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개원한지 1년이 되는 시점에서 글을 쓰게 되어 민망하고 조심스럽습니다. 이미 대학병원에서 교수생활을 하시고 이비인후과 개원을 하신 선배 원장님들이 이미 많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최근 국내 정세가 저출산 문제, 필수진료과의 전공의 지원율 감소, 정부의 2,000명 의대증원으로 촉발된 전공의 사직사태로 사회가 어수선한 시기라 무거운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우선 제가 어떤 마음으로 전공의와 대학교수 시기를 지내고 개원을 준비했는지 과정을 설명드리고 두 시기를 비교 요약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사실 저는 전공의 시절부터 집안형편이 여의치 않아 개원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전공의들과 동기는 전공의 시기에 대학원 진학을 하며 석사를 졸업하곤 하였지만 저는 대학원 진학을 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과장님은 비과 전문의셔서 코수술을 보다 관심을 가지고 배우고 있었고 이후 수석 전공의와 2년간 비과 전임의를 하면서 Septoplasty, ESS 등의 수술을 수십차례 집도하곤 하였는데 이러한 코 수술 경험은 추후 코가 아닌 귀질환을 이해하고 이관 관련 수술(E-tube ballooning 등)을 시행할 때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전임의 과정 동안 다른 사람을 가르쳐주고 보다 깊이 배우는 일에 재미를 느끼던 때에 ‘개업은 언제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공부를 더 잘해 보자라는 마음으로 수련 후 바로 개업하겠다는 생각이 바뀌어 2년차 전임의 때 내과에서 면역학을 배우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였습니다. 그리고, 여러 교수님들의 조언과 권유로 3년차 전임의는 이과로 바꾸어서 보다 더 큰 대학병원에서 공부한 후 한림대에서 교수생활을 2007년부터 2009년까지는 비과 교수로, 2010년에서 2023년 2월까지 이과 교수로 근무하고 2023년 3월에 개업하게 되었습니다.
개업을 결심한 후 알게 된 사실은 개업을 하기 위해 수억의 여유자금이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는 것이었습니다(저는 처음에 수억의 여유돈이 있어야 개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나중에 모두 갚아야 할 빚이지만 모두 대출을 통해 개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대학에 계시거나 인턴시기부터 사학연금에 가입을 할 수 있는 경우 그동안의 사학연금 퇴직금을 이용하시면 자금 부담이 적어지나 노후연금이 줄어들거나 없어질 수 있으니 어느 것이 나을지는 본인 사정과 철학에 따라 결정하셔야 하겠습니다. 정부가 병의원은 공공재라고 여기고 여러가지 규제를 하지만, 실상 개업하기 위해 의사에게 지원하는 것은 없으며, 여느 커피숍, 음시점을 개설하는 것과 동일하게 모두 오롯이 의사 스스로 정하고 책임져야 합니다. 저는 3월에 개업할 것을 정하고 약 8개월 전인 여름부터 개원 위치를 알아보았습니다. 준비하면서 개업 전반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개업설명회를 3번 정도 참석하여 개업준비 단계를 숙지하였고, 이미 운영을 잘 하고 계시는 선후배 병원들을 찾아 뵙고 그간 경험과 노하우와 해당 병원의 도면을 그리면서 어떻게 나의 병원의 구조를 결정할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개업할 위치는 15년동안 근무하고 있는 지역 내에서 개업을 고려하고 있었고, 시설규모는 코와 귀 수술까지 할 생각으로 처음에는 수술실까지 겸비할 수 있는 크기의 입지를 찾아보다가 최종 위치가 맘에 드는 곳의 평수가 계획한 것보다 작고 보건소에 수술실에 대한 설비기준과 비용이 추가로 많이 들어가는 것을 알게 되어 계획을 변경하여 수술실을 빼고 귀 검사실과 메인 진료실을 크게 제작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최종 입지를 11월 말에 정하였고, 이후는 제 스스로 도면도를 그리면서 주변에서 소개해주신 인테리어 사장님들과 숨고라는 곳에서 찾아보고 전화와 제안서를 본 후 다섯 분 정도 만나보았고 오시는 사장님들 마다 해당 장소에 대한 의견이 조금씩 달라서 미팅을 할 때마다 해당 건물의 특징을 알게 되고 저도 배우는 것이 있었고 저의 예산과 제가 드린 도면도를 적극적으로 반영해주신 분께 인테리어를 요청드렸고, 12월말부터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하여 2월초에 마무리를 하였습니다. 장비는 큰 장비는 미리 주문을 하였고, 세부장비는 검사실과 진료실의 면적과 모양이 최종 정해지면서 어떤 기구와 장비를 어떻게 배치시킬지 고민하여 장비들을 정하였는데 중간에 의료박람회와 학회 부스에서 견본 기기들을 보고 시현해보면서 장비들의 장단점들을 비교한 후 최종 장비를 정하였습니다. 또한, 이전에 코진료를 한 경험을 살리고 이명환자들이 수면무호흡 수술과 치료를 하고 호전되는 것을 보면서 개원 1년전부터 수면무호흡에 대한 강의를 듣고, 최종 수면검사 인증시험을 거쳐 수면검사 인증 자격을 취득하고, 수면다원검사를 시행할 수 있는 세팅을 같이 도면도에 넣고 인테리어를 시행하였습니다. 각종 서류들을 제출하고 소방과 보건소 점검 방문검사, 건강보험공단과 질병관리청 교육 등을 시행하고 모두 통과 하였습니다.
