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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NTian November 2022 W-ENTian November 2022

의료경영의 심리학 Ⅲ:
환자의 성향에 따른 표적 마케팅
KAIST 경영대학 박병호

박병호 교수님은 Indiana University에서 Mass communication 박사 과정을 마치고 2006년부터 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의 Communications & New media 학과에서 근무를 시작하셨으며, 2008년 4월부터는 KAIST 경영대학에서 미디어 심리학, 뉴로 경영 연구, 행태과학 연구방법론을 연구하고 계십니다. 경영이라는 상황 아래에서 인간의 심리를 다루는 연구들을 많이 하고 계시기에 이비인후과 의원 또는 병원 경영을 함에 있어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20세기 말부터 마케팅에 있어 화두가 된 것은 표적 마케팅이었다. 맞춤형 광고에서부터 맞춤형 추천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개인의 특징에 맞게 소비자(잠재적 고객)를 설득하여 특정한 행동(구입에서 투표에 이르기까지)을 유도하는 것이, 가장 투자대비 성과가 크다는 발상에서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지역 별로 소득수준이 높은/낮은 사람들이나 교육수준이 높은/낮은 사람들의 비중을 따지거나, 특정 성별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찾아내 그에 맞는 광고물이나 판촉물을 돌리고 영업 담당자를 보내는 방식의 거친 표적 마케팅을 수행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심리학과 뇌과학에서부터 정보통신기술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고 인간의 행태에 대해 분석할 수 있는 수단이 늘어남에 따라 표적 마케팅도 점점 정교해졌다. PC와 스마트폰의 인터넷 브라우저를 사용하는 도중에 표시되는 광고가 사용자의 관심분야에 들어맞는 것이 많은 이유는,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이 사용되는 PC 및 스마트폰에 저장된 ‘평소 방문한 웹사이트나 사용한 검색 단어’의 종류 및 빈도에 기초해 그 사용자의 평소 성향을 반영하는 광고를 선택적으로 표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를 포함해 이렇게 감시당하는 느낌이 싫은 사람들은 수시로 웹 브라우저의 방문기록을 삭제하곤 한다)

구글이 사실상 시작하고 페이스북이 정교화 시켰다고 할 수 있는 맞춤형 온라인 광고의 효과는 이미 시장에서 검증되었다. 많은 광고주들이 특정 조건에 맞는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광고를 표시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고, 그로 인해 신문광고는 물론, 방송광고까지도 전체 광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전세계적인 규모로 줄고 있다. 물론, 온라인 광고 (모바일 포함)가 그 줄어든 비율만큼 늘어나고 있다.

온라인/모바일의 맞춤형 광고가 기존의 ‘융단폭격식’ 광고에 비해 상당히 효율성이 높은 것은 충분히 짐작이 가능한 것이며, 실제로 상당부분 검증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정교한 방법을 원하는 것이 마케터의, 사업주의 입장이다. 여기서는 지난 번 글에 이어 개인의 접근/회피성향에 맞추어 표적 마케팅을 하는 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접근과 회피-방어 성향에 대해 정리

지난 달의 칼럼에서 개인은 상황에 따라 접근본능에 따른 행동 (Appetitive Behavior), 그리고 회피-방어 본능에 따른 행동 (Aversive/Defensive Behavior)을 보여주는데, 행동을 일으키는 접근 및 회피-방어 본능은 상대적인 것이 아니라, 둘 다 동시에 (각각 다른 수준으로) 작동하거나 동시에 꺼져있을 수 있는, 독립적인 본능들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음식이나 돈, 이성(異姓) 등을 맞닥뜨리면 접근 본능이 작동하고, 이에 대해 잠시 생각(理性적 판단)을 한 뒤에 그 본능에 따른 행동을 하거나 자제하거나 하는 식으로 행동을 취하는 것이 보통이다. 즉, 앞에서 언급한 음식과 돈 등은 두뇌 속 어딘가에 있는 접근 회로를 켜는 자극물인 것이다.

