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의 내용은 본 학회의 공식적인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이비인후과 전체에도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킨 만5세 환아의 편도 수술 후 사망 사고에 대한 국민청원 이후, 이와 관련한 언론 보도가 있었다. 故 김동희 군의 안타까운 죽음에 애도를 표하며, 부모님의 아픔에 감히 위로의 말씀을 먼저 드린다. 그럼에도 이비인후과 의사의 시선은 또 일반인과는 다르기에, 언론과 관련된 댓글을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여, 아무도 말해주지 않은 이비인후과 의사의 변을 달아본다.
“편도 제거 수술을 받은 아들이 의료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며 의료사고 방지 법안을 만들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4일, 당시 5살이던 청원인의 아들 A군은 경남의 한 대학병원에서 편도 제거 수술을 받았다. 편도 제거 수술은 인두편도가 비대해질 경우 이를 제거하는 수술로 비교적 수술 난도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원인은 “(이틀 후 6일) 의사는 퇴원하라고 했으나 아내는 아이가 음식은 물론이고 경구약도 복용이 되지 않으니 며칠 더 입원해서 경과를 살피자고 하였지만, 의사가 ‘편도 수술하면 원래 먹지 못한다며 수액 치료는 저희 병원에서 못 해 드리니 가까운 병원에서 2, 3일 정도 수액 치료를 받으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냉소적으로 퇴원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퇴원 후에도 A군의 상태는 좋아지지 않았다. 7일 동네 병원 의사는 “너무 과하게 수술이 되었다”며 인근 종합병원에 재입원할 것을 권유했다. 재입원한 지 이틀째 되는 9일 새벽, A군은 갑자기 피를 분수처럼 쏟아내기 시작했다. A군은 곧바로 수술을 받았던 대학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러나 대학병원은 환자 이송을 거부했다. 청원인은 “이유는 알 수 없었으나 대학병원 측은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를 갖추고 있는 권역응급의료센터임에도 불구하고 환자 이송을 거부했다”며 “다른 병원을 찾느라 30분가량을 지체했다”고 주장했다. A군은 결국 깨어나지 못했고 뇌사 판정 5개월만인 3월 11일 세상을 떠났다.
청원인은 수술 과정에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수술 직후 병원으로부터 출혈이 있었다는 보고를 구두로 받았으나 수술기록지엔 ‘수술 중 이상 무’로 기록되어 있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추가 재마취를 한 내용도 빠져 있었다. 청원인은 “추가 재마취를 한 사실이 최초 발급한 수술기록지에는 누락되어 있었다”며 “의사 면담 후 수술기록지를 재차 발급했을 때는 수술 시 출혈 발생 및 재마취 사실이 수정되어 기록되어 있었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이 문제를 제기한 후에야 수술기록지가 수정되었다는 것이다.
청원인은 진상 조사 및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의료사고 소송 중인 의료인의 의료업 종사 금지에 대한 의료법 개정, 24시간 내 의무기록지 작성 법제화, 의료사고 수사 전담부서 설치를 요구했다.”
– 2020년 7월 20일자 국민일보-
비단, 하나의 잘못만으로 일어나는 사건은 없다. 이 사건을 바라보는 이비인후과 의사의 입장에서도 여러 개의 연쇄 사슬이 보인다. 정말 어처구니 없게도, 하나의 사슬만 잘 작용했다면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을 사건이지만, 이러한 경우, 그 모든 사슬이 다 제대로 작용하지 못한다. 이 뉴스를 봤던 이비인후과 의사들 중 실제로 편도 수술을 하고 있는 의사라면, 그 누구 하나도 저 사건이 나에게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언론에서는 이 사건에서 가장 큰 쟁점을 수술을 집도한 집도의의 잘못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그리하여, 여러 언론에서 다음 사건과 관련하여 CCTV의 설치를 정당화하고 있는데(아마도 정부의 정책 방향과 일치해서 더 그러리라), 실은 어폐가 있어 보인다. 일반인의 눈으로 눈치채기는 쉽지 않으나, 의사의 눈으로는 쉽게 보이는 것으로, 사건의 쟁점은 실은 사후 처치에 있기 때문이다.
