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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NTian September 2025

행복했던 연수의 기억은 아름다운 보스턴의 봄 내음과 함께 가슴에 남고 가톨릭대학교 성모병원(의정부) 신지현

신지현

저는 2024년 4월부터 2025년 3월까지 1년간, 매사추세츠주의 보스턴에 있는 하버드 의대 부속병원 중 하나인 Mass General Hospital (MGH) 산하 연구소에서 연수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COVID-19 팬데믹 기간을 지나면서 특히 관심이 커진 후각장애를 연수 기간 중의 연구 주제로 삼고, 연수지를 물색했을 때 생각보다 쉽지 않은 과정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남편과 함께 연수를 갈 수 있게 되었는데, 남편의 연수지가 하버드 의대로 정해져 저 또한 하버드의 neuroscience 연구를 하는 여러 PI들에게 지원서를 보냈지만, 이비인후과 PI에게서만 답장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분의 주 연구 분야가 만성 비부비동염이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았던 중, 신경과 PI에게서 와도 좋다는 연락을 받아 부푼 꿈을 안고 보스턴으로 향했습니다.

사진 1. Boston Public Garden의 봄

한국에서는 전공의들의 사직으로 혼돈이 시작되던 2024년 3월 말, 처음 접한 보스턴 날씨는 듣던 대로 바람이 거세고 쌀쌀했습니다. 생존을 위해 도착하면 반드시 해야 할 일들 (아파트 렌트 하기, 은행 계좌 열기, 자동차 구매 등)을 하나씩 어렵게 해결하면서 지쳐갈 때쯤, 나도 모르게 발길이 닿아 들어간 Boston Public Garden에서 봄이 성큼 다가온 것을 그제야 알 수 있었습니다. 이후로도 Boston Public Garden은 철마다 다른 아름다움으로, 때론 답답했던 저의 마음을 달래 주었습니다.

제가 근무했던 연구소는 Charlestown의 Mass General Institute for Neurodegenerative Disease (MIND) lab이었습니다. 이곳은 주로 마우스 실험을 통해 신경퇴행성 질환 연구를 하는 곳이었는데, 저희 lab에서는 APP 및 OMP gene의 transgenic mouse 및 olfactory axotomy mouse model을 이용하여 알츠하이머병이나 ALS와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을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처음 lab에 출근해서는 연구 관련 어떠한 일도 허락되지 않았고, 2주간 오리엔테이션 및 트레이닝 이후에 마침내 mouse facility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마우스에 투약부터 시작하여 희생 후 조직 슬라이드 제작, 이미지 분석, qPCR 등의 과정을 직접 수행하다 보니, 이전 저의 연구를 도와주었던 연구원들의 수고로움이 떠올라 새삼 고마웠습니다. 그 외에도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를 기획하고, IRB 승인을 받고, 프로토콜을 만드는 데 참여했는데, 규제가 생각보다 까다롭지 않고 연구자들의 연구를 존중해 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진 2. (좌측) 첫 출근 날 연구소 앞에서; (우측) 가장 많이 함께 일했던 마우스 팀원들과

PI인 Mark Albers 교수님은 MD 및 PhD로, 의대 시절부터 현재까지 후각 연구에 전념하고 있는 연구자입니다. COVID-19 기간에는 환자 혼자 집에서 시행할 수 있는 후각 기능검사를 개발하였고, 마우스와 사람을 대상으로 여러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PI는 일주일에 1회 외래가 있고, 분기별로 2주간의 입원 환자 진료가 있는데, 그 이외의 시간은 연구에 전념할 수 있다는 것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연구소 내에서는 다른 PI들과도 네트워크가 잘되어 있어 협업이 잘 이루어지고 있었고, 합동 세미나를 통해 뇌 과학 연구의 최신 지견들을 대가들로부터 직접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세미나 및 신경과 교실 심포지엄에서 신경과 연구자들과 다른 이비인후과 연구자로서 발표하고 피드백도 받는 기회도 가졌습니다. 저희 lab에서는 1년에 2번 lab party가 있었는데, 여름에는 Boston Symphony Orchestra의 여름 별장인 Tangle wood에서 음악회를 즐겼고, 겨울에는 PI 자택에서 New year party를 가졌습니다.