반면, 포식자(predator, 인간에게 있어 맹수는 포식자임)나 자연재해, 징그럽게 생긴 벌레 등은 회피 및 방어 본능을 일으키는 자극물들이다. 두뇌 속의 회피 회로를 켜는 이런 자극들은, 그러나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한 수준으로 회피 회로를 작동시키지는 않는다. 과거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 앞에서 간식으로 많이 팔던 번데기를 생각해 보자. 50세 이상의 사람들은 식용 번데기에 대한 저항이 약해서 회피 본능이 작동하지 않고, 오히려 먹거리로 생각해 접근 본능이 작동할 공산이 크다. 반면, 번데기를 전통시장에서나 볼 수 있게 된 오늘날, 청소년들은 식용 번데기의 모습을 보고 징그러운 벌레 모양에 대해 회피 본능만 순수하게 자극 당할 가능성이 높다.

번데기의 예에서 든 바와 같이, 과거의 경험이 접근이나 회피 본능 작동 여부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 과연 경험 (학습된 정보) 뿐일까? 이제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여기에는 개인차도 있다. 즉, 타고난 부분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접근/회피 성향의 개인차를 표적 마케팅에 적용

접근 회로가 쉽게 켜지는 사람과 접근 회로의 작동이 손쉽게 되지 않는 사람들이 존재하며, 이는 회피 (방어) 회로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양분법으로 나눌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평균값을 기준으로 정규분포 (평균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고 양쪽 극단으로 갈수록 줄어드는 모양새의 분포)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접근 회로와 회피(방어)회로는 따로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있고, 작동 특성도 서로가 서로에 대해 독립적이다. 따라서 개인 하나하나에게 있어 접근 회로의 작동 용이성은 회피 (방어) 회로의 작동 용이성과는 전혀 무관하다. 이제까지 필자를 포함한 많은 연구자들이 관찰한 바에 따르면 사람들에게 있어 접근 회로가 쉽게 작동할 경우 회피 (방어) 회로는 상대적으로 쉽게 작동하지 않으며, 그 반대의 경우도 많아, 이 두 가지 유형의 사람들이 절반을 훨씬 넘는다. 그러나 두 회로가 함께 (평균적인 다른 사람들에 비해) 쉽게 작동하는 경우와, 반대로 어느 회로도 간단하게 작동하지는 않는 경우도 있다.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이들은 합쳐서 전체의 30% 정도 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지식을 토대로 접근 및 회피 (방어) 성향을 의료소비자들에 대한 마케팅에 적용한다면, 이러한 아이디어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 1은 접근 및 회피 (방어) 성향의 개인 차에 따른 간단한 분류법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실제로는 개인의 각 성향이 간단하게 높다-낮다로 나누어지는 것은 아님을 다시 강조하고자 한다)


그림 1: 접근 및 회피 (방어) 회로의 작동 용이성에 따라 사람들은 대체로 4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접근 성향과 회피-방어성향의 특성을 염두에 두고 마케팅 할 때

접근회로가 쉽게 작동하는 유형일수록 새롭고 신기한 것에 잘 접근하는 편이고, 또 사용/경험해 보는 것을 좋아한다.

개원가의 입장에서 회피-방어 성향은, 가격과 직결되어있다고 보는 것이 빠를 것이다. 물론 돈은 눈 앞에 보여줬을 때 접근 회로를 켜는 자극물로서 기능하기는 한다. 그러나 의료 소비자 (환자)를 상대함에 있어 돈 (진찰료, 시술비)을 받으면 받았지, 돈을 내줄 일은 없다. 따라서 의료인의 입장에서 돈은 받는 것, 의료 소비자의 입장에서 돈은 주는 것이고, 돈을 주는 행위는 (아무리 자신을 위해 돈을 쓴다고 해도) 일단 가지고 있는 것을 내주는 행위이기 때문에 방어 본능을 자극할 수 밖에 없다.

제공하는 서비스 중 특정 시술의 가격이 비싸면, 이는 회피 (방어) 본능을 더 강하게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회피 (방어) 본능을 넘어설 만큼의 효용 (즉, 접근 본능을 자극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즉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돈 (비용)에 관한 문제는 순간적으로 두뇌에서 정보를 처리하여 회피 회로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피부과라면 시술 이전-이후의 비교 사진이 즉각적으로 처리될 수 있는 정보로서 기능할 것이다. 이비인후과라면 rhinoplasty를 받은 환자의 수술 전후를 비교하는 사진이 하나의 예가 될 수 있을 것이고, 그 외에도 개원가에서 미용을 위한 성격이 강한 비급여 시술의 성과를 보여주는 사진 역시 접근 회로를 켜는 좋은 정보로서 기능할 것이다.