인근 종합병원에서의 처치는 제대로 되었으며, 해당 병원의 소아전문 권역응급센터에서는 왜 환아를 받지 못했을까? 그 자세한 내막은 알기 어려우나, 환아의 아버지가 YTN 라디오(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를 통해 인터뷰한 내용에 따르면 이러하다. 인근 종합병원에서 구급차를 타고 가면서 연락을 한 상황에서, 도착하기 6분 전에 다시 구급차 쪽으로 병원에서 연락이 없어서 환자를 받을 수 없다는 연락이 왔다고 했으며, 그 이유로 수혈 부족 혹은 CPR 진행 중인 환자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현행법 상 응급 환자의 이송과 관련하여 해당 의료기관이 적절한 응급의료를 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다른 의료기관으로 이송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환자의 이송 여부를 판단했던 것은 소아과 의사이며, 소아전문 권역응급센터를 갖춘 병원의 경우, 일단 소아과 의사의 판단 하에 응급실로 입원이 된 이후, 이비인후과 의사에게 환자 상태에 대해 연락이 간다. 이 과정 자체가 누락이 된다면, 이비인후과 의사는 환자 상태를 다시 확인할 기회도, 다시 재수술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얻지 못한다.
시스템적인 문제점들을 한 번 살펴보겠다. 수혈 부족, 그리고 CPR 진행 중인 환자가 있다면, 이는 해당 의료기관이 적절한 응급의료를 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해당할까? 과다 출혈로 인해 환자의 상태가 위중한 경우라면, 수혈 부족이 적절한 응급의료를 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CPR 진행 중인 환자가 있다면, 이는 해당 병원의 소아과의 인력 상황 및 역량에 따라 좌지우지될 수 있겠다. 안타깝게도, 현재 수도권 외 지역의 경우, 소아과 의사(전공의 및 전문의 모두)의 부족으로 응급실을 제대로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받아야하지 않느냐?라고 말하기엔 요즘 상황이 너무 가혹하다. 위중한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한다면, 신해철법에 의거하여 분쟁 조정 절차가 자동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소아과에서 적극적인 위험에 가담한 이후에 생기는 문제에 대해 책임지라고 할 수 만은 없는 입장이다. 요즘과 같은 상황에서 방어 진료를 하지 않고 소신대로만 진료할 수 있는 의사가 현실에 존재할까?
다음으로, 포괄수가제의 문제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포괄수가제(Diagnosis Related Group: DRG)란, 입원기간 동안 제공된 의료서비스의 양과 질에 관계없이 질병의 종류에 따라 미리 책정된 일정액의 진료비를 병·의원에게 지불하는 제도이며, 급증하는 진료비를 억제하기 위해 채택된 방법이다. 2013년도 기준으로 4개의 진료과, 7개 질병군이 그 대상인데, 이비인후과의 경우, 편도 및 아데노이드 절제술이 이에 해당된다. 의료공급자 스스로 불필요한 의료서비스의 제공을 억제하도록 유인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의료비용의 감소를 유도하게 되는 장점이 있는 반면(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홈페이지에는 장점만 설명되어 있다. hira.or.kr), 질병별로 명시된 기일 안에 모든 것을 처리해야 한다는 긴장감은 의료과오에 대한 가능성을 높이게 될 위험이 다분히 내포되어 있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수도권 지역의 경우, 당일 입퇴원으로 편도 및 아데노이드 절제술이 진행되는 곳도 많으며, 포괄수가제 이전에는 환자 컨디션에 따라 일 주 정도 입원도 가능했던 반면, 포괄수가제 이후에는 특별한 이유가 아니라면 입원 기간이 3박 4일을 넘기는 곳은 잘 없다. 아울러 이러한 포괄수가제 성취 여부가 병원 평가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의사의 행위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3차 병원에 근무하는 이비인후과 의사라면, 담당의가 하루 더 입원 후, 왜 수액 치료는 저희 병원에서 못 해 드리니 가까운 병원에서 2, 3일 정도 수액 치료를 받으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냉소적으로(?) 이야기 했는지에 대해 사실은 씁쓸하지만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갈 것이다.
