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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NTian January 2021 W-ENTian January 2021

노래는 타고난 것일까? 아니면 훈련할 수 있는 것일까? 충남대학교병원 송근호

충남대학교병원 / 송근호

저는 어렸을 때부터 노래를 좋아했고, 그 때문에 단지 성대를 보고 싶다는 열망 하나로 이비인후과 의사가 되었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의 성대를 봐주는 것도 행복하지만, 저 스스로의 노래 실력을 향상시키고 싶어 보컬 트레이닝을 수 년 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선생님을 찾아다녀도 노래 실력 상승은 지지부진했고, 역시 노래는 타고나야만 잘하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중 수 년 전 개인적인 호기심으로 미국에서 진행하는 보컬 코치 양성 프로그램을 접할 기회가 있습니다. 해당 프로그램을 수료하면서 여러가지 도움되는 정보들을 얻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노래를 단순히 타고난 영역으로 치부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곳에서는 노래를 배우고 훈련하면 누구나 만들 어 낼 수 있는 개념으로 다루고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의 목소리는 다양한 후두 내부근과 외부근들의 조화운동으로 성대 접촉이 이루어지고 그 사이를 호흡이 통과하여 나온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결국 목소리라는 것은 단순히 우리 몸의 여러 근육들의 조화 운동인데, 저 역시 무의식적으로 목소리를 근육의 운동이 아닌 또다른 무언가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이죠. 원리를 따져보면 결국 목소리를 개발한다는 것은 단순히 골프 스윙 동작이나 야구공 던지는 방법을 배우는것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깨닫았습니다.

그런데 노래를 좋아하고 노래를 수십년간 했는데도 음역이 늘지 않거나 실력이 전혀 늘지 않는 경험도 있으셨을 겁니다. 그래서 저처럼 노래는 타고난 것이구나 하면서 체념했던 분들도 분명히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걸 운동이라고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만약 누군가 야구를 좋아하고, 투수를 하고 싶다고 아무런 지도를 받지 않고 들판에 나가 야구공을 무작정 10년 20년 던지면 어떻게 될까요? 처음 어느정도는 실력이 늘 수 있겠지만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을 따라갈 수 없을 것입니다. 심지어 부상의 위험도 높겠죠. 그렇기 때문에 어떤 운동을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 보통은 먼저 그 운동을 가르쳐줄 수 있는 코치를 찾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연구되어 정착된 기본적인 자세부터 배우기 시작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골프를 배우고 싶다면 프로를 찾아 기본 자세부터 배울 것이고, 그 다음에 연습을 한 다음 잘못 연습한 부분이 있다면 피드백을 받아가면서 고치고 어느정도 숙달이 되면 그 때 필드에 나가 실전에서 연습한 것을 활용할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오랜 시간 연습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뛰어난 실력을 보일 것은 어찌 보면 자명합니다.

사실 노래 역시 마찬가지로 평소에 쓰던 잘못된 습관을 고치고, 적절한 후두 내부근의 움직임을 익힌 다음, 가수들을 따라하며 실전 테크닉을 모방한다면 누구든지 일정 수준 이상의 레벨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내가 내고 싶은 소리나, 내고 싶은 음역을 내는 것은 사실은 타고남이 아닌 훈련의 영역인 것입니다. 이미 우리는 같은 원리를 활용한 음성치료를 음성환자의 치료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래가 다른 운동에 비해 연습하기 어려운 점도 확실히 존재합니다. 첫번째로, 근육의 움직임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스윙 동작 같은 것은 코치가 눈으로 직접 근육의 움직임을 보면서 잘못된 부분을 짚어주고 교정해 줄 수 있고, 배우는 사람 역시 거울 등을 활용하여 셀프 피드백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노래는 소리를 통해 내부의 움직임을 간접적으로 유추해야 하기 때문에 선생님이 해부학과 근육에 따른 소리의 변화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면 잘못된 가이드를 해줄 가능성이 큽니다. 어떤 구조물을 어떤 식으로 컨트롤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선생님 자신의 감각을 전수해 주거나 시연과 모방에 의존하게 되죠. 그래서 좋은 선생님을 찾기가 다른 운동에 비해 비교적 어렵습니다. 그런 선생님 아래에서는 정말로 타고난 일부만이 실력 향상을 이뤄낼 수 있겠죠. 제가 수료했던 프로그램에서 일개 보컬 코치가 Thyroarytenoid, Cricothyroid, Genioglossus, Mylohyoid 등의 여러 후두 내부, 외부근들의 구조와 역할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것을 보며 놀란 적이 있습니다.

노래를 가르치는 사람이 이런 교육자료를 만들어 배포하는게 인상깊었습니다

두번째로는, 자신의 목소리는 골도 청력으로 들리기 때문에 스스로 소리 피드백을 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운동 동작이 틀린 것은 올바른 자세를 안다면 스스로 보면서 교정할 수 있는데, 목소리의 경우에는 어느정도 훈련이 되기 전까지는 자신의 목소리가 객관적으로 파악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적절한 모니터링 장비가 갖춰져 있지 않으면 독학이 어렵습니다.

세번째로는, 다른 모든 운동과 마찬가지로 어느정도 경지에 이르기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초심자가 러닝 커브의 일정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는 상당한 인내심이 요구됩니다. 가족이 있고 본업이 있는 사람들이 퇴근 후 따로 시간을 빼서 꾸준히 연습을 하는 것이 어찌 보면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만큼 노래를 좋아하는 국민들이 있을까요? 이런 여러가지 난관에도 불구하고 노래를 정말 잘 부르고 싶고, 연습할 의지도 있으신 분들이 분명히 계실 겁니다. 하지만 노래는 오직 타고난 것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연습 자체를 포기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많았을 것입니다

저는 현재 ‘메디컬보이스’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제가 수료했던 프로그램의 내용들 및 추가적으로 공부했던 보컬 관련 내용들을 올리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비인후과 의사, 음성치료사와 보컬 코치들이 모여 ‘근거 중심 의학’의 접근법을 이용한 ‘근거 중심 발성 교수법’이라는 컨셉을 만들어 사용하기도 합니다. 철저히 이과적인 마인드로 운영하고 있어 노래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약간은 도움을 받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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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인수
외로운 발성 여행을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선생님의 존재와 선생님의 메디컬보이스 유튜브 채널이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늘 감사드립니다
(2021-04-10 04:23) 수정 삭제 답글
손연성
선생님의 노래에 대한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행보를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2021-04-10 09:06) 수정 삭제 답글
김용한
이비인후과 처앜 왓을때 성대를 잘 다스려 노래 잘하는 사람이 되야지 했다가 포기했는데 대단하십니다
(2021-04-30 14:53) 수정 삭제 답글
데이브유
유튜브 채널 잘 보고 있습니다.
메보스~코넬리우스 송님. 응원하고 1억뷰 달성 기원합니다. ^^!
(2021-12-08 09:51) 수정 삭제 답글
(04385) 서울특별시 용산구 서빙고로 67, 파크타워 103동 307호 (용산동5가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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