사진 3. Tangle wood Party: 가운데 왼쪽 무릎 꿇은 분이 PI, 녹색 모자 쓴 필자

보스턴을 포함한 뉴잉글랜드 지역에는 NEW ENGLAND KOREAN SOCIETY OF MEDICIN (NEKSOM) 이라고 하는 한인 의사회가 있는데, 의대 교수, 봉직의, 전공의, 개원의뿐만 아니라 저와 같이 연수 온 의사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회장인 U Mass의 김영환 교수님을 중심으로 NEKSOM에서는 정기적으로 한인 의사들이나 연구자들을 초청하여 연구 및 진료 관련 세미나를 통해 회원 간의 친목을 도모하는 모임을 갖는데, 여러 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훌륭한 연구자 및 의사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는 유익한 자리였습니다. 사상 처음으로 ether를 이용한 마취로 public surgery를 시행했다는 MGH Ether Dome에서의 세미나도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사진 4. MGH Ether Dome에서의 NEKSOM 신년 세미나

보스턴은 도심을 가로지는 찰스 강 (Charles River)이 있어 서울과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특히 강의 남쪽 Charles River Esplanade가 매우 아름다운데, 휴일이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햇볕을 쬐며 산책도 하고, 요트나 카약도 타는 등 시간을 보냅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찰스 강변을 달리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왠지 뛰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달리게 됩니다. 세계 메이저 마라톤 대회인 보스턴 마라톤이 열렸을 때는 도시 전체가 축제 분위기였고, 저도 피니쉬 라인에 가 그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Boston Red Socks의 Fenway 구장에서 야구도 보고, 겨울철 스포츠로 비록 잘하지는 못하는 것 같지만 아이스하키팀인 Boston Bruins의 경기도 즐겁게 관람했습니다. 비록 뉴잉글랜드 음악원으로 옮긴 임윤찬 피아니스트의 연주는 놓쳤지만, Boston Symphony Orchestra의 Mahler 교향곡 8번도 들을 수 있었고,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보스턴 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사진 5. (좌측) 아름다운 찰스 강; (우측) 2마일 달리기 중인 필자

그 외에도 미국 동쪽 최북단 메인주의 시원한 여름 바다와 그 아래 위치한 뉴햄프셔주의 미국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단풍도 눈에 선합니다. 뉴욕 및 나이아가라 폭포로의 로드 트립, 광활한 대자연을 느낄 수 있는 Yellowstone 및 Grand Teton 국립공원으로의 여행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습니다. 또, 미 동부는 유럽으로의 접근성이 용이한데, 운 좋게 연수 기간에 4년마다 열리는 International Symposium on Olfaction and Taste (ISOT) 이 아이슬란드에서 개최되어 학회 참석도 하고, 주변의 멋진 자연을 탐험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사진 6. (좌측) ISOT에서 PI와 함께; (우측)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멋진 풍경이었던 Kirkjufellsfoss bílastæði에서 남편과 함께

연수를 갈 때는 신경퇴행성 질환에서의 후각 장애에 대해 그동안 알지 못했던 진리를 Guru들에게서 얻게 될 거라는 막연한 기대와 믿음이 있었는데, 연수를 마치고 나니 드는 생각은 어쩌면 당연히 이제부터 나의 후각 연구는 시작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소중한 기회와 더불어 감사했던 것은, 의대 졸업 이후 한 번도 휴식의 시간을 보내지 못했는데,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를 가지고, 서로 바쁜 일정으로 밤에 얼굴밖에 못 보던 남편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를 위해 어려운 시기에 연수할 수 있도록 빈자리를 채워 주시고 배려해 주신 모든 교수님과 동료들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연수 기간 배운 것들과 함께 행복한 기억을 버팀목 삼아 앞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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