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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NTian March 2026

이비인후과 발전방안 모색을 위한 회원의견 조사결과 기획이사 문석균

1. 들어가며

최근 의료계는 유례없는 격랑을 맞이하고 있으며, 이비인후과 역시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중대한 기로에서 우리 학회는 회원 여러분이 실제로 체감하는 현실을 명확히 파악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함께 모색하고자 지난 2026년 1월 26일부터 1월 30일까지 ‘이비인후과 발전방안 모색을 위한 회원의견 조사’를 실시하였습니다. 짧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무려 304명의 전문의 및 전공의 선생님들께서 귀중한 시간을 내어 참여해 주셨습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와 주관식 문항에 남겨 주신 간절한 외침은 단순한 푸념이 아니었습니다. 불합리한 의료 정책과 저수가의 늪에서 고분분투하시는 회원들을 위해, 학회는 이비인후과가 직면한 위기를 타개할 실질적인 발걸음을 내딛고자 합니다.

2. 과로와 저보상에 갇힌 진료 현장

이비인후과 의사들은 대부분 ‘전공 분야에 대한 학문적 흥미’(58.2%)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이 길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의 현실은 기대와 많이 달랐습니다. 설문에 응해 주신 분들의 절반에 가까운 45.4%가 현재의 진료 시간과 환자 수 등 업무량이 다소 과다하다고 느끼고 계셨으며, 22.0%는 매우 과다하다고 응답하셨습니다. 또한 현재의 급여나 수입 수준에 대해 ‘불만족한다’(35.9%)거나 ‘매우 불만족한다’(25.3%)고 답하신 분들이 60%를 넘었습니다. 이토록 몸을 아끼지 않고 헌신하고 있음에도, 그에 합당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현실에 많은 분들이 지쳐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타 전문 과목 대비 이비인후과 위상에 대해 절반이 넘는 51%가 ‘다소 낮다’(28.3%)거나 ‘매우 낮다’(22.7%)로 답을 주셨는데, 이는 과로와 박탈감이 직업적 자존감까지 무너뜨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한 회원의 ‘과로사하지 않는 이비인후과로 만들어주세요’라는 이 짧고 굵은 호소는 사명감과 학문적 호기심으로 버텨온 이비인후과 의사들이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3. 모든 위기의 근원인 저수가와 규제의 굴레

이비인후과 운영 및 발전에 있어 가장 큰 저해 요인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88.8%가 ‘저수가 정책 및 비급여 관리나 실손 보험 등의 정부 규제 강화’를 꼽았습니다. 또한 이비인후과의 입지에 가장 위협이 되는 의료 환경 요인으로도 90.1%가 ‘상대가치 점수의 불균형 및 저수가’를 지목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의사들의 수익 보전을 위한 불평이 아닙니다. 정당한 보상이 따르지 않는 의료 행위는 결국 의사 개개인의 희생만을 강요하게 되며, 이는 장기적으로 진료의 질마저 위협할 수 있습니다. 학회는 시행한 의료 행위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기 위한 노력에 최우선의 역량을 집중하도록 하겠습니다.

4. 수련 교육의 붕괴와 두경부외과의 위기

더욱 우려스러운 부분은 미래 세대를 양성해야 할 수련병원의 위기입니다. 최근 이비인후과는 겉보기에 높은 전공의 지원율로 인해 정부의 ‘필수의료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는 역차별을 겪고 있습니다.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사업에서도 ‘경증 질환 비중이 높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회원들은 ‘전문의 수련병원 이탈 및 개원가 몰림으로 불균형 고착’(72.7%)과 ‘상급종합병원 내 입지 축소 및 TO 감축’(60.5%)을 가장 큰 원인으로 진단했습니다. 이러한 수련 환경의 붕괴는 특정 분과의 위기로 직결되고 있습니다. 향후 의사가 가장 적게 배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로 무려 63.8%의 회원이 ‘두경부’ 분과를 지목했고, 수련병원을 중심으로 한 교수 요원 부족 현상에 대해서 응답자의 86.5%가 ‘심각한 편이다’(46.4%) 혹은 ‘매우 심각하다(붕괴 직전)'(40.1%)고 답했습니다. 한 선생님께서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정책과 마취과 인력난으로 수술방을 잡지 못해 환자를 돌려보내야 하는 상황이 일상이 되었다’며 소리 없는 붕괴의 현장을 전해 주셨습니다. 이러한 구조적 홀대는 교수들의 처우를 악화시키게 되고 비전을 잃은 교수들이 상급종합병원을 떠나게 되어, 남은 주니어 스태프들에게 응급 수술이 몰리며 전공의 지원마저 줄어들게 되는 악순환이 고착될 것입니다. 학회는 수련 환경 정상화를 위해 정부에 강력히 목소리를 내겠습니다.

5. 회원의 권익을 지키는 학회

회원들은 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학회에 기대하는 바는 매우 명확했습니다. 학회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94.7%라는 압도적인 다수가 ‘수가 현실화 및 상대가치 점수 조정’을 선택해 주셨습니다. 나아가 학회 예산을 ‘대정부 정책 활동 및 수가 협상력 강화’(64.8%)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의견을 주셨습니다. 학술대회 프로그램 역시 ‘최신 지견 및 연구 성과 발표’(45.1%) 뿐만 아니라 ‘정책 토론 및 제도 개선 심포지엄’(63.2%)과 ‘보험 청구 및 병원 경영 관리 노하우’(51.6%) 등 생존에 필요한 실질적인 지식을 원하셨습니다. 동시에 이비인후과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기 위한 홍보의 필요성도 절실했는데, 대중들에게 이비인후과가 ‘어지럼’이나 ‘갑상선암’, 심지어 목숨이 위험할 수 있는 심경부 감염 같은 중증 응급 질환을 다루는 외과 파트라는 사실을 잘 모르는 것이 현실입니다. 학회는 척박한 의료 정책의 현실 속에서 회원의 권익과 생존권을 쟁취할 수 있도록, 신의료기술의 지평을 열고 새로운 미래 수가를 창출하며 대국민 홍보를 통해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도록 노력하겠습니다.

6. 나오며

설문에 응한 수많은 회원이 바쁜 진료와 수술의 틈을 타 빼곡히 적어 내려간 주관식 답변의 행간에는 이비인후과에 대한 애착이 짙게 배어 있었습니다. 이비인후과는 환자의 소리를 듣고, 환자와 같이 숨을 쉬며, 환자의 목소리를 헤아리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와 직결된 필수의료 진료과입니다. 이비인후과가 무너진다는 것은 단순히 하나의 진료 과목이 쇠퇴하는 것을 넘어, 대한민국 국민의 삶의 질이 추락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위기는 피할 수 없이 다가왔지만, 아직 우리에게는 기회가 있습니다. 'ENTians! As One' 하나 된 이비인후과라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구호처럼, 학회는 언제나 회원 여러분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여러분의 권익과 미래를 지켜내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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