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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NTian January 2021 W-ENTian January 2021

결혼 생활 이렇게 하지 말았으면! 수이비인후과의원 원장 정경수

수이비인후과의원 원장 / 정경수

다시 결혼한다면 이렇게 하지 말아야지 하는 반성하는 마음과 저 같은 결혼 생활은 부부에게 불화의 원인이 될 수 있어서 여러 젊은 선생님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써 봅니다.

이제 세대가 바뀌어 보수적인 세대인 저와 같지는 않을 거라 믿지만 그래도 세상은 둥글고 결혼도 하실 거라 생각해서 못나고 창피하지만 결혼 초 생활을 글에 옮겨봤습니다. 예쁘게 귀엽게 읽어주시면 너무 감사하겠습니다.

못난 남편이 되지 않으려고 발버둥 쳐봤습니다. 저는 아내의 마음을 언제쯤 알 수 있을까요?

우리 부부 결혼은 서로 얼굴본지 몇 개월 안 되서 하게 되었다. 서로를 많이 이해하지 못해서 신혼 초부터 아내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 많이 발생했다. 친한 아내 친구가 암으로 유명을 달리했는데 그때 전문의 시험스트레스가 많아 퇴근 후 저녁식탁에서 아내가 운다고 좀 구박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임신한 아내가 먹고 싶다고 하는 것도 피곤함을 이유로 잘 챙기지도 못하고 입덧으로 고생하는 아내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반찬 안 해준다고 불평을 했었다.

이런 일들이 결국에는 아내의 가슴에 대못을 박아버리는 행위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살아오면서 아내와 말다툼을 할 때면 과거의 이런 일들을 어김없이 모두 소환에 오기 시작했다. 내가 미안하다고 아무리 말해도 이미 아내의 마음이 틀어지기 시작한 순간부터 걷잡을 수 없게 되어 버리곤 했다.

더 이상 미안해서 아내에게 어떻게든 풀어 주려고 노력했지만 말하면 할수록 더 심해지는 것을 느꼈고 이내 시간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론 일이 터지면 아무 말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내 마음속 한 구석에 더 이상 아내가 과거 일을 소환하지 않았으면 하는데 이게 쉽게 되는 것 같지도 않았다. 어떻게든 아내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일을 하지 않아야 될 것 같았다.

나름대로 이상적인 결혼 생활을 위해서 퇴근 후에는 시간 날 때마다 혹은 주말에 한번 방 청소나 설거지, 세탁기를 돌리곤 했는데 이것도 아내의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잔소리를 들었다. 설거지를 하고 접시나 그릇을 반듯하게 순서대로 정리를 해야 하는데 그냥 마구잡이로 쌓아놓는다고 잔소리, 방청소를 밀대로 하면 먼저 진공청소기를 돌리고 해야지. 먼지가 뭉쳐서 돌아다닌다고 한소리, 밀대 청소로 물걸레질만하면 안된다고 잔소리, 제 생각에는 1주 넘게 방청소가 안 되어서 밀대청소라도 직접 미는 것인데 이런 잔소리를 듣게 되면 아내에게 서운한 감정이 불쑥 만들어졌지만 그냥 참고 넘어갔다. 빨래도 애벌빨래도하고 속옷은 직접 삶아서 해놓은 후 세탁기를 돌렸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일을 하고난 후 내가 아내에게 이런 일을 공치사를 하는 순간 모든 결혼생활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그러면 아내는 그럴거면 아예 하지 말라고 했다. 본인이 직접 한다고 그렇다고 아내가 일을 빨리 하느냐 절대 그렇지 않다. 쌓아둔 후 하곤 했다. 할 일이 쌓여 있는 게 보기 싫었다. 이게 부부의 성격 차이인 것 같았다. 이미 아내의 몸에 베인 느리게 하는 습관 때문에 이십년 이상 지금도 바뀌지 않는 습관을 내가 강제로 변화시키려고 한 내 모습이 이기적임을 알게 되었다. 이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몇 년 전부터 깨닫기 시작 했고 그 후론 직접 방청소하고 빨래하고 설거지하고 생활쓰레기, 음식물쓰레기 버리고 하는 일을 해도 절대로 공치사 안하고 그저 묵묵히 해버렸다. 단지 내 눈에 거슬리게 보이는 것들을 하는 것이지 아내의 일이라고 착각해서 벌어진 것 같음을 깨닫게 되었다.

차라리 집안일을 안 하면 되는데 사서 고생하는 것은 아닌지 별 잡생각들도 해봤다.

모자라면 많이 모자란 나와 함께 인생을 보내는 아내가 한편으론 너무 고맙다. 직접 디자인이 예쁜 옷도 골라주고 옷도 직접 수선해주고 한 번 일을 하면 정말 완벽하게 일을 해내는 게 고마웠다. 주말에는 일도 나와서 같이 도와주는 게 너무 고맙고 함께 식사만 하는 것으로도 나의 외로움을 잊게 해주어 너무 고마운데 사랑한다고 자주 말도 못해주고 역시 남자라 표현이 서툰 것인가 핑계를 대어봤다. 아니 잘 몰랐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내가 청소할 때까지 설거지할 때까지 기다려 주지 못하고 도와준다고 성급하게 일을 해버린 후 아내에게 잔소리해댄 내 모습이 부끄럽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이 다 옳고 이렇게 해야만 된다는 나의 강박적 사고와 행동 방식에 결혼 생활을 아내보고 맞추라고 강요해 온 게 아닌가 생각했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 취해야 할 태도중 하나로 아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게 제일 현명하게 아내를 사랑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는 결혼 후 아내를 내 틀에 맞추려고 해온 것 같다. 그런데도 별 말없이 그동안 잘 따라준 아내에게 너무 고맙고 이제는 내가 아내의 마음을 좀 더 헤아려서 내 오만한 틀을 깨부수고 나아가고 싶다.

가족들이 나의 잘못된 점을 지적해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내가 변화해가는 모습을 보며 기뻐하는 것을 보니 이보다 보람찬 일은 없을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지만, 실수를 저지른 후의 대처법이 그 사람의 성품을 보여준다고 생각해본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바꾸어나가는 것, 그것만큼 값진 변화는 또 없으리라.

오십 년을 살아왔지만 백세인생이라면 절반밖에 살지 않은 것이기도 하다. 아직 절반이나 남은 내 인생, 지금까지 살아오며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더욱 행복하고 아름답게 꾸려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달콤한 신혼생활 뿐 아니라 현재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시는 선생님들에겐 말도 안 되는 우스운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세대차이도 나고 세대가 바뀌었지만 결혼생활 초보인 여러 선생님들에게는 저와 같은 실수를 하지 말기를 기원해본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조금씩 만들어 가고 계신 여러 선생님들에게 조금이나마 저와 같은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용기를 내어 펜을 들었으니 너그러운 아량으로 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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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en27
정말 공감되는 글이네요 어쩜 저랑 똑같으실까요? 제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선생님이 저 보다 100배 나으십니다. ^^
(2021-04-14 19:13) 수정 삭제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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