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샘은 침이 만들어지는 기관이고, 침샘에서 만들어진 침은 구강에서 다양한 기능을 합니다.”
침샘을 연구하는 저에게 있어 위의 문장은 아마도 제가 학회에서 발표할 때 가장 많이 하는 말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의학적인 면에서 침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지만 사회적, 심리적, 행동적, 문화적 환경에 따라 침은 긍정적인 의미와 부정적인 시각이 늘 공존해 왔습니다. 침에 대한 생각이 한 집단에서는 부정한 것일 수 있지만 다른 문화권에서는 축복의 수단이 되기도 하는 것이지요. 저는 이러한 침에 대한 양면성에 대해 이 글에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침의 긍정적인 내용부터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먼저 사람이 최초로 만든 술이 침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졌다는 것에 대해 아시는 분은 많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과거 남아메리카의 잉카제국 여성들은 자신의 침을 사용하여 옥수수와 같은 곡식의 전분을 가지고 술을 만들었습니다. 이들은 침에 존재하는 전분분해효소(아밀라제)의 도움을 얻어 곡식의 전분을 입으로 씹어 당화 시킨 후 이를 항아리에 보관하였고, 항아리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누룩 곰팡이에 의해 자연 발효가 되는 과정을 통하여 술을 얻었습니다. 이러한 위대한 발명의 과정은 현재까지도 남미의 치차(chicha)라는 음료수를 만드는 방식으로 전해내려 오고 있습니다. 치차라는 이름은 스페인어의 "chical"에서 유래되었으며, "침(타액)"이란 뜻으로 번역됩니다. 과거의 잉카인들은 의식 중 이 음료를 널리 사용했으며, 치차는 당시 사회 내에서 주요 경제 통화로 유통될 정도로 가치가 있었다고 합니다. 남미인들은 현재까지도 전통적인 방식으로 술을 만드는 것을 자랑스러워하고 자신들 문화의 필수적인 요소로 여깁니다.
<그림1. 남미의 전통 구작주 치차>
또 다른 침의 긍정적인 역할로 침은 귀한 음식 재료로써의 가치를 지닙니다. 제비와 비슷한 외형을 가진 칼새과(Apodidae)에 속하는 많은 새들은 둥지를 지을 때, 둥지를 만드는 재료를 붙이기 위해 점성 있는 타액을 생산하여 이를 접착제로 사용합니다. 일부의 새들은 타액만을 이용하여 둥지를 만들기도 합니다. 중국에서는 이러한 새둥지를 이용하여 스프 요리를 만드는데, 새둥지가 매우 귀한 식재료라 과거에는 황제에게만 올리는 요리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둥지는 타액의 분비물로 이루어진 가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칼슘, 철, 칼륨, 마그네슘과 같은 미네랄 함량이 높다고 합니다.
<그림2. 제비 둥지와 요리된 모습>
침의 또다른 기능의 상처의 회복입니다. 게인즈빌에 있는 플로리다 대학의 연구원들은 쥐의 타액에서 신경 성장 인자(NGF)를 발견하였고, 신경성장인자를 묻힌 상처가 대조군에 비해 두 배 빨리 치유되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또한 타액에서 세포재생인자(Epidermal Growth Factor)를 발견한 생화학자 Stanley Cohen은 1986년에 노벨상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성장인자 덕분에 타액은 상처를 치료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신경성장인자는 사람의 타액에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사람의 타액에는 뮤신, 면역글로블린, 락토페린, 리소자임과 같은 항균제가 포함되어 있어 상처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사람이 상처를 핥으면 소독이 된다는 사실은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핥는 행위 자체가 먼지와 같은 오염 물질을 제거하여 상처를 깨끗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감염체를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소말리족은 물집에 대한 일차적인 치료법으로 침을 사용하며, 마사이족은 침을 약초와 혼합하여 가벼운 상처 치료로 사용합니다. 이러한 방법이 원시적이기는 하지만 침은 일반적인 질병에 대한 손쉬운 약효를 발휘합니다. 아프리카의 한 지역에서는 침이 치료제를 넘어 영적인 의미를 지니기도 합니다. 월로프(Wolof) 부족 사람들은 침이 축복을 상징한다고 믿어 태어난 아이에게 침을 뿌리기도 합니다. 또한 그리스 어부들은 만선을 방해할 수 있는 모든 부정적인 요소를 막기 위해 그물을 뱃머리 위로 들어올리기 전에 그물에 침을 뱉는 관습이 있습니다.
물론 침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 관습에 의해 침을 뱉는 행위는 무례하고 금기시되기도 합니다. 서양에서는 바닥에 침을 뱉는 습관을 멈추는 데 있어서 위생적인 요소가 주된 이유였습니다. 결핵은 19세기와 20세기 초 유럽 인구를 황폐화시킨 재앙이었습니다. 당시 연구자들은 바닥에 침을 뱉는 행위를 금지하면 공기 중 세균이 퍼지는 위험을 줄여 결핵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서양과 동양의 역사에서 침을 뱉는 타구가 발견되는 것도 공공장소에서 예의를 지킴은 물론, 질병 확산을 줄이려는 의도도 있었습니다. 20세기에는 타구가 상점, 은행, 철도 객차, 호텔, 사무실 등 여러 장소에서 자주 발견되었고, 중국에서도 당나라 시대부터 타구의 사용이 시작되었으며, 현재 미국 대법원에서는 각 판사가 법정 좌석 옆에 타구를 두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코로나 전염병을 겪은 후 침에 다량의 바이러스가 포함된 것이 많이 알려져 침을 뱉는 것에 대한 금기가 더욱 강화되었습니다. 싱가포르에서는 침을 뱉을 경우 벌금이 부과될 수 있으며 심지어 체포될 수도 있습니다.
<그림3. 침을 뱉기 위해 청자로 만든 타구>
사실 침 자체는 죄가 없습니다. 구강의 위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본질이지만 질병을 매개하는 수단이 되고 사회적인 관습에 의해 나쁜 면들이 강화되는 것입니다. 의학적인 본질로 돌아와 침의 구강 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침은 윤활작용을 통해 입안의 운동을 원활하게 하고 음식물이 잘 섞이도록 하며 삼킬 수 있게 덩어리를 형성하도록 합니다. 침은 구강점막과 치아를 보호하고, 침에 존재하는 많은 항균물질의 작용을 통해 미생물을 조절하며, 지속적으로 구강을 깨끗하게 하는 자정작용을 합니다. 또한 침은 미각 자극 물질을 미뢰에 위치하게 하여 맛을 느낄 수 있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