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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NTian September 2026

바다를 듣고, 압력을 느끼다 — 이비인후과 의사의 다이빙 이야기 리더스 이비인후과 원장 송기재

  이비인후과 의사에게 스쿠버 다이빙은 조금 특별한 취미다. 일반인에게 다이빙이 아름다운 바닷속 풍경과 모험을 즐기는 레저라면, 이비인후과 의사에게는 귀와 코, 부비동, 전정기관이라는 익숙한 신체 기관을 전혀 다른 환경에서 직접 경험하는 일이다.

  처음 스쿠버 다이빙을 접한 것은 군의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공의 생활을 마치고 비교적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고등학교 동창들로부터 스쿠버 다이빙을 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시간은 많고 돈은 없던 시절이었지만, ‘마이너스 통장’까지 동원해가며 장비를 하나씩 마련했다. 마스크와 핀, 웨트슈트, BCD(부력조절장치), 레귤레이터, 다이빙 컴퓨터까지. 처음에는 복잡하고 낯설기만 했던 장비들이었지만, 다이빙을 배울수록 각각의 장비가 왜 필요한지, 그리고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비인후과 의사인 나에게 다이빙에서 가장 중요한 준비는 어쩌면 장비보다 내 몸, 특히 귀와 코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다이빙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이퀄라이징이다. 수심 10미터당 1기압씩 압력이 증가하기 때문에, 중이와 외부 환경 사이에 압력 차이가 생긴다. Valsalva maneuver, Toynbee maneuver 등으로 중이의 압력을 조절해야 한다. 흔히 ‘귀를 뚫는다’라고 표현하는 과정이다. 이퀄라이징이 제대로 되지 않는데도 무리해서 내려가면 귀의 통증은 물론 고막이나 중이, 심한 경우 내이까지 손상될 수 있다. 따라서 다이빙에서는 귀가 아파진 뒤 해결하려 하기보다 통증이 생기기 전에 자주, 부드럽게 이퀄라이징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스쿠버 다이빙뿐 아니라 프리다이빙을 즐기는 사람들도 크게 늘었다. 그만큼 진료실에서 다이빙과 관련된 귀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를 만나는 경우도 많아졌다. 그런 환자들에게 귀가 아프면 절대 무리하지 마시라 한다. 사실 이 말은 다이버에게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원칙이다. 압력 조절이 잘되지 않는다면 내려가는 것을 멈추고, 필요하면 다시 올라와야 한다.

  비강과 부비동 역시 중요하다. 감기나 비염으로 코가 심하게 막힌 상태에서는 압력 조절이 어려워지고 압력 손상성 부비동염이 발생할 수 있다. 제한된 일정으로 다이빙을 취소하기가 아쉽더라도, ‘오늘 하루만 참자’라는 생각으로 몸 상태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좋은 다이빙은 무조건 계획대로 하는 다이빙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포기할 줄 아는 다이빙이다. 장비를 철저히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비가 모든 실수를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몸 상태를 판단하고, 위험한 상황에서는 과감하게 다이빙을 포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안전 수칙이다.

  다이빙은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과도 닮았다. 아무리 좋은 검사 장비와 최신 기술이 있어도 최종적으로 중요한 것은 환자와의 소통을 통해 문제점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이다. 다이빙 또한 첨단의 안전 장비보다 자신의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를 무시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더 깊이 내려가는 것보다 안전하게 다시 올라오는 것. 바다를 정복하려 하기보다 바다의 규칙을 존중하는 것. 이것이 다이빙을 하면서 배운 가장 소중한 교훈이다.

  다이빙에서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전정기관과 균형감각이다. 육상에서는 우리가 서 있는 방향을 거의 의식하지 않지만, 물속에서는 시각적 기준이 제한되고 몸이 자유롭게 움직이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방향감각이 혼란스러울 수 있다. 이때 전정기관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반고리관과 이석기관이 머리의 회전과 움직임, 중력에 대한 정보를 감지하고, 뇌는 시각과 전정감각, 몸의 감각을 종합해 우리가 어느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 판단한다. 어지럼증 환자를 진료하면서 설명하던 전정기관의 기능을 물속에서는 자신의 몸으로 경험하게 된다. 눈을 감고 자세를 바꾸거나 시야가 제한된 상황에서 방향을 잡아보면 평소에는 의식하지 않았던 균형감각의 정교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물속의 소리도 특별하다. 레귤레이터를 통해 들려오는 자신의 호흡 소리, 버블이 올라가는 소리, 주변 다이버의 움직임에서 발생하는 소리는 육지와 전혀 다른 음향 환경을 만든다. 특히 물속에서는 말로 대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손짓과 수신호가 중요하다. ‘괜찮다’, ‘문제가 있다’, ‘공기가 부족하다’, ‘상승한다’는 간단한 신호 하나가 때로는 매우 중요한 메시지가 된다. 이비인후과 의사에게 다이빙은 이런 경험을 통해 ‘듣는 것’과 ‘소통하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취미이기도 하다.

  바다에 들어가면 그동안 공부해 왔고 진료해 왔던 귀와 코, 전정기관이 실제 감각으로 다가온다. 압력을 느끼고, 균형을 잡고, 소리를 듣고, 장비를 통해 숨을 쉰다.

  그리고 수면 위로 돌아와 마스크를 벗는 순간, 다시 들려오는 파도와 사람들의 목소리가 유난히 반갑다.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는 순간, 바다는 말없이 하나의 질문을 던질 것이다.

  “오늘도 무사히 돌아왔는가?”

  그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 다이빙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다이빙이다. 어쩌면 다이빙을 하며 내가 가장 많이 배운 것은 바다에 관한 지식이 아니라 내 몸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 그리고 자연 앞에서 겸손해지는 법인지도 모르겠다.

P.S.
개인적 기준 다이빙 포인트 베스트 3
(사진은 개인 소장 사진이 퀄리티가 떨어지는 관계로 검색 사진을 사용함)

1. 팔라우

거대한 양배추 산호벽을 따라 조류 다이빙을 즐길 수 있고, 만타 가오리를 가까이 관찰할 수 있다.

2. 말레이시아 시파단

범프해드 패럿피쉬 외에도 다양한 마크로 해양생물을 만날 수 있다.

3. 필리핀 보홀

아기자기하게 펼쳐진 산호 군락과 구석구석 숨은 마이크로 해양생물을 만날 수 있다.

앞으로 가고 싶은 다이빙 포인트
  • 호주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
  • 갈라파고스 제도
  • 축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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