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에서 수련을 마치고, 탕정열린이비인후과에서 근무하는 전경화입니다. 4년전 ‘주짓수 하는 의사’로 웹진 한켠을 채웠는데, 이번에도 감사한 기회로 2023년 제가 전공의 4년차에 3주간 미국의 대학병원으로 연수를 갔던 경험을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제가 파견을 갔던 병원은 미국 남부의 Alabama주에 위치한 Birmingham 시의 University of Alabama(UAB) 병원입니다. 현재 UAB에서 근무하시는 조도연 교수님과, 순천향대학 서울병원의 이치규 교수님, 각병원 과장님들 그리고 공백을 채워준 후배 전공의들의 도움으로 4년차 전공의 근무 중 파견의 형태로 미국대학병원으로 연수를 떠날 수 있었습니다. 현재 UAB 병원은 미국에서 3번째로 규모가 큰 병원으로 미국 전체 주립대 중 8번째로 많은 금액을 NIH(미국 보건원)으로부터 지원받고 있는 대학병원입니다. 그중 UAB의 이비인후과에서는 연간 약 4,000 건의 수술이 진행됩니다.
사진 1. University of Alabama 의과대학 건물
다른 4년차 동기들과 함께 파견을 준비하며, 순번을 정해서 저는 동기들을 먼저 보내고, 3번째로 파견을 갔습니다. UAB에는 각종 예방접종 서류와 건강증빙 영문서류, 간단한 이력서, 많은 체크리스트를 채워 보냈고, 해외파견기간을 국내에서 수련시간으로 인정받기 위해 수련중인 병원의 교육수련부와 학회에도 증빙서류를 보냈습니다. 가장 중요한 숙소는 동기들이 연달아 사용할 수 있게 병원과 가까운 오피스텔을 렌트하여 준비하였습니다.
사진 2. 렌트한 오피스텔, Mint House.
한국의 대학병원과 마찬가지로, UAB 또한 보안을 위해 지급된 명찰이 아니면 중요 업무 시설에는 접근할 수 없습니다. 주말에 비행기를 타고 숙소에 잘 도착했지만, 첫날은 이비인후과 사무실 비서의 도움을 받아 mask fit test 를 받고, 명찰을 위한 사진촬영을 해야했습니다. 다음날 또는 다다음날 명찰을 받은 이후부터 수술방과 컨퍼런스룸에 입장 할 수 있었고 마지막날은 명찰을 반납했습니다.
화요일 아침엔 모든 교수와 전공의가 컨퍼런스룸에 모여 교수님들이 주관하는 컨퍼런스와 이후 전공의들만 남아 topic review를 진행했습니다. 저년차 고년차 할 것 없이 자유럽게 질문하고 토의하는 모습이 생각납니다.
사진 3. ‘Trach Bleeds’를 주제로 topic review 진행중인 전공의들
컨퍼런스가 없는 날은 아침부터 미리 고지된 참관 가능한 수술 스케쥴에 따라 여러 건물을 이동하며 수술 참관을 하였습니다. UAB 이비인후과의 수술케이스는 이과보다는 두경부와 비과 중심이었습니다. 두경부 암 수술을 주로 참관하였고, 서양인들 케이스가 많은 otoplasty 도 보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미국병원은 충분히 세분화된 간호사업무들로 전공의들이 상대적으로 더 수술에 집중할 수 있어보였습니다. 그리고 모든 수술방은 CCTV로 촬영이 되며, 의사대기실에서도 CCTV 화면을 볼 수 있어 수술 진행상황을 직관적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사진 4. 수술 준비중인 수술방과 CCTV가 보이는 의사 대기실
UAB에서는 두경부와 비과 수술 모두, 중요한 단계만 아니라면, 각 교수님의 감독아래 저년차부터 고년차까지 수술을 집도할 수 있습니다. 일찍이 술기에 참여하므로, 서젼으로 능력이 부족할때는 전공의가 권고사직 당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런 시스템이 더더욱 확실한 전문의를 양성하는 모습으로 보였습니다. 또 의대 졸업반이 미국에서 전공의 1년차(인턴)를 앞두고 단순 참관이 아닌 수술의 세컨 어시에 참여하고, 능동적으로 환자를 케어하는 모습도 인상깊었습니다. 미국 전공의들도 회진전 준비를 위해 새벽부터 출근하는 모습은 동질감도 들었고, 저녁에 전공의들끼의 모임에도 편하게 교수님도 부르고 스스럼 없이 지내는 모습에 역시 이것이 아메리칸 마인드구나 싶어 신기했습니다.
사진 5. 스크럽복을 입고 출근하는 전공의들과 이비인후과 의국
수술 중간 점심시간은 자유롭게 병원 식당이나 근처 중식당, 인도카레집 등을 이용하였는데, 그 중 ‘Chipotle Mexican Grill’이 맛도 좋고 가성비도 좋았습니다. ‘Chipotle Mexican Grill’은 현재 우리나라에 들어온 ‘서브웨이’처럼 브리또나 타코 재료를 직접 고르는 방식입니다. 점심시간이면 병원 직원들이나 대학교 학생들이 줄을 서서 주문하는게 역시 모두의 입맛에 잘 맞구나하여, 한국에도 꼭 들어왔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 6. Chipotle Mexican Grill의 Bowl 메뉴. 출처 chipotle.com
파견 기간 중 주말에 짧게 애틀란타와 시카고를 방문하고, 파견을 마치고 1주간의 개인휴가로 뉴욕을 여행하였습니다. 애틀란타의 8월은 몹시 더운 날씨로 방문한 식물원과 수족관은 아름다웠지만, 도보여행을 하기엔 도로에 보행자는 없고 노숙인들이 많아 위험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반면 시카고에서는 강 주변으로 100년도 전에 지어진 빌딩들, 콩모양의 시카고 빈으로 유명한 밀레니얼 파크, 바다처럼 방대한 미시간 호와 재즈클럽들을 구경했고, 밤늦게까지 돌아다녀도 관광객이 많아 어두운 골목만 아니라면 큰 걱정은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1주간의 뉴욕 여행은 예상한 그대로였습니다. 뉴욕의 수많은 관광지를 돌기엔 1주일이 정말 짧다고 느끼며 그렇게 한국으로 귀국해 바로 월요일부터 출근을 했었습니다.
사진 7. 시카고와 뉴욕
지금 돌이켜보면 1년전 여름 저는 얼마남지 않은 전공의 생활 중 고민이 참 많았습니다. 감사하게도 그 시기 미국대학병원도 체험하고, 여행도 해보며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현재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어 후배들도 마음편히 수련받았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