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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NTian February 2022 W-ENTian February 2022

프랑스 와인의 등급체계 1편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진성민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진성민

와인의 역사를 살펴보면, 프랑스에는 이탈리아 보다 200년 가량 늦게 포도재배와 양조기술이 전파 되었습니다. 그러나 AD 476년 서로마 제국 멸망 이후 이탈리아는 약 1400년간의 도시국가간 분쟁으로 인해 1980년경이 되어서야 본격적인 양조기술이 발전하기 시작한 반면, 프랑스는 서로마 제국 멸망 후 프랑코 왕국을 세우고 계속 왕권을 유지하면서 통일된 체제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포도재배기술이나 양조기술이 수도원을 중심으로 계속 발전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와 함께 와인관련 법규나 AOC 제도 등을 제정함으로써 ‘세계의 와인은 프랑스 와인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뉜다’라고 할 정도로 프랑스 와인은 전세계의 표준이 되었고 포도품종 역시 국제적인 품종으로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와인의 표준이라 할 수 있는 프랑스 와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와인생산 지역의 역사적 배경, 그 지역 떼루아의 특성, 포도 품종의 특성, 와인 생산 방식 등에 대해서 알아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런 내용들 중에서 약간은 복잡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 ‘프랑스 와인의 등급체계’에 대한 부분을 이해하게 되면 내가 마시는 와인이 어떤 수준의 와인인지를 비교적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에, 우선 프랑스 와인의 주요 생산지역인 보르도(Bordeaux)와 부르고뉴(Bourgogne)에서 생산되는 ‘레드와인’의 등급체계에 대해서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1. AOP (Appellation d’Origine Protegee) 등급제도

AOP 등급제도는 ‘원산지 보호 명칭제도’ 라는 것으로, 프랑스의 각 와인 생산지역에서 시행하는 등급제도와 일맥상통 한다고도 할 수는 있으나, 프랑스라는 나라에서 생산되는 와인 전체에 통용이 되는, 조금은 다른 등급제도의 개념 정도로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1860년대 후반에, 포도나무 뿌리에 기생하여 포도나무를 고사시키는 필록세라 (pylloxera)라는 진딧물로 인해 프랑스 포도원의 3/4 정도가 황폐화 되는 큰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후 원산지나 포도 재배환경, 와인 제조방법 등을 속여서 와인을 출시 하는 일들이 빈번히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프랑스 정부 입장에서는 자국 와인의 명성에 누를 끼치는 문제점들을 보완 하고자, 1935년부터 프랑스 와인 생산지 별로 일정한 생산기준을 정해 놓고 등급을 매긴 ‘원산지 통제 명칭제도’ (Appellation d’Origine Controlee, AOC)를 시행하게 됩니다. 이 제도는 2009년에 EU 회원국 전체 와인 생산지의 나라나 지역에 적용되는 AOP 등급제도로 개정이 되어 시행되고 있는데, 프랑스 와인의 경우는 아직까지는 AOC 와 AOP 제도를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AOP 등급은 세 가지의 카테고리(등급)로 이루어져 있는데, 프랑스 전 지역에서 생산되는 포도를 이용해서 와인을 제조 할 수 있는 가장 규제가 느슨하면서, 가장 저가 와인들이 속해 있는 VDF (Vin de France) 등급과, VDF 보다는 지역적으로 더 한정이 되고 규제가 조금 더 지어지는 IGP (Indication Geographical Protegee) 등급, 그리고 프랑스 산지 등급 중 포도재배와 와인주조에 가장 규제가 강하고, 특정지역으로 세분화된 산지들의 와인이 포함되어 있으면서 우수한 와인들이 많이 생산되는 등급인 AOP 등급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Fig 1)

여기에서 AOP 등급의 와인을 예로 들어 설명을 드려보겠습니다. 프랑스 와인의 레이블을 보시면 Appellation d’Origine Protegee (또는 Controlee)라는 글씨를 보실 수 있는데, 이중 d’Origin 부분에 생산지역 명칭이 들어가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표기된 지역의 단위가 작을수록 더 한정된 지역에서 생산되는 포도를 이용해서 와인을 제조 한 것을 의미하고, 이와 같이 지역이 한정될수록 더 고급와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즉, 서울시 정도 개념의 큰 지역인 Bordaeux 지역 전체에서 생산된 포도로 만든 와인 보다는 압구정동 정도 개념의 작은 지역인 Margaux 지역의 특정 지역 포도밭에서 생산된 포도로 만든 와인이 더 고급 와인을 의미한다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Fig. 2)


