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5일부터 10일까지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World Sleep 2025에 참석하면서, 그동안 임상 현장에서 느껴왔던 수면 질환 진료의 한계를 돌아보고 새로운 시야를 얻는 소중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전남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에서 8년차 전문의로 근무하고 있으나, 폐쇄성수면무호흡증 외의 다양한 수면 질환에 대해서는 여전히 경험의 갈증이 있었기에 이번 학회는 제게 더욱 의미 깊은 행사였습니다.
본 학회가 시작되기 전인 9월 3일과 4일에는 대한수면호흡학회가 co-host로 참여하는 SingHealth ENT-HNS Fortnight의 neuromodulation for obstructive sleep apnea instructionl course가 진행되었습니다. 국내에는 아직 도입되지 않은 설하신경자극술(Hypoglossal Nerve Stimulation, HGNS)을 배우고 최신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인기가 높아 참여가 어려울 걸로 생각했지만 다행히, 대한수면호흡학회 회원 자격으로 이론 강의와 hands-on course에 observer로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첫째 날 교육은 이론 중심이었습니다. 처음 가보는 싱가포르는에서 workshop 장소를 찾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렸지만, 이미 열기로 가득한 강의실에서 여러 연자들의 발표를 들으며 자연스럽게 분위기에 녹아들 수 있었습니다. 특히 David Kent 교수님의 발표가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교수님은 Ansa cervicalis(경신경고리)를 이용한 새로운 형태의 자극술을 소개하였고, 기존 방식과는 다른 혁신적 접근법이어서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사진 1. SingHealth ENT Fortnight workshop 첫째 날
교육을 마친 뒤에는 대한수면호흡학회 이승훈 회장님, 홍석진 총무이사님을 비롯한 여러 교수님들과 함께 현지의 고급 중식당에서 만찬을 즐기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처음 맛본 윤기 넘치는 북경오리는 화려한 분위기와 어우러져 잊기 어려운 경험이 되었고, 진료 현장에서의 고민을 나누며 서로의 정을 나눌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사진 2. 첫째 날이 끝나고 여러 교수님들과의 저녁식사
이튿날에는 cadaver dissection 코스가 이어졌습니다. 실제 카데바에 HGNS 장비를 이식하는 술기를 참관하면서, 이론으로 이해했던 것보다 훨씬 섬세하고 까다로운 과정임을 실감했습니다. 현재 출시된 세 종류의 장비는 이식 위치와 고정 방식이 서로 달라 환자의 해부학적 특성에 따라 신중한 선택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운 술기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배움의 시간이었습니다.
사진 3. workshop 둘째 날 hands-on course
9월 5일부터는 싱가포르 Suntec Singapore Convention에서 본격적인 학회 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전반부는 아시아수면학회(ASSM 2025) 프로그램이, 8일부터 10일까지는 World Sleep 본 프로그램이 이어졌습니다. 개방적 구조의 학회장은 쾌적했고, 세계 각국에서 모인 참가자들로 붐비는 가운데에서도 여유로운 분위기가 유지되었습니다.
이번 학회에서 크게 느낀 변화는 AI와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의 빠른 확장이었습니다. AI 기반 수면 데이터 분석, 웨어러블 모니터링, 개인별 맞춤 치료 전략 등 다양한 세션에서 미래 수면의학의 흐름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었습니다. 특히 기존 CPAP 개념을 새롭게 해석한 Kairos PAP 시스템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함께 참석한 양형채 교수님이 해당 연구진과 인연이 있어 학회 종료 후 직접 교류할 수 있었고, 국내 공동 연구 가능성까지 논의하게 되어 큰 성과로 남았습니다.
사진 4. World Sleep Congress 2025
학회 일정을 소화하며 틈틈이 경험한 싱가포르라는 도시는 여러 면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적도 지역의 특성상 낮 기온이 매우 높아 장시간 외부 활동은 쉽지 않았지만, 도시 전반이 깔끔하고 잘 정돈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치안이 매우 안정적이었습니다. 늦은 밤까지 거리를 걸어도 불안함이 느껴지지 않았고, 차량 호출 서비스인 Grab 덕분에 낯선 환경에서도 이동이 편리했습니다. 음식 역시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향신료에 대한 거부감이 적어 싱가포르의 로컬 음식이 잘 맞았으며, 특히 유명한 칠리 크랩은 기대를 뛰어넘는 맛이었습니다. 물가가 전반적으로 높은 점은 아쉬웠지만, 안전하고 편의성이 높은 도시 환경과 수준 높은 음식들은 학회 기간의 긴장을 풀어주는 훌륭한 쉼표가 되었습니다.
이번 싱가포르 방문은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임상적으로 보완해야 할 점을 점검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국내에 아직 도입되지 않은 HGNS 술기를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고, 해외 연구진과 향후 협력 가능성을 논의할 수 있었던 경험은 앞으로의 진료와 연구에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도 이번 학회에서 얻은 시야와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넓은 관점에서 환자를 바라보고, 임상과 연구 모두에서 발전해 나가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