물론, 비용이 높을수록 회피 (방어) 본능은 강하게 작동할 것이고, 회피 (방어) 회로가 쉽게 켜지는 사람일수록 비용에 대한 저항은 강할 것이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당신에게만 특별히 시술 가격을 할인해 주겠다”는 방법이 효과적일 수 있다. 다만, 지역사회의 평판이 중요한 개원가에서는 형평성의 문제가 대두될 수 있으므로, 우편 (DM)을 통해 ‘평소 자주 오시는 환자님’, 또는 ‘그 동안 오시지 않은 환자님’을 위해 특별 이벤트를 한다는 식으로 병원 방문을 유도하는 세련된 배려는 필요할 것이다.

접근 회로가 쉽게 켜지는 유형의 환자일수록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강하다. 따라서 새로운 장비나 시술을 도입하게 될 경우 처음에는 이런 유형의 잠재적 고객 (환자)들을 염두에 두고 마케팅을 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지난 달의 칼럼에서 언급한 내시경 수술도 이런 유형의 환자들에게 더 쉽게 어필할 수 있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사회생활에 있어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접근하는 경향이 있는, 속칭 ‘인싸’ (insider를 지칭하는 최근의 유행어, 사회적으로 붙임성이 좋은 사람들을 가리킴)들이기 때문에 시술/치료 결과만 만족스러우면 자발적으로 입소문을 낼 것이다. 이는 특히 개원가에 있어 든든한 우군이 되는 사람들이다.

이론적인 부분을 다시 정리하자면…

그림 2는 접근 회로의 작동 여부 및 작동 정도, 그리고 회피 (방어) 회로의 작동 여부 및 작동 정도가 각각 두뇌에서 정보를 처리함에 있어 어떻게 두뇌의 자원 (칼로리, 산소 등)을 배분하는 데에 영향을 주는지를 도식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뇌과학을 기반으로 하는 심리학의 연구는 매우 작고 대단하지 않을 것 같은, 접근과 회피 본능이 두뇌 속의 정보처리 패턴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서 개인의 행동에까지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가를 밝혀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접근과 회피 본능으로 의료소비자, 혹은 모든 종류의 산업에 걸친 모든 부류의 소비자들의 생각과 행동을 설명할 수 있는가, 하고 물어본다면, 그에 대한 답은 ‘아니오’다. 이는 꽃가루와 진드기 같은 알러지 항원 한두개 만으로 인간의 알러지 반응 모두를 설명할 수 있는가와 비슷한 수준의 질문이다. 의사라면 굳이 ENT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이 알러지 질문에 대한 답은 알고 있을 것이다.

이제까지 3회에 걸쳐 뉴로마케팅과 연결된 심리학에 관한 이론적 토대와 ENT라는 전공분야에서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들에 대해 논의했다. 뉴로마케팅은 뇌과학에 기반한 마케팅 기법을 연구하는 분야로, 개인의 접근 및 회피/방어 회로를 연결시키는 아이디어는 수 많은 가능성 중 하나에 불과하다. 다른 이론과 두뇌의 다른 회로/기관의 활동을 소비자의 행동에 연결시키는 것이라면 어떤 것도 뉴로마케팅의 범주에서 다룰 수 있을 것이다. 단, 시간이 흐르고 사회 구성원들이 새로운 마케팅 기법에 익숙해짐에 따라 10여년 전에는 매우 성공적이었던 마케팅 기법이 더 이상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 있어왔고, 뉴로마케팅을 통해 개발된 개별 마케팅 기법 또한 소비자들이 언젠가는 비껴나가는 날이 올 것이다. 그에 따라 새로운 마케팅 기법은 끊임없이 개발될 것이고, 이렇게 창과 방패의 소리 없는 전쟁은 의료계는 물론, 모든 종류의 업계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점은 늘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림 2: 접근 회로와 회피 (방어) 회로의 작동은 두뇌 안에서 새로운 정보가 처리되는 절차에 구체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접근회로는 특히 새 정보의 부호화에, 회피 (방어)회로는 새 정보와 관련되는 것으로 판단되는 기존 정보의 추출 (기억의 회상)에 더 많은 에너지를 투입하게 만드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 본 칼럼의 연재에 도움을 주신 삼성창원병원 이비인후과 서지원 교수님과 학회 웹진 편집위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 이 칼럼의 내용과 관련하여 문의사항이 있거나 제안할 내용이 있으면 필자의 이메일 (mediapark@kaist.ac.kr)로 연락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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