프랑스 와인 원산지 보호(통제) 명칭 등급체계
Fig. 1 프랑스 와인 원산지 보호(통제) 명칭 등급체계


2. 보르도 와인의 등급제도

보르도는 프랑스 남서부 지역에 위치해 있는 지역으로, 지롱드 강(Gironde river)이 보르도 중심부를 지나 대서양으로 흘러 나갑니다. 이 강이 흘러나가는 방향을 중심으로 좌측에 위치한 메독(Medoc), 그라브 (Grave) 등의 지역을 좌안 (Lt. Bank)이라 하고, 우측에 위치한 생 테밀리옹 (St. Emilion), 포므롤 (Pomerol) 등의 지역을 우안 (Rt. Bank)이라고 합니다. 좌안 쪽에서는 떼루아의 특성상 C. Sauvignon 이 잘 자라기 때문에 C. Sauvignon 을 중심으로 Merlot 나 C. Franc을 약간 블랜딩하는 스타일의 와인을 주로 만들고, 우안은 Merlot 가 잘 자라는 환경이기 때문에 Merlot 에 C. Franc을 블랜딩하는 스타일의 와인을 주로 만들게 됩니다.


AOC 등급에서 원산지 표기의 예시
Fig.2 AOC 등급에서 원산지 표기의 예시


여기서는 보르도 와인 등급제도 중 좌안의 메독 지역과 우안의 생 떼밀리옹 지역에서 생산되는 레드와인의 등급체계에 대해서 소개 하고자 합니다.

1) 메독 지역 와인의 등급체계

1855년에 제2회 세계만국박람회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게 됩니다. 제1회 세계만국박람회가 영국에서 있었는데, 당시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영국은 발전된 자국의 산업기술을 한껏 자랑 할 수 있었습니다. 프랑스 입장에서도 앙숙관계였던 영국에 결코 지고 싶지 않아 많은 준비를 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나폴레옹 3세는 “보르도의 메독 지역에서 훌륭한 와인이 많이 생산되니 이들 중 좋은 와인을 골라서 등급을 매겨 출품함으로써 프랑스 와인의 우수성을 자랑 해봅시다” 하며 파리 상공회의소에 이 내용을 의뢰하게 되는데, 상공회의소 입장에서는 어떤 기준을 가지고 등급을 매겨야 할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결국은 당시 와인의 가격을 기준으로 상위 61개의 샤또 (와이너리)를 선정하고, 1등급 4개, 2등급 15개, 3등급 14개, 4등급 10개, 5등급 18개로 분류하여 샤또에 각각의 등급을 부여하게 됩니다. 이렇게 1855년 탄생하게 된 메독 지역 레드와인의 등급체계가 ‘그랑크뤼 클라세 (Grand Cru Classe)’ 입니다.

이렇게 선정된 그랑 크뤼 클라세의 샤또들은 메독 지역의 마을들에 60개, 메독의 남쪽에 위치한 그라브 지역에 1개가 위치해 있습니다. 그랑크뤼 클라세 샤또가 위치하는 메독의 대표 마을은 생 테스테프 (Saint-Estephe), 뽀이약 (Pauillac), 생 쥴리앙 (Saint-Jullien), 마고 (Margaux) 등이 있습니다. (Fig 3) 이들 중 뽀이약에 있는 샤또 무통 로칠드가 1973년 1등급으로 승급함에 따라, 현재 그랑크뤼 클라세 1등급 샤또는 총 5개가 되었고, 이는 각각 뽀이약에 3개 (샤토 라피트 로칠드, 샤토 라투르, 샤토 무통 로칠드), 마고에 1개 (샤토 마고), 그리고 메독지역이 아닌 그라브 지역에 1개 (샤토 오 브리옹)가 있습니다. 이와 같은 5개의 그랑크뤼 클라세 1등급 와인을 보르도의 ‘5대 샤또’라고 도 합니다


메독지역 그랑크뤼 클라세 와인 생산지역
Fig.3 메독지역 그랑크뤼 클라세 와인 생산지역
(source: https://www.bordeaux.com/us/Our-Terroir/The-Medoc/Medoc)


