는 편이다.

결어

이제 본격적인 스키, 스노보드 시즌이 시작된다. 대부분은 괜찮지만 워낙 다이나믹한 스포츠이다 보니 부상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많은 분들께서 안전한 장비를 착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본인 실력에 맞게, 그리고 자만하지 않고 스키, 스노보드를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넘어졌을때는 의도하지 않게 2차사고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슬로프 중간에 누워있지 말고 신속히 안전한 쪽으로 이동하는게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원고를 위해 좋은 데이터와 레퍼런스를 제공해주시고 올림픽 의무지원 동료이기도 한 이호준 원장님(심미안 의원)과 오병학 교수님(건양대병원 정형외과)께 감사의 말씀드린다.

참고자료

  • 스키-스노보드에서의 머리-얼굴 손상 (대한스키협회 팀피지션 이호준, 대한스포츠의학회)
  • 서울대 스키부 50년사, 스키 및 스노우보드 손상의 최근 동향과 10년간 변화분석 (대한스포츠의학회, 김정환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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