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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NTian September 2025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경험한 주식투자의 세계
- 진료실 밖에서 찾은 또 하나의 성장과 배움의 여정 -
나눔과 더함 이비인후과 이성호

왜 의사에게도 돈 공부가 필요했는가?

이성호

김승호 회장의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것들』이라는 책을 읽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그 책의 첫 챕터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는가?” 저자는 말합니다. 돈이 많다고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누구나 돈이 많기를 원하고, 돈이 많은 사람조차 더 많은 돈을 원한다는 사실을 보면, 돈이 가진 힘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그리고 덧붙입니다. 돈은 모든 행복을 살 수 없을 뿐이지, 대부분의 행복은 살 수 있다고.

이비인후과 개원의라는 길을 걷다 보면, 일상은 바쁘고 지쳐가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삶의 또 다른 활력을 찾고 싶었고, 더 자유로운 미래를 갖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주식투자라는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였습니다. 주식투자는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을 넘어,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배우고 자신만의 관점을 키울 수 있는 소중한 경험입니다. 오늘은 이비인후과 전문의로서, 그리고 평범한 ‘개미 투자자’의 한 사람으로서 느낀 주식투자의 실패와 배움, 그리고 그 속에서 얻은 교훈을 나누고자 합니다.

나의 주식투자 시작과 실패들

처음 주식투자를 시작한 건 2014년, 공중보건의 2년 차 시절이었습니다. 당시 전세살이 중이었고, 계속 오르는 전셋값에 비해 월급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는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은 공중보건의 시절에 투자 공부를 해서 돈을 불려보고 싶었습니다. 그 전엔 어머니 권유로 적금이나 ELS 등은 소소하게 하고 있었지만, 개별 주식을 거래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스승도 없이 맨땅에 헤딩하듯 시작한 투자는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월급이 적어서 다행이었죠. 조금 벌고 왕창 잃어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였고, 공부를 어떻게 하는지도 몰라 닥치는 대로 주식투자 책을 읽고 네이버 카페를 뒤져보고 무료리딩방에 가입도 해보고 누가 좋다더라 하면 사고 떨어지면 떨리는 마음으로 입술만 깨물다가 손절을 놓쳐 왕창 물리기도 했죠.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코로나 시절이었습니다. 순식간에 급락하는 주식을 손절도 못 하고 하염없이 바라만 보다가 급등할 때 따라 사버리고, 갑자기 떨어지면 손절하고 뒤늦게 인버스ETF를 사서 상승장에 또 손실을 보는 등 전혀 대응하지 못하게 된 겁니다. 게다가 급락 이후 주식이 다시 회복되는 시기에 제대로 종목 선정을 하지 못하고 비중도 제대로 넣지 못해 별 수익을 얻지 못했죠.

노력을 해도 주식투자는 참 쉽지 않았습니다. 지금껏 나름 열심히 공부하고 일해서 의사가 되고 거칠고 험난한(?) 수련 과정을 거쳐 이비인후과 전문의도 되었는데, 지금까지 살면서 ‘하면 된다!’라는 정신으로 살아온 저였기에 투자의 세계는 정말 쉽지 않은 세계였습니다. 투자는 노력하고 열심히 해도 성과가 나지 않고 잘 안되었거든요.

나만의 공부방법

하지만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좌충우돌 공부를 하면서 저의 ‘투자 근육’은 조금씩 강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오프라인/온라인 주식 강의도 들어보고 추천 도서도 구입하고 꾸준히 주식 유튜버들의 시황도 찾아 듣고 경제신문도 구독하는 저만의 루틴이 생겼습니다. 생각보다 전공의 시절 논문을 찾아보던 경험이 증권회사 애널리스트의 기업 보고서, 산업 보고서를 보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심지어 한글이라 읽기도 편합니다. 때론 이해는 잘 되지 않습니다만…) 또한, 전문가들의 칼럼과 유튜브 강의를 참고하되,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비판적으로 사고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매일 경제 뉴스를 챙겨보고, 오답 노트를 만들면서 제 투자 습관과 심리적 약점을 파악하는 데 집중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고, 이 과정에서 투자도 결국 ‘평생 공부’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저는 한동안 인기가 많았던 가치주 투자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성격이 급한 이비인후과 의사라 그런지 사놓고 무작정 기다리거나 손실을 감내하는 게 성격상 잘 맞지 않습니다. 저는 대내외 정치 산업 경제 상황에서 나오는 주도 섹터와 주도주를 찾고(경제신문과 유튜브를 참조하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물론 옥석은 가려야 겠죠.) 손절 라인을 명확히 잡고 추세추종 매매법에 따라 상승을 타다가 고점 찍고 내려올 때(흔히 얘기하는 무릎에 사서 반대쪽 어깨에서 파는) 매도하는 걸 좋아합니다. 처음 생각해 놓은 손절 라인에 닿게 되면 뒤도 안 돌아보고 매도하려고 합니다. 다시 오르는 일이 있더라도 말이죠. 생존이 제일 우선이고 손실은 짧게, 수익은 길게 가져가는게 목표입니다.

부끄럽지만 몇 가지 정립된 제 원칙을 정리하자면,

  1. 장 시작 후 45분간은 매매 금지
  2. 현금 비중 최소 5퍼센트 이상 유지
  3. 달러원〮환율, 미국 10년물 금리 매일 체크
  4. 손절의 생활화
  5. 물타기 금지(오직 불타기)
  6. 고점 찍고 내려올 때 매도(Trailing Stop) 정도 될 것 같습니다.

