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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s Hopkins School of Medicine 연수기 연세대학교 이비인후과 정진세

연세대학교 이비인후과 - 정진세

저는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이과 진료와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정진세입니다. 지난 2022년 2월부터 2024년 1월까지 미국 메릴랜드 볼티모어에 있는 Johns Hopkins School of Medicine에 연수를 다녀왔고, 이제 다시 복귀해서 환자를 보고 수술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제가 해외 연수를 다녀오기로 결정한 시점에 저의 대학에서는 연구년총괄제라는 제도가 새롭게 도입이 되었고, 3년의 연구년 중 최대 2년을 최초 해외 연수기간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보면 매우 운이 좋게도 그리고 교실의 산적한 격무에 힘들어하실 여러 동료 교수님께 대단히 죄송한 마음을 갖고 2년간 해외 연수를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2021년 여름쯤 미국으로 연수를 가기로 결심하고 처음엔 연수 장소를 결정하는데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제가 익숙한 분야를 좀더 잘 할 수 있는 곳을 갈지 아니면 제가 잘 모르지만 앞으로 새롭게 배워서 귀국 후 새롭게 도전해볼 수 있는 분야를 배우러 갈지가 고민이었습니다. 또 연수 기관의 지도교수가 젊은 분이 좋을지 명망이 높은 중견 교수가 좋을지 고민도 해보고, 이런저런 고민을 많이 했으나 결국 제가 Johns Hopkins University가 있는 볼티모어를 연수지로 결정하게 된 이유는 다름아닌 집값이었습니다. 2019-2020년 코로나 펜데믹 기간 동안에 미국의 물가상승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고, 연수지로서 평판이 좋은 미국 동부 및 서부 해안 지역 도시들의 렌트비는 저의 가족이 감당할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그곳들은 제외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제 기억에 보스턴이나 샌프란시스코 Bay area에서는 Two bed 기준으로 월 5000불 정도의 월세를 내야했는데 Baltimore는 같은 조건에 2500불 정도에서 새집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랩 생활은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습니다. 코로나가 막 끝나가고 대면 미팅과 각종 academic activity가 활성화 되는 시점이었고, 랩미팅 뿐만 아니라 제가 소속되어 있던 Department of neuroscience에서 개최하는 정기 세미나, Hopkins medical school의 장점이기도 한 Center for hearing and balance (CHB)의 정기 세미나는 매우 수준이 높고 유익하였습니다. 특히 Auditory science에 특화된 CHB 는 청각 및 전정 연구의 선도적인 연구자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어 심도있는 토론 시간을 직접 가질 수 있어서 제 연구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의 연구주제는 유모 세포에서 mechanotransduction이 유모세포의 성장과 사멸에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분자적, 전기생리학적 기법을 통해 밝히는 것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patch clamp라는 전기생리학적 실험을 하면서 보냈습니다. 때때로 시간이 남을 때는 Department of otolaryngology Head & Neck surgery 소속 교수님들의 수술에 참관하면서 다양한 술기들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Johns Hopkins 대학은 Homewood campus가 본교 캠퍼스이고, East campus가 병원과 의과대학, 간호대학, 및 보건대학이 모여있는 Medical campus였습니다. 제가 관심있게 본 연구실은 auditory hair cell의 tip link단백인 Pcdh15와 Cdh23을 처음 발견하신 Ulrich Mueller 교수 연구실이었습니다. 주로 mouse genetics와 electrophysiology 기법을 활용하여 내이의 auditory physiology 를 연구하는 랩으로 mechanotransduction과 neuronal development를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랩이었습니다. 제가 전일제 PhD 과정동안 patch clamp라는 기법을 통해 이온 체널을 연구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조금은 전통적인 연구 기법이지만 내이에서 이 기술을 제대로 배워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했고, Mueller 교수님은 최근 Regeneron이라는 회사에 합병된 난청 유전자 치료제 개발 회사인 Decibel therapeutics의 founder이기도 해서 유전자 치료제 개발과 상업화에 대한 노하우를 직접 보고 경험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2022년 2월 18일 가족과 함께 볼티모어행 비행기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전기생리실 필자의 patchclamp rig 모습(좌), Johns Hopkins 의과대학 본관 건물(중), Hopkins 병원의 이과 수술실 모습(우)

