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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ID-19의 최전선에서 강원대학교병원 전공의 1년차 허윤

허윤

올해 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인턴 생활을 마무리해 갈 즈음 중국 우한에서 정체 모를 바이러스에 의한 폐렴 환자가 대거 발생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나라에도 감염 환자가 발생하기 시작했고 이 병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이 때 까지만 해도 나는 그저 ‘우리 병원의 첫 이비인후과 전공의로서 열심히 배우겠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전공의 생활에 대한 기대로만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COVID-19는 대구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했다. 확산 속도가 폭발적으로 상승하면서 해당 지역의 의료자원이 감당해내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고, 이로 인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환자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많은 의료인들의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우리 병원도 비록 대구 · 경북지역과 다른 지역이지만 국립대학교 병원으로서 지역사회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병원에서 빠르게 ‘대구 · 경북지역 의료지원단’을 모집하기 시작했고, COVID-19로 인해 병원 및 나라가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정말 어려운 곳에서 환자 진료를 하고 그 곳에서 힘들 동료 의료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과에서도 긍정적으로 지원해주셔서 기쁜 마음으로 ‘대구 · 경북지역 의료지원단’에 합류하게 되었다.

우리 병원의 의료지원단은 의사 7인, 간호사 6인, 방사선사 1인, 행정직 1인으로 구성되었고, 구미시에 위치한 LG 디스플레이 구미기숙사를 이용한 ‘경북대구7생활치료센터’를 담당하게 되었다. 초기 309명 입소를 시작으로 누적 348명의 경증 확진자들을 코호트 격리하며 PCR 검사와 의료지원을 하는 것이 주요 업무였다. 또한 상태가 악화되는 환자를 선별해내고 필요한 치료를 위해 상급병원으로 이송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 중 하나였다. 이를 통해 대구경북 지역의 병원들이 중증 환자를 케어하는 것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주 목표였다.


사진1. 강원대병원 대구 · 경북 의료지원단 의료진

처음 구미에 도착하여 마주한 것은 노후한 기업체의 기숙사였다. 이곳을 하나의 작은 병원으로 만들어야 했기에 특히 첫 날에 바쁘게 움직였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보다 안전이었다. 이 센터를 운영하기 위해 함께 파견된 공무원, 군인, 민간의료진의 감염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했고 이를 위해서 환자구역과 클린존의 명확한 동선 구분이 필요했다. 또한 명확하게 나누어진 구역을 전체 직원 및 환자에게 정확하게 교육하여 혼란으로 인해 안전이 위협받지 않도록 해야 했다. 특히 첫날 입소 인원이 전체 기간 중 가장 많은 300여명이였기 때문에 더욱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다. 이를 위해 사전 시뮬레이션을 반복적으로 시행하였고, 그 덕분에 큰 혼란이나 사고없이 전체 입소를 완료할 수 있었다. 그렇게 의료진들도 한숨 돌리려던 차에 의료지원팀의 전화들이 일제히 울리기 시작했다. 환자들이 낯선 곳에 처음 온 것인 만큼 도움도 필요하고 궁금한 것도 많았을 것이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첫 날은 전쟁통과 같은 분위기로 순식간에 지나갔다.

생활치료센터는 음압 시설이 없기 때문에 레벨D 방호복을 입더라도 환자와의 접촉을 최소화하여야 한다. 또한 일반 병원의 병동과 달리 쉽게 환자들을 들여다볼 수 없기 때문에 환자에게 혹시 모를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알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스마트폰 어플을 통한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어플을 통해 환자가 체온과 자신의 증상을 입력하면 의료지원팀 상황실 대형 스크린에 실시간으로 표시가 되는 시스템이었다. 또한 전화를 통해서 하루에도 여러 차례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였다. 한 번은 어플로도 상태를 업데이트를 하지 않고 한참이 지나도록 전화도 연결되지 않는 남자 고등학생이 있었다. 혹시나 위급한 상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결국 방호복을 입고 해당 호실을 찾아갔다. 한참 문을 두드리니 다행히 그 학생이 나왔다. 전날 늦은 시간까지 게임을 하느라 늦잠을 자고 있었다고 한다. 단순한 해프닝이었지만 우리가 병원에서와 같이 일반적으로 대면 접촉을 통한 진료가 아닌 스마트폰 너머의 환자를 비대면으로 진료한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느꼈다.

