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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다이어트 사는기쁨이비인후과 서강욱

글을 시작하기 전에 다이어트의 정의에 대해서 정리를 하고 글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이어트는 식이 조절 혹은 식단(食單)이라는 뜻의 영어 어휘로, 특정 목적을 위해 정해 놓은 식사 계획을 말하지만, 한국에서는 단순한 식이 조절뿐 아니라, 신체의 영양, 열량 균형 조절, 근육 증가, 운동 등도 전부 다이어트로 통칭하며 저의 글에서도 다이어트는 후자의 의미로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저는 어렸을 때는 상당히 왜소한 편이었습니다.
최근에 만난 사람들은 저의 모습을 보고 몸이 좋은 것만을 생각하겠지만 필자도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절의 학생 기록부상 키와 몸무게입니다.
중3 때 키가 170cm에 몸무게 52kg, 고3 때는 키가 180cm에 몸무게 66kg이 나갔었네요.

중3에 놀러 가서 찍은 사진으로 빨간 화살표의 삐쩍 마른 학생이 필자입니다.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에 기침이 수개월간 그치지 않아 병원을 찾아갔더니 폐결핵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전형적인 결핵에 걸리기 쉬운 키 크고 마른 체형이었던 것입니다. 대학생 때는 공부를 하면서 약간 살이 찔 때도 있었지만 대체로 전공의 수련을 마칠 때까지 이런 체형이 유지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후에는 다른 많은 이들과 비슷하게 점점 마른 비만의 전형적인 아저씨 체형으로 변해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본격적으로 다이어트를 시작한 것은 개원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입니다.
개원 초기에는 환자가 적어서 시간이 항상 많았는데 환자가 없을 때는 주로 책을 보거나 유튜브를 보거나, 의사 사이트의 게시판을 누비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곤 하였습니다. 퇴근 후 집에 가면 그때까지는 아이들이 어렸었기 때문에 오히려 집에서 더 바쁘게 시간을 보내고 여가 시간을 보내기 힘들었습니다. 제가 다이어트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그리 특별하지는 않았습니다. 누구나 그렇듯 좋은 몸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고, 어디선가 본 글 중에 다이어트는 그 어떤 것보다 정직하다는 문구가 맘에 들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병원을 운영하는 것도, 자녀를 교육하는 것도,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기가 어려운데 다이어트 하나만큼은 본인이 노력한 만큼의, 눈에 보이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 매력인 듯합니다.

이처럼 다이어트에 관한 생각을 막연히 하고는 있었지만 시작하기가 어려웠는데 그러다가 생각난 것이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운동하는 것이었습니다. 점심시간에 운동하는 것은 여러 장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점심시간은 꼭 정해져 있는 시간이기 때문에 규칙적, 지속적으로 운동이 가능하다는 점이고, 둘째는 아침 식사하고 4~5시간 후로 점심을 간단히 먹으면 공복 효과를 볼 수 있는 장점, 셋째로 휘트니스에 사람이 적은 시간대라 본인이 하고 싶은 운동을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다는 것 등입니다. 단점이 있다면 꿀맛 같은 점심 휴식이나 낮잠을 포기해야 하는 것과 병원 근처에서 운동해야 하므로 환자들과 마주칠 수 있는 점 등이 있습니다.

저는 점심시간이 한 시간(오후 1시부터 2시)이어서 여유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점심시간 전 환자가 없을 때 간단히 식사하고 점심시간은 온전히 운동만 하는 것으로 사용하였습니다. 그래도 왔다 갔다 하는 시간과 샤워까지 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아무리 많이 운동해도 40분 정도가 최대입니다. 하지만 그 정도라도 꾸준하게 열심히 운동하면 프로의 몸까지는 아니지만 나름 예쁜 몸매를 만들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짧은 시간인 만큼 그 시간만큼은 정말 집중해서 운동해야 할 각오(?)가 필요하기는 합니다. 처음에 운동했을 때는 운동 후 오후 환자를 볼 때 비경을 드는 것도 손이 덜덜 떨릴 정도로 고강도 운동을 하였습니다. 지금은 나이가 드니 예전만큼 열심히 하지는 않게 되는데 그래도 운동 후 생기는 근육통이 적어도 하루이틀 정도는 느낄 정도로 하려고 합니다.

위 사진이 운동하고 약 5년 정도 되었을 때이고 저의 나름 베스트 시절의 몸입니다.
처음 운동을 하시는 분들은 흔히 알이 배긴다고 하는 운동 후 발생하는 근육통을 두려워합니다. 그런데 이 근육통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게 되고 운동을 하면 오히려 근육통이 더 빨리 회복됩니다. 나중에는 그 근육통을 나름 즐기게 될 때가 오게 될 것입니다, 운동 후에 다음날 근육통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운동을 적게 한 것은 아닌지 어제 했던 운동량에 대해 되돌아보게 됩니다.

운동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은 일은 운동 중 심정지가 온 분을, CPR을 통해 회복시켰던 일입니다.
그날도 평소처럼 점심시간에 운동하러 갔는데 트레드밀에서 운동하시던 분이 갑자기 쓰러지셨습니다. 쿵 하는 소리에 가까이 가보니 이미 심정지, 호흡정지 상태였습니다. 센터의 직원이 먼저 CPR을 시작했고 제가 옆에서 코치하며 같이 시행하였습니다. 처음 흉부 압박만 시행한 수 분 동안은 변화가 전혀 없는 상태여서 태어나 처음으로 흉부 압박과 mouth-to-mouth를 같이 시행하였고 그 후에 다행히 호흡이 돌아왔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덕분에 처음으로 소방서에 가서 표창도 받고 기자와 인터뷰도 했던 기억이 나네요.

