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 면역치료(allergen immunotherapy)는 1911년 Noon과 Freeman이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에게 처음 시도한 이후 100년 이상 사용되어 온 치료이다. 항히스타민제나 비강 내 스테로이드와 같은 약물치료가 알레르기비염의 증상을 효과적으로 조절하는 데 목적이 있다면, 면역치료는 원인 알레르겐을 반복적으로 투여하여 면역관용을 유도함으로써 알레르기질환의 자연 경과 자체를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전통적인 피하면역치료(subcutaneous immunotherapy, SCIT)뿐 아니라 설하면역치료(sublingual immunotherapy, SLIT)의 사용도 증가하면서 환자와 의사가 선택할 수 있는 치료 방법이 다양해졌다. 최근에는 체계적 문헌 고찰, 실제 진료 자료(real-world data), 장기 추적 연구, 새로운 바이오마커 연구도 축적되고 있다. 본고에서는 기전이나 제제별 세부 용법을 장황하게 설명하기보다 실제 이비인후과 외래에서 환자에게 자주 받는 질문을 중심으로 최근의 면역치료 개념을 정리하고자 한다.
진료실에서 가장 흔히 마주치는 오해다. 알레르기 검사에서 여러 항원이 양성인 다중감작(polysensitization)은 매우 흔하지만, 이것이 여러 항원이 모두 환자의 증상을 일으키는 다중알레르기(polyallergy)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피부단자검사나 혈청 특이 IgE 검사는 “이 항원에 면역학적으로 감작되어 있다”라는 사실을 보여줄 뿐, 그 항원이 현재 환자의 비염을 실제로 유발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자동으로 증명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면역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은 임상적으로 관련이 있는 알레르겐을 찾는 것이다. 즉, 검사에서 알레르겐에 대한 혈청 sIgE가 명확하게 확인되면서, 환자가 해당 알레르겐에 대해 실생활에서 자주 노출되어야 하며, 노출 시 알레르기 증상이 발생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집먼지진드기, 고양이, 자작나무 꽃가루에 모두 양성이더라도 고양이와 접촉할 일이 전혀 없고 봄철 증상도 없으며 연중 집에서 비염 증상이 심하다면 세 항원의 임상적 의미는 동일하지 않다. AAO-HNSF 가이드라인 및 국내 진료 지침에서도 면역치료 항원은 검사에서 확인되면서 환자의 병력과 일치하는 임상적으로 연관된 항원으로 제한하도록 명시하고 있다.[1,2]
최근에는 component-resolved diagnosis와 분자 알레르기 진단이 발전하면서 진짜 일차 감작과 교차반응을 구분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이것 역시 환자의 병력을 대체하지는 못한다. 오히려 검사 항목이 많아질수록 양성 결과 자체에 매몰될 가능성이 있다. 면역치료에서는 많은 항원을 넣는 것이 반드시 더 좋은 치료를 의미하지 않는다. 특히 여러 항원을 혼합하면 각 알레르겐의 유효 농도가 감소하거나 추출물 간 안정성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현재의 근거만으로 SCIT과 SLIT 가운데 하나가 모든 환자에게 일관되게 더 우수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국내 SLIT 지침에서도 두 치료를 직접 비교한 무작위시험이 많지 않고, 기존 메타분석의 상당 부분이 간접 비교에 기반하기 때문에 효과의 우열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정리하였다.[3] 2025년에 발표된 umbrella review에서도 SCIT과 SLIT 모두 성인과 소아 알레르기비염에서 효과가 확인되었지만, 기존 체계적 문헌고찰의 방법론적 질 자체가 높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점이 지적되었다.[4]
따라서 실제 진료에서는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인가?”보다 “이 환자가 어느 치료를 3년 이상 지속할 수 있는가?”를 묻는 편이 현실적이다. SCIT은 오랜 임상 경험과 다양한 알레르겐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의료진이 투약을 직접 관리하므로 실제 투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반면 반복적인 병원 방문과 주사가 필요하며, 드물지만 전신반응과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할 수 있다. SLIT은 자가 투여가 가능하고 심각한 전신반응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매일 꾸준히 복용해야 하므로 집에서의 실제 순응도가 치료 성공을 좌우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집먼지진드기 항원만 SLIT 약제로 시판되고 있는 점도 제한점이다.