의료지원단으로 일하면서 가장 긴장되었던 순간을 떠올리면 폐렴 악화 소견을 보이던 70대 남자환자와 동행하여 상급병원으로 전원 가던 때이다. 음압 시설도 없는 밀폐된 앰뷸런스 안에, 더군다나 상태가 악화되어 증상이 심해진 환자와 함께 있으면서 환자의 상태가 더 나빠지지 않는지를 지속적으로 돌보아야 하는 것이 일차 긴장을 가져왔다. 거기다 레벨D 방호복만을 의지하여 밀폐된 앰뷸런스 안에서 환자를 돌보다 보니 고글이 지속적으로 이마를 누르면서 두통이 심해지고 시간이 흐르며 긴장이 더해져서 N95 마스크 때문에 안 그래도 답답했던 호흡이 과호흡으로 바뀌는 등 이차적인 긴장으로 인해 매우 힘들었고 나 자신을 진정시키기 위해 호흡을 수차례 조절해야 했다. 그렇게 자정이 넘어 시작한 전원 업무는 환자를 인계한 후 새벽 3시가 되어서야 마칠 수 있었다. 악화된 환자를 무사히 전원한 것도 기뻤지만 방호복을 벗고 3월 초의 상쾌한 새벽 공기를 숨쉴 수 있다는 작은 일상도 너무 소중했다.


사진2. 대면 진료를 위해 레벨D 방호복을 착용 중이다.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입소자들도 우왕좌왕 했던 처음과 달리 시스템에 많이 익숙해졌고 신체적인 증상도 전반적으로 안정되어 갔다. 하지만 반대로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환자들이 늘었다. 특히 COVID-19 PCR 검사의 Positive 결과를 전달하는 일이 힘들었다. 재검을 해달라거나, 화를 내기도 하고, 결과를 듣자 마자 목놓아 울기도 하는 등 퀴블러로스의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의 단계를 보여주듯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이들을 위로하는 것 역시 의료진의 중요한 일이었다. Positive 결과가 나오면 다음 검사가 1주일 미뤄지면서 퇴소 역시 1주일 미뤄지게 된다. 이런 결과를 받아 본 환자들의 마음이 얼마나 심란할지 가늠해보기도 어려웠다. 그저 환자와 같은 마음으로 하루 빨리 퇴소하기를 바라며 전화기 너머로 위로의 말을 전할 뿐이었다.

생활치료센터에서의 가장 행복한 일정은 단연 “퇴소”였다. 격리해제 판정을 받은 환자들이 퇴소할 때면 모든 의료진이 나와서 현수막을 흔들며 퇴소자들을 축하해주는 작은 행사가 있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퇴소를 축하해주며 어느새 길고도 짧았던 3주의 시간이 흘렀고 입고 왔던 외투를 입지 못할 정도로 날씨가 포근해졌다. 우리 팀 또한 경북대병원 팀에게 인계 후 철수가 결정되었다. 그렇게 우리 팀은 퇴소하는 버스에 오르게 되었고, 우리가 퇴소자들을 위해 흔들어주던 현수막을 창 너머로 보면서 생활치료센터에서의 업무를 공식적으로 종료하게 되었다. 이번 의료지원파견을 통해 지역사회가 가장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이곳 구미까지 달려와서 도움을 줄 수 있었다는 것이 매우 기뻤다. 하지만 절반이 넘는 입소자가 퇴소하였음에도 100여명이 남아 있었기에 떠나는 마음이 마냥 가볍지는 않았다. 그런 마음을 위로하기라도 하는 듯 구미 시내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꽃길만 걸으세요”라고 응원하던 현수막의 문구처럼 하루 빨리 이 사태가 진정되어 이 꽃길을 다시 주민들이 걸을 수 있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구미를 떠나왔다.


사진3. 격리 해제자의 퇴소를 축하해주고 있는 의료지원단

수 많은 의료진들의 노력으로 대구 · 경북 지역에서 급속도로 증가하던 신규 감염자는 한 자리수 미만으로 떨어졌었다. 날씨가 풀리면서 마치 COVID-19도 함께 끝이 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 이 사태가 끝난 것이 아니고, 언제 또 다시 감염이 확산될지 알 수가 없다. 얼마 전 또 다시 집단 감염 사태가 우려된다는 보도가 나왔다. 대구 · 경북 지역에서의 집단 감염 확산 사태를 잠재우기 위해 수 많은 의료진들의 노력이 필요했고, 또 많은 감염환자들이 고통받았던 것을 기억하여 이 사태의 종식까지 경각심을 잘 유지해야할 것이다. 이비인후과 진료 영역 역시 감염의 노출이 큰 ‘COVID-19의 최전선’이다. 그렇기에 하루 빨리 COVID-19의 전염 사태가 종식되어 일상생활은 물론 진료현장까지도 정상화되기를 희망한다.


사진4. 격리 해제자 퇴소를 위한 버스 주변에서 모든 근무자가 축하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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