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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NTian October 2025

숨이 차다고 내원한 아이 강원대학교병원 진영주

진영주

소아청소년과에서 의뢰되어 내원한 40개월 아이가 엄마 손에 이끌려 진료실에 들어선다.

“안녕하세요. 어디가 불편하셔서 오셨어요?”

아이와 어머니를 동시에 보며, 타과 의뢰지를 열어본다.

'미숙아로 태어난 아이인데, 숨소리가 자주 거칠어서 후두연화증 등이 있는지 평가 위해 의뢰 드립니다.'

“와! 참 예쁘게 생겼네!” 하고 나도 모르게 말이 나왔는데, “남자아이입니다.”라고 어머니가 웃으시며 말씀하신다.

“앗. 죄송합니다.” 하고 차트를 다시 보니, 정말 남자아이다.
“그런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괜찮습니다.”
어머니는 매우 차분하게 말씀하신다.

아이를 자세히 보니, 숨이 차다고 의뢰되었으나 가만히 조용히 숨을 잘 쉬고 힘들어 보이지도 않는다. 다만 40개월에 비해 너무 작고 병력지상 몸무게도 겨우 13kg밖에 되지 않아 분명히 불편감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아이가 숨차하나요?”

“아니요, 평상시엔 잘 지내는데, 뛰거나 할 때 숨차서 힘들어하고, 음식을 먹다가 갑자기 소리가 심하게 들리며 아이가 더 먹지를 못해요.”

“미숙아라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요.”

후두경을 집어 들며 환아의 상태를 파악 중이다.
코로 넣어 굴곡 내시경이 제일 확실한데, 아이가 괴로워할 것이고, 성인처럼 입으로 넣어 보자면 아이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소아의 후두 검진은 이 정도 나이일 때가 어렵다.
아예 어리면 꽉 잡고, 입안에 설압자를 넣어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 후 시행하면 되고, 미안하지만 크게 울수록 후두는 더 잘 보인다.
조금 커서 초등학생쯤 되면 비교적 의료진의 지시를 잘 따른다.

그런데 3~6세쯤의 어린이들은 호랑이 기운을 탑재해서 내시경을 손으로 빼버리고, 발차기는 케냐 초원의 얼룩말 수준이며 일단 입을 꽉 다문 후, 두 손으로 한 번 더 입을 막는 일이 빈번하다.

그래도 오늘 의뢰된 아이는 엄마와 같이 진료 의자에 앉아 얌전하게 있고 입도 잘 벌리고 혀도 잘 내민다.

'후두연화증이 의심되어 의뢰 드립니다.'라는 소아청소년과 선생님의 임상 진단에 후두를 보니 후두는 정상.

좀 더 내시경을 넣어 후두개를 지나 아래를 내려다보았더니 양측 성대가 잘 안 움직이는 것 같다.

자세히 시간을 들여 보고 싶었는데, 아이의 참을성이 한계에 다다라서 몸을 비틀고, 혀를 있는 힘껏 입안으로 잡아당기며 입을 다문다.

이 정도도 정말 잘 참은 것이고, 이 검사는 아이에겐 힘든 검사가 맞다.

“한 번만 더 참고 조금 더 해볼까?”
“으앙”

거칠게 고개를 저으며 울음을 터뜨리니, 숨소리가 빨라진다. 아까는 안 들리던 흡기 시 거친 숨소리도 들리기 시작한다.

흡기시 거친 숨소리는 보통 상기도 폐쇄 소견이 있음의 대표적 징후이다.

아이에게 뭐라도 줄 것이 있나 급하게 진료실을 둘러보니, 얼마 전 전공의 선생님이 기증한 인형이 저기 초음파 장비 옆에 있다.

<입양간 너구리와 남은 핑크>

‘경부 초음파 유도하 조직검사 할 때 불안하고 무서운 성인 환자분들 손에 잡고 있으실 인형이 있으면 좋겠다.’라고 했더니, 3년차 김선생이 마침 집에 인형이 좀 있다고 가져왔다.

(인형의 퀄리티를) 보아하니, 여자 친구와 인형 뽑기를 좀 한 실력 같은데, 이제 곧 결혼을 앞두고 있어서 인형들은 필요 없어진 것 같기도 하다.

얼굴이 너무 귀여운 인형이라 누구라도 마음에 들 것으로 확신해 모자를 쓰고 병아리를 들고 있는 인형을 아이에게 내밀었더니 아이는 한 번에 마음에 들어 하며 울음을 멈추고 미소가 번진다.

“검사를 다시 잘하면 인형을 줄게.”라고 미리 밀당을 했어야 했는데, 나는 이미 인형을 아이에게 주고 말았다.

“인형도 줬으니 우리 잘해보자!”라고, 급히 작전을 바꾼 후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아이의 성대를 다시 봤는데, 양측 성대마비가 있고, 다 열렸을 때도 매우 조금 열린다.

아마 이 상태로 몇년을 지내서 아이는 적응했겠지만, 얼마나 숨쉬기 힘들었을까. 조금만 달리거나 해도 숨차한다는 어머님의 말씀은 이 정도 열리는 성대에서는 너무 당연하다.

나의 마음보다, 내 설명을 듣는 어머님의 마음도 정말 무거우실 텐데 감사의 표현을 하고 아이와 함께 진료실 밖으로 나가신다.

저녁에 교수연구실로 돌아온 나는 아이 어머니에게 진료 의뢰서를 써드리며 추천해 드린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권성근 교수님께 환아가 가게 되면 잘 진료 부탁드린다고 연락드렸다.

‘OK’ 답장이 신속히 카톡 창에 올라온다.

양측 성대마비의 치료는 ‘기관절개술’. 레이저로 성대를 잘라내어 기도를 좀 더 열어주거나 특히 성대를 바깥쪽으로 잡아당겨 열어주는 수술을 몇 번 학회에서 본 적이 있다.

이미 발생한 일들은 안타깝지만 해결할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과 의료진을 아이와 보호자께 말씀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다.

한편, 전공의 김선생에게, 그렇게 노란 인형은 귀여운 아이에게 가게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래도 우리에겐 아직 핑크가 남아 있고, 인형 뽑기를 활발하게 할 수 있는 전공의 선생님들도 남아있고, 인형 뽑기 집도 성업 중이다.

<남아 있는 핑크도 더 똑똑해 보임>
<2025년 9월 1일. 늘 비어 있던 의국에 갑자기 등장한 전공의 선생님들이 신기하고 사랑스러워 촬영함. 뒤통수만 봐도 예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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