그 다음으로, 개인이 놓친 연쇄 사슬 고리에 대해서도 한 번 살펴보자. 편도 수술이 비록 난이도가 낮은 수술로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분명 1-3만 분의 1 정도의 확률로 편도 수술 이후 사망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다. 수술 기구와 상관 없이, 술 후 출혈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경험치가 많은 의사라고 해서 피해갈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이비인후과 의사라면, 누구나, 예전에 편도 수술 후 사망 사고가 발생했던 전설적으로 내려오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며, 필자의 경우에도 선배 의사가 그 이후로 편도 수술은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어봤고, 필자의 수술 이후에 술 후 출혈로 병원에 재입원 시켰던 경우는 적지 않으며, 그 중 응급 수술을 통해 지혈했던 경우도 당연히 있다. 따라서, 수술장 내에서 마취를 깨우는 과정에서 재출혈이 있었다면 이를 지혈하느라 원래 1시간 예정이었던 수술이 두 시간 정도 걸리는 상황은 사실 의사의 잘못은 아니다. 다만, 주치의는 이와 관련하여 보호자에게 설명함과 동시에 의무기록에도 마취를 깨우는 중의 재출혈 상황에 대해서 기록을 했어야 했다. 실제로 주치의는 보호자에게 설명의 의무는 다한 것으로 보이나, 그와 관련한 의무 기록 수정은 원래의 경과 관찰일에 환자 보호자로부터 상황에 대한 전말을 듣고 난 이후 이루어졌다. 의무 기록은 어떠한 경우라도 사실에 입각하여 적어야 한다는 것은 의료인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지만, 간혹 시간이 부족하거나, 경황이 없는 경우, 템플릿 양식을 그대로 복사하여 사용하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의무기록지가 25장에서 28장으로 늘어난 부분이 실제로 있었던 일 중(따라서 주치의의 기록이 아닌 마취과 의사 및 수술장 간호사의 기록에는 기록이 되었을) 기록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추가로 작성한 부분이었으나, 마치 증거 인멸을 시사하는 듯이 언론에는 보도된 것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대리 수술이 이루어졌을까? 이 부분에 대해서 무수한 추측성 댓글이 달려 있었다. 그 중, “인턴이 대리 수술한 것 아니야?”라는 댓글을 보고, 실소가 나올 수 밖에 없었는데 3차병원의 의사에게는 당연히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만 일반인에게는 이러한 의심마저 드는 모양이었다. 일단 인턴은 전혀 해당 과의 수술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요즘 인턴들은 전공의 80시간 법 이후, 조금이라도 본인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되면 하지 않는 습성을 이미 가지고 있다. 전공의라 하더라도 해당 수술을 적어도 수 십 건은 보고 난 이후에 관리 감독 하 집도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다. 해당 수술을 직접 보진 못했지만, 요즘 3차병원의 현실이 어느 부모나 주치의가 수술하기를 원하는 상황에서, 순수하게 전공의가 수술을 할 수 있지는 않으며, 만일 하더라도 전문의의 감시 감독 하에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특히나, 이번 사건과 같이 마취 깨우는 과정 중에 재출혈이 있었다면, 당연히 전문의가 이와 관련한 모든 처치를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어찌되었건, 사건은 일어났고, 언론 및 여론도 이러한 시스템적인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고찰없이 의료진에 적대적이며, 정부의 정책은 CCTV를 설치하자는 쪽으로 기울어져있어, 사건의 쟁점이 사후 처치라는 것과는 별개로 수술실 내 CCTV 설치의 의무화는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에 더해, 의료사고 소송 중인 의료인의 의료업 종사 금지에 대한 의료법 개정도 차차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CCTV 설치를 주장하는 쪽의 의견은, 병원 수술실의 대리수술을 비롯한 불미스러운 사건들(마취된 환자에 대한 성범죄)로 인한 환자와 병원 간 불신의 벽을 낮추자는 것이다. 의료계의 주장은 CCTV 설치 시, 의사들의 진료가 위축되어 결국 환자가 피해를 볼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아울러 의사를 잠재적인 범죄자 취급을 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컸다. 어찌보면 좀 주관적인 의견일 수 있고, 일반인으로서는 이해가 잘 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CCTV 설치가 의무화가 되면, 3차 병원에서의 수술이 주치의의 감독 하에 전공의에 의해 진행될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일반인들이 납득할 수 있는 환경이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결국 너도나도 대학 교수에게서만 수술을 받으려고만 하는 환경에서, 필연적으로 전공의의 수술 트레이닝은 점점 없어지는 쪽으로 변화할 것이다. 아울러 좀 더 현실적으로, 수술 받은 환자들의 CCTV 확인에 대한 행정적인 의무 증가와 이에 대한 관리에 대해 정부의 지원이 있을까? 이번에도 법만 만들어 놓고, 모든 경제적, 행정적인 업무 증가에 따르는 책임은 의료 기관에만 맡긴다면, 안그래도 코로나로 인해 힘든 상황에서 어느 의료 기관이 이를 전적으로 수용할 수 있을 것인가?
필자는 이번 사건을 통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아무리 조심을 한다고 해도 내 수술 역시 합병증이 0일 수는 없고, 그러한 상황에서 환자가 잘못되고, 시스템의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없이 모든 책임을 술자가 져야 한다면… 이제 수술을 하지 말아야 하나? 필자는 전공의 80시간 법 이전에 수련을 받았기에, 닥치는 대로 일했고, 그래서 현재 배출되는 전공의보다 전문의가 되었을 때의 경험치는 배 이상으로 많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의 전공의는 일상적인 경험치도 전공의 80시간 법에 의해 제한적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 수술장에서의 트레이닝마저 거의 없어지다시피 한다면… 일반인들은 술자들이 트레이닝을 통해 배출된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다음 세대에 이비인후과 술자는 과연 남아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