현재의 상황

현재는 주식하기에 괜찮은 시기인 것 같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금리인하를 통해 동시에 돈을 풀려고 하고 있고 한국도 상법 개정이 예정되어 주식시장에 나쁘지 않은 환경입니다. 미국을 필두로 한 AI 반도체 밸류체인도 계속 성장할 거교요. 하지만 미국 관세 협상 등의 이슈는 남아 있고 이에 따라 환율이 출렁거릴 수 있으며 미국 주식 고점 논란이 있어(슬슬 버블이 끼는 것 같기도 합니다.) 언제나 돌다리도 두들겨 보듯이 조심조심 투자를 이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처음 주식투자를 시작하시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조언은, 주식시장은 냉혹한 전쟁터입니다. 쉽게 생각하고 들어갔다가 물리는 일이 비일비재 할 것이고, 항상 살아남아야 한다는 걸 명심하면 좋겠습니다. (손절을 생활화해야 합니다. 안되면 바로 빠져나와야 합니다.) 그리고 수익은 내가 잘해서 버는 게 아니라 시장이 상승장일 때 벌어주는 겁니다. 하락장에는 지키는 투자, 상승장에 올라타는 투자를 해야 합니다. (쉴 때는 쉬어야 합니다.) 그리고 개별주 보다는 ETF로 시작하면 좋겠고, 처음엔 자산 배분부터 하시면 좋겠습니다. (김성일 작가의 책들을 추천합니다.) 미국주식은 필수이며 비트코인과 금에도 관심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물론 비중조절은 필수입니다.

저는 아이 계좌는 미국주식과 국내주식 반반으로 나누어 ETF 위주의 자산 배분을 하고 있고, 아내와 제 IRP도 자산배분으로 하고 있습니다. (장기적,보수적 관점) 3개월에 한 번 정도 리밸런싱하는데 수익률이 나쁘지 않습니다. 사실 제 개인 주식하는 시간 대비 가성비가 더 뛰어난 것 같습니다. 제 개인 자산으로는 국내주식과 미국주식 비트코인이 3:5:2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한 가지 뿌듯한 일은, 직원들한테 퇴직연금을 DC형(회사가 근로자 연간 임금 총액의 1/12 이상을 매년 적립해 주고, 근로자가 직접 적립금을 운용하며 운용 결과에 따라 퇴직급여가 결정되는 제도)으로 가입해 주었는데, 아직 투자 경험이 없는 직원들을 대신해, 제가 직접 김성일 작가의 포트폴리오대로 구성해 주었고, 덕분에 개인차는 있지만 평균 15% 정도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직원들이 무척 만족해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조금씩 투자에 대한 저만의 원칙이 생겼고, 트레이딩을 조금씩 할 수 있게 되었고, 또한, 장기적인 시각으로도 기업의 가치를 바라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직 초보자의 위치에 있지만 실패와 공부를 반복한 덕분에 투자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은 줄었고, 오히려 주식시장과 실물경제가 맞물려 돌아가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이 큰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주식투자는 단순한 재테크가 아니라, 세상과 소통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또 다른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론

이 글을 읽는 이비인후과 전문의와 전공의 선생님들께도 주식투자를 권하고 싶은 마음이 ‘조심스럽게’ 있습니다. 이제는 노동수입만으로 은퇴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투자와 노동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제 은퇴목표 시점은 ‘금융소득이 노동수입을 넘어서기 시작할 때’입니다. 아직 멀었지만, 오늘도 그 길을 걷고 있습니다. 현재는 ‘우선 종합소득세를 투자소득으로 내보자’가 목표입니다.

그렇다고 너무 주식 등 투자에만 매몰되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사람마다 ‘돈의 그릇’이 있기에 잘못된 투자 경험과 투자에 대한 잘못된 자세/습관은 인생을 안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로또 1등 당첨된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신문 기사로 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소위 ‘주화입마’를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이비인후과 의사로서의 메인 캐릭터는 유지하고 부캐로 투자자의 인생을 사시길 권유해 드립니다.

사실 아직까지 투자로 큰돈을 만져보지는 못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 중에는 저보다 훨씬 뛰어난 분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석에서 뵐 기회가 있다면 한 수 부탁드립니다.) 그래도 이렇게 제가 좋아하는 투자에 대해 소개하고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어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단기적 수익에만 집착하지 말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꾸준히 공부하는 자세로 임한다면 분명 투자에서 얻는 즐거움과 성장의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환자의 건강을 위해 평생을 공부하듯, 투자도 ‘즐기는 마음’으로 꾸준히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다시 김승호 회장의 책을 인용해서 마치려 합니다. ‘돈은 나에게 나 스스로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인생의 시간을 주고, 내가 건강할 수 있도록 지나친 노동에서 벗어나게 하고 적정한 영양과 휴식을 마련해 줍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성공 투자를 기원합니다.

그림1.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 도는 유명한 그림입니다. 내가 생각한 목표와는 달리, 인생도 마찬가지지만 투자의 세계도 험난합니다. 추락하고 얻어터지고 고생하고, 했던 실수를 또 반복하고, 더 이상 못 버티겠다 싶으면 다시 상승하는 행운이 찾아오기도 하는 산전수전을 겪으면서 나의 투자 근육은 점점 더 강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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