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onasal cancer에 관한 연구를 배우기 위해 저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의 국립암연구소(NCI)로 연수를 다녀올 기회를 얻었습니다. NIH는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의 연구 기관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권위 있는 의학 연구 기관 중 하나입니다. 특히 제가 근무했던 베세스다 캠퍼스는 워싱턴 DC 북쪽, 메릴랜드 주 몽고메리 카운티에 있으며, 이 지역은 우수한 학군과 더불어 연구·교육 환경이 잘 조성된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NIH의 가장 큰 장점은 연구자가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실험으로 구체화할 수 있는 연구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최신 장비뿐 아니라 다양한 세포주와 시약이 갖춰져 있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즉시 실험으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각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들과 함께 연구할 수 있었고, 복도에서 마주친 동료에게도 언제든지 깊이 있는 조언을 들을 수 있는 분위기가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NIH의 연구 시스템은 정해진 커리큘럼이나 지시를 따르는 방식이 아니라, 연구자가 스스로 주제를 탐색하고 자원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자율적인 방식이었습니다. 저 역시 이러한 환경 속에서 실험 설계, 논문 작성,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연수 기간에는 다양한 배움의 기회도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실험실에는 미국 의과대학생 한 분이 함께 있었는데, 매우 성실하고 능력 있는 학생으로, 논문 작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인상 깊었습니다. 미국은 의대 본과생들이 스스로 실험실을 찾아와 연구를 수행하는 문화가 잘 정착되어 있어, 학생들의 자율성과 진로 의식이 매우 높다는 점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또한, 중국에서 연수 온 의사 한 분도 함께 있었는데, 중국에서는 의대 졸업 후 1~2년간 실험실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그런지 기초 지식이 탄탄하고 실험에 대한 이해도도 깊었습니다. 이분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나라 후배들 역시 그에 못지않게 뛰어난 인재들이고, 현재의 의료 대란이 하루빨리 해소되어 각자가 자율적으로 자신의 길을 갈고닦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번 연수는 연구자로서 성장할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을 뿐 아니라, 가족과 함께할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로서 평소에는 엄두도 내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연수 기간은 가족과 함께 올랜도 디즈니월드, 케네디 우주센터, 시카고, 나이아가라 폭포, 뉴욕, 보스턴 등 미국 동부는 물론, 로스앤젤레스, 라스베이거스, 그랜드 캐니언 등 서부까지 자동차로 여행하며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학사 일정으로 인해 가족은 먼저 귀국하였고, 저는 NIH에 홀로 남아 마지막 3개월간 연구에 집중하였습니다. 아내가 한국에서 홀로 육아를 감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더욱 실험에 몰두하려 했고, 다행히 만족할 만한 결과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연수의 마지막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보스턴 근교로 짧은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34년 전, 부모님께서도 저와 형제들을 데리고 보스턴으로 연수를 오셨습니다. 그 당시 살았던 동네를 다시 찾아가 보니, 식당과 학교가 그대로 남아 있어 그 시절의 추억이 생생히 되살아났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부모님을 모시고 그곳을 다시 찾게 되었는데, 감회가 매우 새로웠습니다. 예전보다 훨씬 여유로운 마음으로 미국을 바라볼 수 있었고, 그만큼 우리나라도 많이 발전했음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언젠가 제 자녀들이 성장하여, 저 역시 리마인드 여행을 함께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소중한 기회를 주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이비인후과학 교실의 모든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특히 연수 기간 연장을 허락받는 과정에서, 의료 대란으로 인한 인력 부족이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너그러운 이해와 배려, 응원이 있었기에 이번 연수가 더욱 뜻깊은 시간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이번 NIH 연수를 통해 저는 연구자로서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었고, 가족과의 소중한 시간도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이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깊이 있는 연구와 진료에 정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디즈니 월드에서
실험실에서 동료들과
(하루는 모두 동일한 색깔의 옷들을 입고 와서 인증샷을 남겼다.)
실험실 사진. 뒷줄 가운데 제 옆에 계신 분이 제 PI인 Dr. Nyall Lond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