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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분쟁의 셰르파 - 피할 수도 없고 즐길 수도 없다면, 맡겨서 해결하자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박선율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 박선율

사람들이 존재하는 모든 시공간에는 분쟁이 공존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약 10년 전 통계이긴 하나 우리나라 전체 민사소송 가운데 약 18%가 교회 또는 교인 관련 사건인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도가 있다고 하니 용서와 사랑이 표징인 단체조차 인간 사이의 분쟁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 할 것이다.

의사와 환자 간의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의료인으로서는 골치가 아프기 마련이고 의료인에게 의료 분쟁이란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지만, 세상 속 사고가 누군가가 원해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듯 사고와 분쟁은 항상 우리 곁에 있다. 중요한 건 분쟁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현명한 대처를 하는지의 문제이다.

경미하거나 소액의 분쟁이 발생했을 때에는 당사자들 자체적으로 '임의 합의'를 시도하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 적절한 합의 금액의 기준이 모호하여 확정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한쪽에서 제시하는 금액으로 상대를 설득시키는 과정에서 또 다른 2차적 분쟁이 발생하기도 한다. 고난과 시련의 시간을 거쳐 힘겹게 합의에 성공하여 지장까지 찍었다 하더라도, 법률상 완전하지 않은 합의 문구와 분쟁의 소지가 있는 모호한 내용이 원인이 되어 진흙탕 싸움이 지속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분쟁의 규모가 '임의 합의'의 영역보다 커지고 병원이 ‘배상책임보험’에 가입되어 있다면, 보험사 요청을 받은 손해사정인이 당사자에게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의학적 감정을 거쳐 법률상 손해배상 여부를 확인하여 배상액을 제시하게 되는데, 환자가 제시 받은 배상액을 수용하지 못하는 경우 결국은 분쟁이 해결되지 못하고 법적 절차(소송 등)로 확대되게 된다. 모두가 익히 알고 있듯 의료소송은 입증절차가 복잡하고 (신체, 진료기록)감정 등의 특이절차가 존재하여 소장접수 후 판결선고까지 약 1년 반 이상이 소요되며, 일반 민사소송에 비하여 통상 그 소가가 고액이다. 소가가 고액이다 보니 대리인으로 선임해야 하는 변호사 수임료도 덩달아 올라가고, 성공보수까지 더하면 상당한 비용이 필요하다. 결국 비용, 시간, 정신적 고통이 모두 과하다 보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형국으로 끝나기도 한다.

이러한 소송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대체적 분쟁해결 방법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의료분쟁 조정 및 중재제도’이다. 환자가 배상책임보험의 제시 금액을 수용하지 못하여 의료분쟁조정중재원으로 넘어왔음에도 조정중재원이 제시한 같은 금액의 권고안을 수용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그 비밀은 조정이 진행되는 (최대)120일의 시간 안에 있다.

환자가 조정중재원에 사건을 접수하고 병·의원의 동의에 따라 절차가 개시되면 감정부 조사관과의 시간이 시작된다. 환자는 본인이 주장하는 의료사고를 의학적 법률적으로 증명하기 위하여 필요한 서류를 요청 받게 되고, 서류들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입은 피해와 의료행위와의 인과관계 등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어떤 자료들이 필요한지를 경험하게 된다. 감정 절차가 종료되면 의학적으로 판단된 감정서를 배부 받게 되는데, 감정서는 해당 사건의 전문 보건의료인 2명, 법조인 2명, 소비자권익위원 1명 등이 구성된 감정부가 객관적인 의무기록지 등을 자료 삼아 의료행위상 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문서이므로, 의무기록지에 기록된 기록 외에 양 측이 주장하는 심증 혹은 정황 단서 등은 개입되지 않아 당사자들에게 사건에 대한 제3자로부터의 의학적 판단을 받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이후 사건은 조정부로 넘어온다. 당사자들은 지정된 조정기일을 통해 조정위원들(법조인 2명, 보건의료인 1명, 소비자권익위원 1명, 교수 위원 1명)과 직접 만나 분쟁 해소를 위한 시간을 갖는다. 모두의 응분을 풀기에 충분한 시간은 아닐지라도, 양측이 가장 말하고 싶었던 사정을 전달·교류하고 의학 및 법학의 각 전문가들로부터 올바른 분쟁해소방안을 듣고 소통한다. 이를 통해 주장과 생각을 정리하는 한편 다툼을 끝내기 위해 본인들이 양보할 수 있는 범위를 설정하며 그 간극을 좁혀 나가는 것이다.

