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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박사과정의 생활 KAIST 의과학대학원 진호경

KAIST 의과학대학원 - 진호경

안녕하세요?
저는 삼성서울병원에서 이비인후과 전문의 수련을 받고 현재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에서 전일제 박사학위 과정을 밟고 있는 진호경입니다.
저는 박사과정 연구를 통해 최근 높은 유병률을 보이는 다양한 신경 퇴행성 질환들이 이비인후과와 긴밀한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밝히게 되었고 현재 이러한 질환들을 비강, 비인두 및 경부 림프관을 통해 진단, 예방, 치료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이 과정에서 느끼고 배운 점들을 지면을 통해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대학원에 관심이 생긴 계기 인턴 과정을 지낼 때만 하더라도 의학 연구에 대해 별다른 생각이 없었던 저는 전공의 수련 과정을 거치며 임상 교수님들로부터 의학 연구의 중요성에 대한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그러던 중 2019년에 한 연구를 접한 것이 큰 계기가 되어 대학원 진학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그 연구는 뇌 기저부(skull base)의 뇌막 림프관(meningeal lymphatic vessel)이 뇌척수액 배출(CSF drainage)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었는데 저는 이 연구의 주 저자가 한국인 이비인후과 전문의라는 점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는 저에게 큰 자극이 되었고 저도 전공의 수련을 마친 뒤 그 저자가 몸담았던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에 진학하여 의과학 연구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비인후과와 신경 퇴행성 질환의 연관성 언뜻 떠올릴 때 신경 퇴행성 뇌질환은 이비인후과와 관련이 적은 질병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현재 연구중인 비강, 비인두 및 경부림프관은 알츠하이머 질환과 같은 신경 퇴행성 질환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최근에 이뤄진 많은 연구에 의해 알츠하이머병, 편두통, 중추신경계 감염, 뇌졸중, 그리고 교모세포종 등에서 뇌척수액 배출 기능이 질병의 발병, 악화 또는 치료에 밀접한 관계가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거미막 융모(arachnoid villi)가 뇌척수액 배출의 중요 기능을 담당한다고 생각해왔던 기존의 견해와 달리 거미막 융모는 근래 들어 그 역할의 중요성이 재검토되고 있습니다. 반면 뇌막(meninges)에 존재하는 림프관(lymphatic vessel)이 뇌척수액 배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은 1800년대부터 많은 과학자들에 의해 언급되어왔는데 최근에는 보다 큰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 뇌막 림프관은 두개골 내강(intra-cranial space)에서 다양한 뇌공(skull foramen)을 통해 두개골 외강(extra-cranial space)으로 빠져나오게 되고 궁극적으로 경부 림프관(cervical lymphatic vessel)을 통해 경부 림프절(cervical lymph node)로 연결되게 됩니다.

이는 다시 말해 비강, 비인두 및 경부 림프관이 뇌척수액 배출 경로이며 다양한 중추신경계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비인후과 의사가 신경 퇴행성 질환을 연구하고 임상 진료와 연결고리를 찾으며 나아가 새로운 진단 및 치료법의 개발하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현재 제가 소속된 의과학대학원에는 저처럼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하고 입학하는 사람,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입학하는 사람, 그리고 의학이 아닌 다른 전공으로 학부과정을 마치고 입학한 사람들이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이처럼 구성원들이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모두가 의학 지식의 경계를 넓히자는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열정적으로 연구에 임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임상 경험을 가지고 의학 연구에 도전하는 전문의들의 전공이 다양한 분야에 두루 걸쳐 있다는 것도 큰 장점 중 하나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 있을 때 여러 임상 질환들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거나 생각의 틀을 허물고 문제를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하기에 용이한 것 같습니다. 연구 주제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생각들이 떠오르지만 모든 분야의 전공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떠오른 생각을 확장하고 검증하는 것이 녹록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에는 주변에 서로 다른 전공을 가진 전문의들이 많기 때문에 이들과 가벼운 식사 자리에서 잠깐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추상적으로 떠올린 생각을 구체화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에 더해 카이스트가 갖추고 있는 세계적인 수준의 장비를 비롯한 연구 인프라는 이렇게 구체화된 연구 아이디어를 실험적으로 구현하고 결과를 도출하는 데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알츠하이머병과 림프관의 관계를 연구하면서 최신 이미징 기술과 분자 생물학적 도구를 활용하여 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적 지원이 없었다면 제 연구는 지금보다 더디게 진행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족과의 시간 저는 대학원에 입학한지 얼마 되지 않아 한 아이의 아빠가 되었습니다.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의 박사과정은 전일제이지만 연구자가 실험 스케줄을 비교적 유동적으로 계획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 덕분에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가족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연구가 주는 정신적 피로감이나 스트레스는 아이와 놀아줄 때 많은 부분이 경감되기도 하고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새로운 연구의 원동력이 되어 주기도 했습니다.

물론 대학원생의 삶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다소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특히 전공의 시절부터 유지해오던 마이너스 통장을 박사과정 초반에 의료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강제 상환하게 되면서 한동안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카이스트와 국가에서 제공하는 여러 종류의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생활비와 연구비를 지원 받음으로써 경제적인 부담을 크게 덜 수 있었습니다. 또한 최근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다양한 장학 프로그램이 생겨났기 때문에 대학원에 입학하게 된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안정적인 환경을 갖춰 나가는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제학회 참석 및 글로벌 네트워킹 대학원 과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경험 중 하나는 본인의 연구 결과를 국제 학회에서 발표해 보고 전 세계 과학자들의 피드백을 들어볼 기회를 갖는 것 입니다. 저 역시 박사 과정 중에 몇 차례 해외 학회에 참석할 수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최신 연구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었고 당시 제가 진행하고 있던 연구의 수준을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또한 학회 이후에는 다양한 참가자들로부터 얻은 여러 피드백을 종합하여 연구를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마무리 저는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에서 연구하는 동안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그 모든 경험을 통해 개인적으로 많은 성장을 이룬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이곳에서 보낸 삶은 다양한 동료들과 소통하고 연구하며 보낸 시간과 틈틈이 가족과 보낸 소중한 시간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앞으로도 가능하다면 저는 이 시기를 자양분 삼아 이비인후과 의사로서 신경 퇴행성 질환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여 새로운 진단과 치료법을 개발하고 궁극적으로 많은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 글을 통해 짧게나마 공유한 제 이야기도 다른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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