연구실은 저를 포함해서 세계 곳곳에서 온 포닥들과 대학원생들이 15명정도 있었습니다. 연수 가기 전 제가 들은 바로는 미국 연구실 생활은 한국과 달라서 아침 10시에 출근해서 오후 4시면 퇴근한다고 들었는데 막상 와보니 모두들 정말 열심히 하고 있었습니다. 주말에도 실험이 있으면 밤늦게까지 마우스 실험을 하는 포닥들의 얼굴들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좋은 Job을 얻기 위해서는 좋은 논문을 빨리 출판해야하기 때문에 치열하게 실험해야하는 입장이 이해가 되었고 의사 출신에 visiting scholar로 연구실에 온 사람이 저밖에 없어서 혹여 연구실 분위기를 흐리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어 눈치도 많이 보곤 했습니다. 연구 성과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은 어디나 똑 같은 것 같은데 그래도 이곳에 포닥과 대학원생은 Science를 즐길 줄 아는 마인드가 조금은 더 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랩 회식이 아주 많지는 않았지만 지도교수가 독일계 미국인이라서 항상 양조장 맥주집에 가서 Happy hour (미국의 “회식” 문화)를 즐겼습니다.

지도교수와 함께(좌), 랩원들과 함께한 Happy hour(중, 우)

2년간의 연수 기간을 돌이켜보면 연구실에서 보낸 시간보다 연구실 밖에서 보낸 시간이 더욱 기억에 남습니다. 미국 생활이 한국보다 좋았던 것은 무엇보다 미세먼지 없는 맑은 공기를 언제나 마실 수 있고 푸른 하늘을 늘 볼 수 있는 자연환경이었습니다. 제가 살았던 엘리콧시티는 볼티모어와 조금 떨어져 있는 위성도시라고 보면 되는데, 근처에 한인촌이 잘 정착되어 있고 생활에 필요한 물품은 H마트나 롯데마트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었습니다. 도시와 비교적 떨어진 거리라 전원적인 풍경이 늘 함께 하였고, 아름다운 공원과 산책로가 집 근처에 있어서 주말에 가족과 함께 숲 속 trail을 걸었던 기억이 납니다. 한국의 작은 놀이공원 수준의 놀이터들이 곳곳에 즐비해 있고, 많은 아이들이 밤늦게 까지 즐겁게 뛰어노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저희 아이들도 미국생활에서 가장 좋았던 점을 꼽으라면 놀이터 탐방을 들 정도로 즐거운 추억을 놀이터에서 꽤 많이 쌓았습니다.

필자가 살았던 엘리콧시티 내 아파트 모습(좌); 퇴근길 노을빛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집 근처 놀이터 모습(우).

여러 교수님들께서 미국 연수기간 동안 공부만 하지 말고 꼭 골프를 치고 오라고 하셨는데 아쉽게도 저는 골프와 연이 닿지 않아서 미션에 실패하였습니다. 대신에 가족과 함께 미국의 대자연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많이 가져보려고 노력했습니다. 특히 미국 국립 및 주립 공원은 캠핑 시설이 매우 잘 갖추어져 있어서 가족과 함께 즐거운 캠핑 시간을 많이 가졌습니다. 한국에 돌아와보니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은 아이들과 밤 깊은 시간에 어둑한 텐트 속에서 쏟아져 내리는 별들과 은하수를 한참동안 쳐다봤던 때입니다. 한밤 중 곳곳에 밝게 빛나며 날아다니던 반딧불이도 참 예뻤습니다. 아마도 제 인생의 클라이막스를 하나 찍어보라면 가족과 함께한 바로 이런 순간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에서 정신 없이 바쁘게 지냈고 또 연수 다녀와서 언제 그랬냐는 듯 정신 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지난 2년간의 소중한 추억을 마음 속에 담고, 지칠 때마다 마음 속 위안으로 삼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봅니다.

메인주 아카디아 국립공원 캠핑장에서(좌), 잠들지 않는 도시 라스베거스(중), 그랜드캐년 트레일에 앞서(우)

한국에 돌아온 지 이제 한달이 다 되 가고 해야할 일 들이 쌓여만 갑니다. 연수 후 복귀한지 얼마 안된 교수님들이 연수지로 다시 가고 싶다고 말씀하시던데 어느덧 저도 그런 얘기를 하고 돌아다닙니다. 어렵고 힘든 일들을 남기고 2년간 연수를 떠나서 그동안 고생하셨을 교실, 학교, 학회 선생님들께 죄송하고 또 감사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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