조정중재원에 접수되는 이비인후과 사건 중 자주 만나는 케이스는 단연 비중격, 부비동을 비롯한 코 성형술이다. 한 여성 신청인이 만성 부비동염에 대하여 피신청인 이비인후과의원에서 우측 부비동 내시경수술을 시행했으나, 이후 경과관찰에서 상악동과 접형동에 심한 부비동염이 남아있음이 확인되어 2차 우측 부비동 내시경 수술을 시행하였다. 의료인은 수술 시 접형동 개구부를 찾는 과정에서 환자의 심한 출혈과 통증으로 해당 부위 패킹 후 수술을 중단하였고 결국 20여일 뒤, 3차 부비동 내시경 수술을 진행하였으나 수술 후 진행된 CT촬영상 우측 상악동에 병변 가능성 높은 소견으로 재수술이 권유되었다. 결국 의료인과의 신뢰를 잃은 환자는 신청 외 병원에서 4차 수술 후 추적관찰 중이다.

신청인은 피신청인의 의료행위상 과실로 불필요한 수술을 여러 차례 이행해야 했다며 그에 대한 손해배상금 2,000여만원을 신청하였고, 우리 원 감정부는 피신청인의 신청인에 대한 수술 과정이나 술기상의 부적절함은 보이지 않으며, 신청인의 해부학적 특이성이 이 사건 재수술의 원인이 되었을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음을 판시하였다. 한편 조정부에서는 피신청인 의원에서 작성되었어야 하는 수술동의서가 일부 부재한 부분에 대하여 의사의 설명의무가 온전하게 이행되지 않았음을 지적하였다. 감정서와 조정권고안을 바탕으로 화해방향을 논의해오던 양 당사자들은 간극을 채우기 위해 짧지 않은 시간동안 의견을 나누었고, 종국적으로는 양측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양보하여 의원이 환자에게 금250만 원의 금원을 지급하고, 환자는 더 이상 피신청인 의원에게 민 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것으로 합의를 종결하였다. 신청금액에 크게 못 미치는 금원으로 합의가 이루어졌지만, 환자는 본인이 억울한 의료사고로 재수술을 여러 차례 한 것이 아니라는 진실과 그에 대한 안도감을 득할 수 있었고, 의료인 역시 동의서의 법률적 가치를 배우고 평온한 진료환경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젤제 셰르파 제공 로이터 연합뉴스

네팔 히말라야 산악등반에는 꼭 동반해야 할 길잡이가 있다. 티베트어로 동쪽 사람이라는 뜻의 ‘셰르파’이다. 한순간의 결정과 선택이 생과 사를 가를 수 있는 히말라야 산속에서, 단순한 가이드가 아닌 등정 준비, 등정 루트 선정, 정상 공격시간,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에 대한 대응, 심지어 무거운 짐까지 나누어 짊어지는 동반 안내인이다. 의료행위 이후 분쟁이 발생하면 환자들은 일상이 깨지고 건강이 회복될 것이라는 믿음이 흔들리는 유약하고 위태로운 상태일 수밖에 없고, 의료인은 안정적인 진료환경이 위협받게 되는 불안함에 휩싸인다. 당사자들 모두 의료분쟁이라는 험악한 산지에서의 등반이 시작되는 것이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당신들의 셰르파가 되어, 의료분쟁으로 무거워진 당사자들의 짐을 나눠 지고, 120일간의 산악 등반의 기간(조정 기간)동안 안전하고 신속하게 목표지점까지 등정할 수 있도록 안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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