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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비인후과 개원의의 코로나 격리 후기 익명의 개원의

<격리의 시작과 절차>

“~시 보건소입니다. 어제 다녀가신 OOO님께서 코로나로 확진 되었습니다. 지금부터 진료 중단하시고 원내에 계신 분 다 내보내시고, 보건소 직원 기다려 주세요.”

심각한 내용을 전하는 보건소 직원의 목소리는 예상밖으로 밝았다. 다른 일로도 보건소 직원과 여러 번 통화를 하였지만 이렇게 경쾌하게 들리긴 처음이었다. 1일 전 코로나로 의심되는 환자에게 코로나 검사를 권할 때 이러한 결과는 약간 짐작하고 있었다.

보건소에서 연락을 받고 3시간 가량 뒤에 방역팀이 소독을 진행하였고 그 2시간 정도 뒤에 역학조사가 시작되었다. 역학 조사팀을 기다리는 동안 코로나 검사를 받기 위하여 인근 대학병원 선별진료소에 다녀왔다. 보건소에서 검사 지정을 받은 대상자는 보건소에서 무료로 검사를 받을 수 있지만 선별 진료소에서는 검사비용을 자비로 내고 검사를 받는다. 빠른 결과 확인을 위해 대학병원을 찾았다.

역학조사팀은 역학조사관 1명, 보건소 직원 1명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조사팀은 도착하자마자 입구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환자 발생에 따른 업무 협조서와 의료기관 업무정지 명령서를 주었다. 업무 협조서는 CCTV 자료 제공 및 방역조치를 하라는 내용이다. CCTV가 없다면 무조건 14일 업무정지라고 한다.

역학조사관과 함께 CCTV를 확인하는데 행정명령에 필요한 영상은 사진을 찍어갔다. 환자가 병원출입구에 들어온 순간과 접수를 할 때, 진료실에서 진료를 볼 때 (특히 환자가 마스크를 내리고 있는 장면)를 찍어갔다. 우리 의원 확진자는 몸살로 근육주사를 맞아서 직원이 주사실에 들어가는 장면도 찍어갔다. 환자가 수납을 할 때도 찍어갔다. 전자차트도 찍어간다.

역학조사관이 바로 자가 격리를 시작하라고 정해주지는 않았고 코로나 검사 결과를 보고 결정한다고 했다. 저녁 늦게 음성결과가 나왔지만 안타깝게도 접촉자로 분류되어 14일간의 자가격리를 시작하게 되었다. 다시 생각해도 신기한 일이지만 보건소에서 확진자 발생 연락을 들은 직후 스트레스 때문인지 미열이 나기 시작하였고 코로나 검사를 받을 당시에도 37.7도로 체크되어 자가격리는 피해갈 수 없었던 것 같다. 그 날 이후 열은 한번도 나지 않았다.

자가 격리가 시작되면 배정된 담당 공무원이 격리 기간 중에 필요할 듯한 식량 한 박스와 ‘격리통지서’, ‘격리통지서수령증’, ’자가격리자 생활지원비 안내’가 적힌 서류 3장과 체온계, 손 소독제, 주황색 폐기물 봉투를 가져다 준다. 격리 기간 중에는 하루 2회 자가격리 앱에 체온 및 증상을 입력하여 전송한다. 4시간 정도 핸드폰의 움직임이 없으면 안내 문자가 오기도 한다. 의료진인 경우 자가 격리 해제 1일전에 재검사를 받고 음성인 경우 격리 해제가 된다.

<격리에 따른 의원 운영과 보상>

많은 원장님들께서 알고 계시겠지만 의료기관 폐쇄가 아닌 의료진 자가 격리로 인한 휴업은 국가에서 받는 경제적 손실 보상이 없다. 행정적으로 1인 의원 원장이 자가 격리된 경우에는 의료기관 폐쇄가 아니기 때문에 방역 후 다음 날부터 대진의의 진료가 가능하다. 그러나 1인 의원에서 원장과 직원들이 자가 격리가 되어 있는데 대진의와 직원을 급히 구하여 정상 진료를 할 수 있을까?

강제 휴업에 대한 보상이 어떠한지 대한의사협회 측에 알아보았다. 대한 의사협회 홈페이지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종합게시판에는 2020년 3월 18일자에 게시된 회원 보호를 위한 대회원 안내 사항이 있다. 3항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지난 2월 25일, 정부는 진료 중 확진자 접촉으로 의료진이 격리조치 되어 의료기관이 불가피하게 휴업할 경우, 폐쇄 조치에 준하여 보상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를 위하여 현재 우리협회 등 관련 단체들이 참여하는 손실보상 위원회가 구성되어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 중입니다.”

대한의사협회에 직접 전화하여 문의하였지만 정말 결정된 보상안은 없었다. 언제 결정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의료 종사자로서 한 번 정도는 전세계적으로 유행중인 코로나로 인해 자가격리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자가격리가 실제로 어떤 것인지 느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스스로를 위로하였다. 또한 보상안이 현재까지 없다고 해도 의사협회에서 정부와 열심히 협상 중이라고 하니 일단 추이를 지켜보자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2주간의 자가 격리를 끝내고나서 향후 진료 방침을 정하기 위해 기존의 정보와 다른 것이 있는지 살펴보고 싶어 보건소에 문자로 문의를 하였다. 보건소에서는 대응 방안을 안내해주기보다는 “자가격리 대상자 기준 중에 확진자와 2m 이내 접촉한 사람이라는 항목이 있어서 진료 보시는 특성상 확진자가 다녀간다면 자가격리 불가피하실 것 같습니다.” 라는 답변을 들었다. 사실 가장 당황스러운 순간이었다. 진료실에서 2m 간격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는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지역 사회로 전파된 현재 상황을 비추어 이비인후과 개원의로서 어떻게 대처를 해야할지 고민이 깊어졌다.

중앙사고수습본부에서 2020년 3월 10일에 발행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확진자 발생 의료기관 관리에 제시된 접촉 의료진 업무 기준에 따르면 이비인후과는 매우 불리한 상황이다.

표에 따르면 목이나 코가 아파서 이비인후과에 내원한 환자를 진료하기 위해 환자가 마스크를 내리는 순간 3번 항목에 해당하게 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개원의에 대한 정부 차원의 보호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이비인후과 진료는 매우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대한이비인후과학회 차원에서 현실적인 대응 방침을 마련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대한의사협회에서는 추후 보상안이 결정이 된다면 날짜가 명시된 격리통지서가 가장 중요한 서류가 될 수 있으니 꼭 보관해 놓으라고 한다. 격리 통지서는 아래와 같다.

올해 1월부터 COVID19 때문에 많은 긴장을 하고 있었지만 역시 피해갈 수는 없었다. 일단 전염되지 않았음에 감사하고, 나의 클리닉에 내원한 환자들에게 N차 감염을 일으키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법적인 보상 부분도 잘 해결되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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