살을 빼기 위해서는 운동과 식이조절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그 두 가지 중에 더 중요한 것을 고르라면 당연히 식이조절입니다. 운동을 하지 않고 먹는 것만 조절해도 체중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식이를 전혀 조절하지 않으면 운동을 아무리 많이 해도 살이 빠지지 않습니다. 다만 더 좋은 몸매를 만들기 위해서는 운동이 필수적입니다.

저는 아침과 점심은 간단히 먹고 저녁은 여유 있게 먹는 편입니다. 식사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패턴이 다르므로 각자에게 맞는 식사 루틴을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살을 빼려고 할 때에는 어떻게 해서든 총 칼로리를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어느정도 살을 뺀 후에 유지하는 것은 그나마 뺄 때보다는 수월하긴 합니다. 그리고 요새 ‘눈(眼)’과 체성분 분석기 브랜드인 ‘인바디’의 합성어인 ‘눈바디’로 다이어트할 때 거울을 통해 몸을 확인하는 것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눈바디는 믿지 않습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체중이며 체중이야말로 가장 정확하게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가장 간단한 수치입니다. 그래서 다이어트 기간에는 수시로 체중을 재보며 본인의 몸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체중을 자주 재는 것만으로도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는 보고도 많습니다.

저의 운동 루틴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저는 점심시간에만 운동하므로 점심시간 전 환자가 끊어졌을 때 집에서 싸 온 과일 도시락과 단백질 음료 하나 정도로 간단한 식사를 합니다. 그리고 1시가 되면 병원과 제일 가까운 휘트니스를 갑니다.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유산소는 최소로, 시작할 때 워밍업을 위해 2분 정도 시행하고 스트레칭을 2~3분 정도 시행합니다. 운동을 마칠 때 혹시 시간이 남으면 그 시간은 유산소로 마무리하고 시간이 없으면 마무리 유산소 운동을 안 할 때도 많습니다. 그리고 4분할로 일주일에 4~5일 정도 운동을 하는데 첫날은 등과 이두, 둘째 날은 가슴과 삼두, 셋째 날은 하체, 넷째 날은 어깨와 복부, 다섯째 날은 유산소를 합니다. 평일에 한 번 정도 쉴 때는 유산소를 하지 않게 됩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만 운동하고 주말에는 쉽니다. 물론 처음에 운동하시면 무분할로 시작하시는 것도 좋습니다. 어느 정도 근육이 붙고 난 후에는 자신에게 맞는 분할 운동을 찾아서 하시면 됩니다. 저 같은 경우 체중조절은 거의 식이조절로만 해서 이 운동 방법이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체중을 우선 감량해야 하는 분들이 더 많으므로 그런 분들은 저처럼 하시면 안 되고 식이조절과 유산소 운동의 비중을 더 높여야 합니다.

처음 운동을 시작하시는 분들은 PT를 받는 것도 좋습니다. 물론 트레이너에 대한 안 좋은 선입관들도 있겠지만 막막히 혼자 시작하는 경우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PT는 학원이라고 생각하시면 좋습니다. 학원에서 하는 공부가 전부가 아닌 것처럼 그 배운 것을 복습하는 혼자만의 운동이 필요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약 6개월 정도 PT를 받았고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체중을 조금 더 빨리 줄이고자 하신다면 일시적으로 약의 도움을 받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다이어트를 위한 약은 크게 먹는 약과 주사제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먹는 약인 펜터민 제제를 3개월의 목표를 가지고 짧게 사용을 해보거나 요새 주변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위고비를 맞는 것도 장기간 비교적 안전하게 체중 감량하는 것에 도움이 됩니다. 의사들의 경우 부작용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부작용이 생기더라도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이어트는 하면 할수록 공부와 비슷하다는 것이 많다고 생각이 됩니다. 우선 공부도 그렇고 다이어트도 그렇고 왕도가 없습니다. 그저 꾸준히 노력한 만큼, 그만큼 성과가 나타나게 됩니다. 그리고 다이어트에도 러닝 커브가 존재해서 초기에는 변화가 미미하고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열심히 하다 보면 조금씩 변화된 모습을 보게 되고 그 힘든 시기를 지나게 되면 보다 빠른 효과를 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공부도 하다가 안 하면 다 까먹게 되는 것처럼 다이어트도 열심히 하다가 중단하게 되면 요요라는 큰 적이 항상 기다리고 있습니다.

좌측 사진은 큰아들이 어렸을 때 만든 눈사람 만든 것을 찍은 사진입니다. 다른 눈사람과 제일 다른 점은 복근이 있는 눈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어렸을 때 아빠의 복근을 보고 자란 아이는 눈사람도 다르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 아들이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인데 운동을 좋아해서 우측의 사진처럼 복근이 보이는 학생으로 자라게 되었습니다.

저의 가장 최근의 몸 상태입니다. 예전에 비해서 확연히 차이가 있기는 합니다. 와이프와 가끔 하는 얘기 중에 인생이 다이어트라는 말이 있습니다. 공부가 끝이 없는 것처럼 다이어트도 아마 끝이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올해 쉰 살이 되었는데 저도 저의 이 몸 상태를 언제까지 유지할지 모르겠습니다. 나중에 아들이 커서 아직 생각만 하고 실행하지 못한 바디프로필을 부자가 한번 찍어보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올여름은 이 글을 읽는 모든 분이 꼭 다이어트에 성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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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nt1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2025-06-26 11:12) 수정 삭제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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