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최근 부쩍 증가했다. 건보 재정의 효율적 분배를 위해 최근 보건 관계 부처 업무보고에서는 필수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지적하며 “(의사들이)보상이 낮다고 그러면 보상을 올려줘야 문제가 해결된다”, “아주 경증 질환에 대해서는 보장률이 지나치게 높다”는 의견이 나왔고 이에 대해 관계부처 책임자는 “수가를 분석해 과도하게 보상되는 검체나 영상검사 수가를 조정하고, 그 재원을 필수의료 분야로 재배분하는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보고했다.
물론 한정적인 재원을 통해 많은 혜택을 주려니 결국 자금 집행의 우선순위가 있을 수밖에 없고 당연히 중증 질환의 보장성을 높이고 감기 같은 경증 질환은 본인 부담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의 개선을 해야 할 것이다.
다만 일반적으로 말하는 감기가 과연 경증질환이기만 하고 방치해 두어도 되느냐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개원가에서 이비인후과는 흔히 감기과로 생각되는 경우가 많으며 실제로 환자들도 ‘감기 걸리면 이비인후과로 가야지’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물론 훨씬 다양한 질환들을 진료하고 치료하지만 접하는 범주내의 많은 질환들이 소위 경증질환으로 분류되기에 위와 같은 의견은 이비인후과 개원의들에게는 직·간접적인 부담으로 다가온다.
의학적으로 감기는 리노바이러스, 아데노 바이러스 등 200여종의 바이러스로 인한 상기도 감염증을 의미한다. 그러나 진료를 보다 보면 환자들은 대부분의 상기도 감염 증상들을 감기에 걸려서 왔어요 라고 말하는 경우를 흔히 본다. 발열, 몸살, 인후통, 기침, 콧물과 코막힘 등 대부분의 상기도 감염 증상을 감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감기는 흔하고 금방 낫는 병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방치하거나 치료를 미루었을 때는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약화된 면역력의 틈새로 세균 감염이 유발되면서 중이염, 부비동염, 폐렴 등의 2차 감염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많은 환자들은 인플루엔자, 코로나, 결핵균 등의 초기 감염 증상도 감기로 오인할 수 있고 특히나 뇌수막염이나 폐암 등의 중증질환을 그냥 감기 증상으로 생각하고 참고 견디다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고혈압, 당뇨 등의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의 경우나 고령 환자 같은 면역이 낮은 분들의 경우에는 감기로 인해 2차, 3차 감염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감기를 단순히 치료하면 7일, 치료하지 않으면 일주일 걸리는 병으로 생각하면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초기 진단과 치료를 통해 유병기간과 임상증상을 최소화 할 수 있는데 골든타임을 놓쳐서 유병기간이 늘면서 훨씬 더 많은 사회적,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경우도 있다. 전세계적으로 팬데믹 유행을 하며 인류의 시간을 1-2년 멈춰 세웠던 코로나 감염도 초기에는 감기나 독감증상으로 인식되었던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더군다나 코로나 감염의 극복을 위해 이비인후과 개원의들이 1차 진료현장에서 담당했던 역할들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제2의 코로나라고 부를 수 있는 새로운 팬데믹의 발생에 대해 발생 여부가 문제가 아니라 언제 발생하느냐의 문제라며 강력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조류 인플루엔자(H5N1), 에볼라, 마르부르크, 지카 바이러스 등이 제2의 코로나 사태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원인으로 보고 주기적으로 관찰 중이라 발표한 바있다.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이러한 대량 유행성 호흡기 질환들의 조기 발견과 진단 그리고 치료에 이비인후과 의사들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며 1차 의료기관들과 상위 의료기관 및 보건당국과의 긴밀한 협력과 대처가 필요한 만큼 오늘도 의료 최일선에서 빠르고 정확한 치료를 위해 환자들과 같이 노력하고 있는 일선 개원의 들의 노력도 간과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