최근 한국의 실제 진료 패턴은 이러한 변화를 잘 보여준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회원을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에서 SLIT 처방 경험은 2009년 17.9%에서 2017년 40.3%, 2022년 46.2%로 꾸준히 증가하였다.[5] 이는 SLIT이 SCIT을 대체했다기보다, 안전성과 편의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되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2025년 발표된 767명 규모의 집먼지진드기 SCIT 3상 무작위시험에서는 전체 환자에서는 SCIT가 placebo 대비 비강 증상-약물 복합점수(CSMS[n])를 유의하게 개선하지 못했다. 그러나 대상자의 약 70%가 경증 환자였고, 중등도-중증 환자 228명을 대상으로 한 사후 분석에서는 유의한 개선이 확인되었다.[6] 이는 면역치료에서 단순한 감작 여부보다 실제 증상 부담을 고려한 환자 선택이 중요함을 시사한다.
면역치료에서 “언제 효과가 나타나는가?”와 “언제 치료를 끝낼 수 있는가?”는 서로 다른 질문이다. 증상이 호전되기 시작하는 데 필요한 기간과 치료를 중단한 이후에도 효과가 유지되는 면역학적 관용을 형성하는 데 필요한 기간이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의 가이드라인에서는 최소 3년의 치료를 권장하는데, AAO-HNSF 지침에서도 증상 조절 효과를 보이는 환자는 최소 3년간 치료하도록 명시하였다.[1] 국내 진료 지침에서도 3 – 5년 이상 유지하면 면역요법 종료 이후 증상 및 질병 경과의 호전이 장기간 유지된다고 하였다.[2] 치료 반응은 반복적인 특이 IgE나 피부시험보다는 증상과 약물 사용량의 변화로 판단한다.
기존의 장기 추적 연구에서는 3년 이상의 면역치료를 시행한 환자에서 치료 종료 이후에도 일정 기간 효과가 유지되는 carryover effect가 관찰되었다. 집먼지진드기 SLIT을 3년, 4년, 5년 시행한 후 장기간 추적한 연구에서도 3년 시행한 경우 임상적 효과는 치료 후 7년 동안 지속되었고, 4년 또는 5년 치료를 받은 환자의 경우 8년 동안 임상 효과가 지속되었다. 이는 충분한 치료 기간이 치료 종료 이후에도 일정 기간 효과가 유지되는 carryover effect와 연관됨을 시사한다.[7]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3 – 5년을 하나의 치료 과정으로 설명하는 것이 환자의 기대치를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반대로 1년 이상 충분히 치료했음에도 전혀 효과가 없다면 “3년을 채워야 하니까”라는 이유만으로 무작정 지속할 필요도 없다. 순응도가 적절했는지, 원인 항원을 잘 선택했는지, 새로운 항원 노출이나 비알레르기비염 등 다른 원인이 없는지를 다시 평가해야 한다.
결국 환자에게는 다음처럼 설명하는 것이 가장 이해하기 쉽다. “증상이 좋아졌기 때문에 면역치료를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좋아진 상태가 치료를 중단한 뒤에도 지속되도록 충분히 치료하는 것입니다.”
알레르기 면역치료의 중요한 장점은 현재의 비염 증상을 줄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알레르기질환의 자연 경과를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특히 소아 알레르기비염 환자에서 새로운 알레르겐 감작을 예방할 수 있고, 알레르기비염이 천식으로 이행하는 것을 감소시키는 등 알레르기 행진을 억제하여 향후 알레르기질환의 발생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 가이드라인에서도 이러한 disease-modifying effect를 환자에게 설명하도록 권고한다.[1,2]
이를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근거가 Allergy 저널에 발표된 체계적 문헌 고찰 및 메타분석이다.[8] 총 18개 연구를 분석한 결과, 알레르기비염을 포함한 알레르기질환 환자에서 알레르기 면역치료는 천식 발생 위험을 약 25% 감소시켰다(RR 0.75, 95% CI 0.64–0.88). 특히 예방 효과는 성인보다 소아에서, 다중감작보다 단일감작 환자에서, 그리고 치료를 3년 이상 시행한 경우에 더 뚜렷하였다. 반면 알레르겐의 종류 (집먼지진드기와 grass pollen) 또는 알레르겐의 투여 경로 (SCIT, SLIT tablets, SLIT drops)에 따른 차이는 크지 않아서, 특정 항원이나 투여 경로보다는 적절한 환자 선택과 충분한 치료 기간이 더 중요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2026년에는 흥미로운 장기 자료가 발표되었다. 집먼지진드기에 단일감작된 알레르기비염 환자를 15년간 추적한 연구에서 새로운 감작은 약물치료만 받은 대조군에서는 모든 환자에게서 발생한 반면, 3 - 5년간 SLIT을 받은 군에서는 11 - 21%에서 발생하였다. 연구에서 정의한 천식 진행 역시 대조군에서는 58%였지만 SLIT군에서는 6 - 7% 수준이었다.[9] 장기간의 disease-modifying effect를 지지하는 인상적인 결과이다. 그러나 이 연구는 59명이 장기 추적을 완료한 비교적 작은 규모의 open-label 연구를 사후 분석한 결과라는 중요한 제한점이 있다. 따라서 이 하나의 연구만으로 모든 환자에게 천식 예방 효과를 확정할 수는 없다. 오히려 최근 자료가 주는 메시지는 “AIT의 장기 효과가 상당히 흥미롭지만, 어떤 환자가 가장 큰 이득을 얻는지 더 정교하게 규명해야 한다”라는 쪽에 가깝다.