이윽고, 2023년 3월15일 수요일부터 첫 외래를 시작하였는데요. 3일전부터 직원들 유니폼과 전산세팅, 안내문 제작, 결제방법 등을 배우고, 전날에는 지인분들을 통해 모의 환자 진료를 보는 것을 시뮬레이션 연습하여 동선에 문제가 있는지 등을 점검하였습니다. 처음 진료를 하는데 가장 불편하고 익숙해지는데 오래 걸린 것은 의원 전산프로그램이었습니다. 제가 의원OCS를 사용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첫 외래 환자부터 약과 검사 처방을 입력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우왕좌왕하였습니다. 의원 OCS 프로그램은 대학과 달리 미리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 약들을 나의 처방 pool에 등록을 미리 해 놓아야 환자분들이 제가 평소 사용하지 않은 약을 요구하실 때에 바로 처방 입력이 가능하였고 이러한 것을 준비하고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상당히 소요되었습니다. 개원 후 3일간 전산 담당자분에 제 옆에서 제대로 입력하는지 점검하고 문제점들을 해결해 주셨고, 지속적으로 여쭈어보면서 점차 저만의 묶음처방과 단축키 등을 활용할 수 있게 되어 4-5개월이 지나서야 전산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지고 편해졌습니다. 8월말부터 국가 무료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시행을 위해 필수 국가예방접종과 인플루엔자에 대한 인터넷 강의를 수료하고 보건소에 사업신청을 하였구요. 9월말부터는 기존 국가 독감예방접종 뿐만 아니라 코로나 예방접종을 위한 세팅도 같이 시행하여 진료 때 환자분들이 진료와 함께 접종을 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제 개업한지 1년이 다 되어갑니다. 약 1년간 의원에 내원하시는 환자분들에 대한 저의 개인적인 생각을 적어봅니다. 우선 환자분들 중 일부는 주로 대학병원을 선호하시는 분들이고, 대다수 환자분들은 아무리 질환이 심하고 가까워도 대학병원에 가시지 않고, 1차 진료기관인 의원에 오신다는 거였습니다. 1차 의원에 내원하여 어지럼증이나 난청 등의 대학병원에서 많이 보는 질환에 대해 검사를 받고 치료를 받아 호전되면 의원과 환자 간의 신뢰가 더욱 두터워지고 광고를 하지 않아도 다른 분들을 모시고 오는 경향이 높았습니다. 일반 목감기로 생각되어서 오시는 분들 중에 상당수가 비중격만곡증과 하비갑개의 비후성 비염으로 인해 구호흡을 하여 발생하는 경우가 매우 많았는데요. 이 분들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만성적인 비염은 오래되어서 불편함이 당연한 것처럼 인지하거나 불편하지 않게 생각하고 치료받을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가 환절기에 구호흡으로 목의 건조함이 심해져 인두통이나 후비루로 인한 기침, 가래가 나타나고 오시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또한 설명을 해도 잘 받아들이시지 못하시고 약을 잘 드시지 않거나 코 스프레이를 열심히 하지 않곤 하였습니다. 초고령사회가 되면서 노인 환자분들이 많아지는데요. 특히 아직 장애진단에 적용받지 못하는 난청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단순 감기라도 주의사항을 설명하려면 쉽지가 않습니다. 어지럼증에 대한 설명은 말할 것도 없구요. 난청이 있으신 어르신들께는 마스크를 벗고 천천히 설명하거나, 구글 음성자막변환 어플을 이용하여 말이 글로 즉시 보여지도록 하여 읽으시도록 하였지만 난청 환자분이 태블릿의 글을 적절한 속도로 읽는 것도 어려워 하셔서 소통이 쉽지가 않습니다. 자녀 등 보호자 없이 혼자 내원하시는 독고노인의 경우는 더욱 어렵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노인 환자분들이 보다 편하게 병원에 내원하고 소통이 가능하였으면 하구요. 전정재활운동도 집으로 찾아가는 재활서비스 등이 외국처럼 국내에도 도입되기를 바랍니다.
제 개인적으로 경험하면서 느낀 봉직의와 개원의의 차이와 장점 등을 아래 표에 정리해보았습니다. 요약하면, 대학병원 봉직의와 개원의 중 어느 것이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개원의가 되어서 빨간날을 제외하고 하루 8시간 말을 하고 있노라면 영혼과 말이 따로따로 일하는 느낌이 들면서 묵묵히 수술을 하던 때가 그립곤 합니다. 이과 환자분들만 보던 때와는 달리 코피 환자도 보고 가장 약한 두경부 환자분들이 오시면 문득 10년도 넘은 경험이 되살아나곤 하여 전공의 때부터 개업하기 전까지의 모든 경험이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었습니다. 만약 전문의가 되자마자 개업의가 되었다면 개업을 준비할 하거나 환자 진료를 볼 때 더 두려움이 많거나 더 많은 시행착오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어려운 시국에 너무 부족한 글이지만 읽어 주셔서 감사드리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대학병원 봉직의 | 이비인후과 의원 원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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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ᆞ의원 개설 | 무관 (단, ABC 분석에 있어 사용하는 공간, 장비, 인력 등을 포함하여 비용효과 대비 수익성을 계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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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들에게 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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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가지 모두 경험하는 경우 장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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