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VID-19가 제 의사 인생에 끼친 영향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한 가지는 전공의 생활 내내 한 번도 해외 학회에 참석해 보지 못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문인석 교수님께서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리는 Tinnitus Research Initiative Conference 2023에 참석할 기회를 주셨을 때 기대가 컸고, 학회 두달 전부터 설레는 마음을 안고 학회를 기다렸습니다.
Tinnitus Research Initiative는 이명 연구의 국제적 협력을 이끌고 있는 협회로, 2006년부터 매년 국제 학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특히 2025년에는 서울에서 컨퍼런스가 열릴 예정이기에, 이번 학회에 한국에서 많은 선생님들이 참석하셨습니다. 학회는 더블린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2023년 6월 6일부터 2023년 6월 9일까지 열렸습니다. 첫날 Welcome reception이 트리니티 칼리지의 도서관에서 열렸는데, 아일랜드 국보인 9세기 복음서 ‘켈스의 서’가 보관된 관광지이기도 한 이 곳에서 술과 다과를 즐기며 서로 인사를 나누는 것이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림 1. Rhinoplasty용 rongeur.
사진 2. Welcome reception
사진 3. 포스터 앞에서 문인석 교수님과
제 발표 주제는 Intractable tinnitus 환자에서 Repetitive 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rTMS)과 Transcutaneous direct current stimulation(tDCS)의 outcome에 대한 비교였습니다.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두 방법 중 rTMS가 치료 후 이명 감소 속도는 빨랐지만, Long term result는 큰 차이가 없었고, 비용이나 부작용을 고려하면 tDCS가 우월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pulsatile tinnitus의 원인 중 하나인 paraganglioma의 endoscopic removal에 대한 포스터도 발표하였습니다.
학회는 의사들 뿐 아니라 해외의 다양한 연구자들과 파라메딕들 역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장이었습니다. 해외에서는 Neuroscience, psychology, audiology, computer science 분야의 Ph.D.들이 많이 참석하였는데, 우리나라는 이비인후과 전문의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 이명 진료를 전문의에게 보는 것이 특이한 일이 아니지만, 해외의 경우 겨우(?) 이명으로 의사를 보는 일이 쉽지 않아 이명 연구도 M.D.가 아닌 Ph.D.들이 많이 관여하고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비임상 영역의 연구 발표들을 보며 한편으로는 어렵기도 하고, 동시에 MD라고 해서 임상연구에만 국한되지 않고 더 영역을 넓혀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학회 둘째날 저녁에는 한국에서 참석하신 선생님들과 한식당에서 Korean Night 시간을 가졌습니다. 학회나 강의에서나 뵙던 여러 교수님들과 직접 만나고 교류할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사진 4. 리피 강 위의 한국 이비인후과 의사들
사진 5. Korean Night
사진 6. Gala dinner학회의 Gala Dinner는 트리니티 칼리지의 홀에서 열렸는데, 역대 총장들의 초상화가 그려진 홀도 아름다웠고, 아일랜드의 전통 음악과 춤도 재미있는 볼거리였습니다.
또한 일정이 잘 맞아 떨어져, 현재 군의관으로 복무 중인 남편과 함께 더블린과 골웨이 등 아일랜드 도시들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학회가 열린 트리니티 칼리지 자체도 더블린의 유명 관광지로서, 1592년부터 지금까지 인재들을 배출하는 유럽의 최상위 대학교 중 하나입니다. 오래된 건물들과 평화로운 잔디밭이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아일랜드 맥주하면 떠오르는 흑맥주, 기네스 공장에도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현지에서 마시는 기네스는 한국에서 먹던 것보다 더 끈끈하고 진한 맛이 느껴졌습니다. 그 외에도 더블린 성이나, 체스터비티 박물관, 그래프톤 거리 등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일랜드 사람들이 한국 사람과 성향이 비슷해서 음주가무를 아주 좋아한다고 하는데요, 시내의 많은 아이리시 바들이 밤 늦게까지 성업 중인 것을 보니 체감이 되었습니다.
사진 7. 밤 늦게까지 음악이 끊기지 않는 아이리시 바
사진 8. 아름다운 더블린 성일랜드의 서쪽 끝으로 가면 과거 유럽인들이 세상의 끝이라고 여겼던 ‘모허 절벽’이 나옵니다. 그 너머로는 아메리카 대륙에 닿을 때까지 끝이 없는 대서양이 펼쳐져 있으니 그렇게 여겼을 법도 해 보입니다. 모허 절벽에서 조금 이동하면 골웨이가 나오는데, 골웨이는 아일랜드 제3의 도시임에도 인구가 8만명 정도에 불과한 작은 어촌입니다. 아일랜드의 낮은 인구 밀도가 체감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골웨이는 영국의 팝 가수 Ed Sheeran의 노래 Galway Girl의 배경이기도 한데요. 더블린과는 다른 여유 있고 한적한 느낌과 아기자기한 도시 구성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사진 9. ‘세상의 끝’이라 불린 모허 절벽
사진 10. 골웨이의 해변 마을 풍경짧은 시간동안 밀도 있게 공부하고, 먹고, 마시고, 보고 온 시간이었습니다. 펠로우 생활 중 리프레쉬가 많이 되었고 지금도 한번씩 이때 사진들을 들춰보며 추억에 잠기고 있습니다. 이명이라는 질환은 아직 모르는 것이 너무도 많은 미지의 세계이지만, 그래서 연구할 것이 많이 남아있는 흥미로운 영역인 것 같습니다. 이번 학회를 준비하고 참석함으로서 이명에 대한 관심이 훨씬 더 커졌고, 2025년 서울에서 열릴 TRI 학회도 꼭 참석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