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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ID-19와 공존하기 (With COVID-19) 분당 서울대학교병원 감염내과김홍빈

김홍빈

2020년 1월 8일 우리나라에서 첫 COVID-19 환자가 확인된 후 벌써 7개월여가 지났습니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전세계적으로 1800만명 이상 감염되었고, 이중 70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하고 있습니다. 지난 20세기 이후 우리 인류는 수많은 새로운 감염병을 경험하였지만, 일부의 감염질환은 사라지기도 하였고, 일부는 여전히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COVID-19의 전세계 유행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수 없고,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 인류가 나타난 것은 기껏해야 20만년(호모사피엔스)전이지만, 미생물은 수십억년전부터 존재하였습니다. 따라서, 인간이 미생물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COVID-19를 종식시키겠다는 호기로운 전투적인 자세를 취하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COVID-19와 공존하면서도 인류에게 끼치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COVID-19가 제어하기 쉽지 않은 감염질환이라는 사실은 지금까지 밝혀진 다음과 같은 연구결과들 때문입니다.

기초감염재생산수(basic reproduction number, R0)는 한 사람의 감염자가 평균 몇 명에게 옮길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홍역의 경우 12-18, 계절 인플루엔자의 경우 0.9~2.1, 메르스(MERS-CoV)의 경우 0.3~0.8로 알려져 있고, COVID-19의 경우에는 자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4~3.9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즉, 매년 겪는 인플루엔자보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쉽게 전염되고, 1명의 감염자가 2-3명에게 옮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남들에게 바이러스를 전파시키는 시기가 본격적으로 증상이 나타나기 전, 즉 48시간 전부터라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서로 누가 감염되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미 바이러스가 다른 사람들에게 퍼져 나가게 됩니다. 따라서, 증상이 나타난 후 조심하는 것만으로는 다른 사람에게 옮기는 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더구나 감염된 환자의 호흡기에서 배출되는 바이러스의 양이 감염 초기에 아주 많고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하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기 전 혹은 몸이 좋지 않다고 느끼는 시기에 이미 상당량의 바이러스를 남에게 전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외국에서 혈청검사로 확인한 감염자의 숫자가 호흡기 검체 유전자 검사로 확인한 숫자와 비교할 때 10배 가까이 많다는 사실은, 자기도 감염된 줄 모르는 채 지나가는 무증상 혹은 경증으로 끝나는 환자의 숫자가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유전자 검사로 확진된, 즉 우리가 매체의 보고를 통해 접하는 환자의 숫자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더욱이 증상이 경미하거나 무증상인 경우라도 배출되는 바이러스의 양은 차이가 없기 때문에, 이를 차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만으로도 감기, 인플루엔자와 같은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 그리고 COVID-19를 쉽게 구별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증상만으로는 이와 같은 감염질환을 감별하기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올 가을이나 겨울 매년 유행하는 계절 인플루엔자나 다른 호흡기 감염병으로 환자가 생기면, COVID-19와 구별할 수가 없어서 더 큰 혼란이 오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위와 같은 여러 가지 연구결과를 고려한다면, 우리가 COVID-19와의 싸움에서 이기거나 우리의 힘으로 쉽게 종식시키기는 어렵기 때문에, COVID-19 이후의 삶이 아닌 당장의 우리 일상 생활도 조금씩 바뀌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지난 7개월여의 경험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내가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모르는채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기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을 자주 씻고 기침-호흡기 예절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우리 스스로의 노력 덕분에(이비인후과 개원의 선생님들께는 더욱 어려움을 드렸을 것 같아 한편으로는 걱정스럽기도 합니다만) 예년과 달리 계절 인플루엔자의 유행도 빨리 끝났고, 다른 호흡기바이러스 감염의 유행도 거의 없었으며, 다양한 감염질환도 확연하게 줄었다고 합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문화의 차이 등으로 마스크 착용에 대한 거부감도 있었지만, 의도하지 않게 마스크 착용 효과에 대한 자연적 실험이 되면서, 미국에서는 마스크 착용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한 후 지역사회 감염뿐만 아니라 심지어 의료기관 근무자에서도 COVID-19 감염이 상당 부분 줄어든 것으로 보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작은 침방울(비말)로 다른 사람에게 전염된다고 알려져 있는 COVID-19이지만, 제대로 환기되지 않는 폐쇄된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모여 다양한 사회활동을 한다면 1-2미터보다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에게도 에어로졸 형태로 바이러스가 퍼져 나가 감염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세계보건기구에서 권고하는 것처럼 소위 “3C-Crowded places, Close contact settings, Confined & enclosed spaces”를 피하려는 노력이 꼭 필요합니다. COVID-19 환자가 늘어나면 감염되지 않았지만 만성질환 등으로 고생하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의도하지 않은 2차 피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대구-경북지역에서 예년과 비교하여 올해 초 다른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하며, 미국에서도 유사한 보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또한, COVID-19 환자가 급증하면 이들을 치료할 의료자원이나 인력이 부족해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돌아가시거나 중증의 경과를 밟는다고 알려진 고령자 등의 치료에 집중하기 어렵습니다.

치료제와 백신이 이미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는 계절 인플루엔자가 매년 유행하면 우리나라에서도 1000명 전후의 초과사망자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COVID-19 백신이 개발되고 치료제가 상용화되면, 지금 겪고 있는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장밋빛 희망이 틀릴 수도 있습니다.
결국 앞서 언급한 COVID-19의 특성을 고려하여 다양한 영역에서 “몸은 멀리, 마음은 더 가까이”라는 생활 속 거리두기를 실천하지 않는다면, COVID-19는 끝나지 않고 계속 우리는 지금과 같은 어려움을 겪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얼마 전 작고한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포수 요기 베라의 명언처럼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닙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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