면역치료는 수년간 지속하는 치료이므로 효과 못지않게 안전성과 순응도 관리가 중요하다. SCIT의 가장 중요한 이상 반응은 전신반응과 아나필락시스이다. 위험은 조절되지 않는 천식, 알레르기 증상이 심한 시기, 투여 용량 오류, 과거 전신반응 병력, 베타차단제 복용, 새로 조제된 알레르겐 추출물을 투여하는 경우 등에서 증가한다. 따라서 주사 전에 최근 천식 조절 상태, 감염이나 알레르기 증상 악화, 이전 주사 후 이상 반응, 약제 변화 등을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하다.[2]
SCIT 후에는 일반적으로 최소 30분간 의료기관에서 관찰해야 하며, 면역치료를 시행하는 의료진은 아나필락시스를 신속하게 진단하고 epinephrine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2024년 AAO-HNSF 지침에서는 이것을 가장 강한 수준의 권고 중 하나로 제시하였다.[1] 한편, 이 지침에서는 국소반응이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SCIT의 증량 또는 유지용량을 일률적으로 감량할 필요는 없으며, 원칙적으로 기존 증량 또는 유지 계획을 지속할 것을 권고한다. 국소반응에 따른 일상적인 용량 감량이 전신반응을 감소시킨다는 근거는 부족하고, 오히려 유지용량 도달을 지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SLIT은 SCIT보다 전신반응 위험이 낮지만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다. 국내 SLIT 지침에서는 전신 이상 반응 발생률을 약 1.1%로 제시하고 있으며 SCIT의 약 2.4%보다 낮았지만, SLIT에서도 아나필락시스 사례가 보고된 적이 있으므로 첫 투여 후 최소 30분간 의료기관에서 관찰하도록 권고한다.[3] 초기에는 구강 소양감, 인후 자극, 구강 점막 부종 등의 국소반응이 흔하며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한다. 호산구성 식도염 과거력이 있는 환자는 SLIT을 피하는 것이 권고된다.
또 하나 실제 치료 성공을 좌우하는 문제는 순응도이다. SCIT은 병원 방문 자체가 투약 기록이 되지만, SLIT은 처방받았다고 해서 매일 복용했다는 뜻은 아니다. 효과가 기대보다 낮은 환자에게서는 새로운 바이오마커 검사를 찾기 전에 먼저 실제 투약 여부, 치료 중단 기간, 항원 선택의 적절성, 지속적인 고농도 노출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2026년 알레르기 면역치료 비반응 위험인자에 대한 체계적 문헌 고찰에서도 치료 순응도, 질환 중증도, 항원 종류, 환경적 요인 등이 반응 차이와 연관될 가능성이 제시되었다.[10]
면역치료는 여전히 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어떤 환자가 면역치료에 잘 반응할지를 치료 전에 예측하기 위한 바이오마커와 precision immunotherapy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아직 일상 진료에서 사용할 수 있는 확립된 예측 지표는 없지만, 향후에는 단순히 ‘면역치료를 할 것인가’를 넘어 ‘어떤 환자에게 치료해야 효과를 잘 볼 수 있는가’를 예측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적절한 환자 선택, 정확한 원인 알레르겐의 선정, 충분한 치료 기간, 그리고 환자가 치료를 끝까지 지속하도록 돕는 것. 이것이 성공적인 알레르기 면역치료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