5대 샤또로 불리는 와인으로는, 루이 15세와 그의 정부였던 마담 뽕빠두르가 라피트 와인의 의학적 효능을 믿고 즐김으로써 메독 와인을 프랑스 궁정에 알리는데 1등 공신이 된 ‘샤토 라피트 로칠드’ (Chateau Lafite Rothschild), 70~80년이 지나도 맛이 변하지 않을 정도로 강건한 와인의 대명사인 ‘샤토 라투르’ (Chateau Latour), 프랑스의 자존심이자 기품 있고 우아한 와인의 전형이며 ‘와인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샤토 마고’ (Chateau Margaux), 그리고 ‘샤토 오 브리옹’ (Chateau Haut-Brion), ‘샤토 무통 로칠드’ (Chateau Mouton Rothschild)가 있습니다. 이들 중 샤토 오 브리옹은 메독 지역의 샤또가 아닌데도 1855년에 1등급으로 포함이 되었었고, 샤토 무통 로칠드는 1973년에 뒤늦게 2등급에서 1등급으로 승급된 특이점이 있습니다.

샤또 오 브리옹은 5대 샤또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17세기부터 영국 런던의 사교계에서 매우 맛이 좋은 고가의 와인으로 알려져 인기가 매우 높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세계 만국박람회에서 특히나 영국에 더 자랑을 하고 싶었던 프랑스의 입장에서는 샤또 오 브리옹이 메독지역의 샤또가 아니었지만 그랑크뤼 등급체계에서 뺄 수가 없었던 겁니다. 샤또 무통 로칠드의 경우는 1855년 선정 당시 이러 저러 한 이유로 2~3년간 잠시 와인의 가격이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2등급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이때 샤또를 설립했던 나다니엘 남작은 자존심이 너무나 상해서 “나는 1등이 못되었다. 나는 2등의 굴욕을 참을 수 없다. 무통은 곧 나다. (Premier ne puis, Second ne daigne, Mouton Suis ,1855)”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 후 1922년에 20세의 나이로 증손자인 필립 남작 (Baron Philippe de Rothschild)이 샤또를 운영하면서 시설 현대화와 품질에 대한 노력을 기울인 끝에 1973년에 기어이 1등급 승격의 꿈을 이루고 “나는 이제 1등이다. 2등의 시기는 지났다. 무통은 변하지 않는다. (Premier je suis, Second je fus, Mouton ne change, 1973)”라는 말을 남깁니다. 또한 필립 남작은 와이너리 경영 부분의 능력도 뛰어나서 1945년부터 매년 유명 예술인들의 미술작품을 와인 레이블에 사용하는 Art marketing을 시행했고, 미국의 로버트 몬다비와 합작하여 ‘Opus One’을, 칠레의 콘차이 토로와 합작하여 Almaviva 와 같은 명품와인을 탄생시킨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이와 같은 메독 와인의 그랑크뤼 등급체계는 샤토 무통 로칠드가 1973년에 1등급으로 승급한 경우를 제외하고 1855년 이래 160여년간 실질적으로 등급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160년의 기간 동안에 샤또의 주인들이 바뀌기도 했고 심지어 포도 밭의 위치가 바뀌는 경우들도 있었고 품질이 그 동안 매우 좋아진 경우들도 있었기 때문에 등급의 변화가 없는 것에 대하여 문제점을 제기 하는 분 들도 꽤 있습니다. 그러나 각각의 샤또들도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는 부분들을 생각하면 조금은 너그럽게 보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리고, 메독 지역 레드와인의 그랑크뤼 클라세 2등급부터 5등급에 속한 샤또가 궁금하신 분들은 다음의 site를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https://www.bordeaux.com/us/Our-Terroir/Classifications/Grand-Cru-Classes-en-1855)

지면 관계상 이번에는 메독 지역 레드와인의 등급 중 ‘그랑크뤼 클라세’ 까지만 말씀 드렸습니다. 다음 번에는 메독 지역의 나머지 등급체계 인 크뤼 브루주아 (Cru Bourgeois)등급, 크뤼 아티장 (Cru Artisan)등급, 그리고 보르도 우안의 생 테밀리옹 지역과 부르고뉴의 레드와인 등급체계에 대하여 이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보르도 5대 샤또 (샤토 라피트 로칠드, 샤토 라투르, 샤토 무통 로칠드, 샤토 마고, 샤토 오 브리옹
Fig. 4 보르도 5대 샤또 (샤토 라피트 로칠드, 샤토 라투르, 샤토 무통 로칠드, 샤토 마고, 샤토 오 브리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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