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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NTian November 2022 W-ENTian November 2022

글로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스타트업 창업 스토리 케플러랩 대표이사 조영훈

조영훈 케플러랩 대표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사/석사 졸업하고 서울대병원에서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수료한 후 디지털 헬스케어/AI 분야에서 경험을 쌓고 주식회사 케플러랩을 창업하였습니다. 케플러랩은 글로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을 도입, 에티오피아 개발자를 한국 IT 기업에 채용 중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실제 회사에서도 에티오피아 개발자를 채용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개발도상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고 선진국에 효율적인 글로벌 IT 개발 방법론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병의원을 벗어나 사회 각계로의 도전을 하는 의사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제약업계/법조계 쪽으로의 도전이 주를 이루었다면, 지금은 헬스케어, IT, 투자업계 등으로 진출 영역도 넓어지고 있습니다. 처음 헬스케어 기업에 발을 내디디며 도전을 시작한 3년전만 해도 의사의 기업으로의 이동은 매우 생소하고 사회적 시선도 좋다고는 할 수 없었으나, 지금은 많은 의사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인식도 좋아졌습니다.

저는 2019년 수련을 마치고 전문의를 취득하였습니다. 전공의 시절부터 다양한 기술에 관심을 많이 가졌는데 CT 영상을 3D 재구성을 하여 중이염 수술 후 맞춤형 귀스프레이를 3D 프린팅하는 기술을 산학협력단을 통해 특허를 등록한바 있습니다. 석사 논문도 권성근 교수님 지도 아래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후두재건술 이후 적용 가능한 후두 스플린트에 대한 동물 실험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CT 영상을 이용하여 이과 수술 시 facial nerve를 tracking하여 3D 재구성하고, 이를 AI를 이용하여 보다 정확하게 보이게 하는 시도 등을 했었습니다. 이러한 기술의 접목에 대한 경험은 향후 진로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전문의 취득 후 전임의를 하지 않고 해부학으로 박사 학위를 시작하였으나, 새로운 기술과 의학적 지식을 접목하여 빠르게 실생활에 접목하고자 헬스케어 기업으로의 도전을 시작하였습니다.

1. 기업에서의 새로운 도전

헬스케어 기업에서는 이비인후과 지식을 홈 헬스케어 디바이스에 접목을 하는 연구개발을 진행하였습니다. 이명재훈련치료의 원리와 이명 감수성 완화를 위한 맞춤형 노치 음악을 디바이스에 접목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였습니다. 또한 전동침대를 이용해 코골이 완화 및 수면의 질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임상 연구를 진행하기도 하였습니다. 이후 홈헬스케어 디바이스에 다양한 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미래기술에 대한 선행 연구를 진행하였고, 심전도를 이용한 AI 알고리즘을 관심을 갖고 이를 실현하고자 소속된 헬스케어 기업에서 AI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에 투자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헬스케어 기업보다는 AI 스타트업에서 주로 업무를 진행하며 AI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의 시장 진입 전략, 사업개발 및 해외진출에 대한 업무를 맡고 한국 및 미국에서 업무를 진행하였습니다.

의료기기로써 의학적 지식을 이용해 질환을 진단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제품이 개발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실제 사용자가 안전하고 유효하게 사용하기 위해 미국의 FDA, 한국의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각 국가의 규제기관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이는 실제 형태를 갖춘 제품이 아닌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의학적 지식을 접목한 앱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으로 입증된 소프트웨어 제조 과정 및 품질 시스템을 갖추어야 하며, 또한 그러한 앱의 치료 효과 및 안전성을 입증해야 합니다. 이러한 소프트웨어 제조 과정과 품질 시스템은 국내에 도입된지 얼마 되지 않아 IEC62304와 같은 프로세스가 널리 보급되지는 않았지만 AI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제조 과정에서 이러한 과정 및 시스템 도입을 이끌며 개념과 방법을 알아갈 수 있었습니다. 이후 스타트업의 더 넓은 사업 기회를 위해 해외진출이 필요하다는 결정에 따라 미국법인을 설립하고 해외진출 및 미국에서의 사업개발을 위해 7개월간 샌프란시스코에서 근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실리콘 밸리의 다양한 기업 문화, 미국 SW 의료기기 인허가 및 시장 진입 전략, 미국의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해 이해하고 사업에 접목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였습니다. 미국 경험을 통해 한국에서는 생각할 수 없고 시도되지 않으나 매우 인상깊었던 것은, 고객은 하나의 인종이 아닌 다인종으로 이루어졌으며 이에 맞게 제품이 개발되고 검증되어야 한다는 것과 개발 프로세스가 하나의 사무실, 나아가 하나의 국가에서만 이루어지지 않고 글로벌 엔지니어링이 이루어진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는 업무의 효율을 향상시키고 나아가 다양성이라는 중요한 가치가 제품과 서비스에 접목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기업의 성공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글로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을 한국에 도입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에 에티오피아 개발자들과 함께 주식회사 케플러랩이라는 회사를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MedWand 창업자 Dr. Sam Qamar와 함께


실리콘 밸리에 위치한 Google Campus

2. 창업자로써의 새로운 도전

2019년 전문의 시험이 끝난 후 쌓인 연차를 이용하여 에티오피아를 여행으로써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많은 좋은 에티오피아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고 공동창업자 Kibrom 역시 그 때 여행에 만난 친구입니다. 당시 여행사/건설사 등 사업체를 몇개 가진 성공한 젊은 에티오피아인이었습니다. 하지만 2022년 초 에티오피아에 인종간 내전이 발생하며 Kibrom은 성공한 사업가에서, 에티오피아를 벗어나 터키로 탈출한 난민으로 바뀌게 되었고 저에게 도움을 요청하였습니다. 3년간 계속 교류하며 지낸 친구였기에 그냥 돈을 줄 수도 있었지만 그것이 장기적인 상황을 바꿀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였습니다. 저 역시 미국에서 느낀바가 있었고 그가 충분히 능력이 있는 친구임을 알았기 때문에 함께 비즈니스를 진행해보면 어떨지 제안을 하였습니다. Kibrom 역시 부전공이 컴퓨터 공학이었기 때문에 글로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창업을 함께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었고 그렇게 사업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내전 당시 에티오피아 상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글로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과 더불어 지속가능한 발전 (sustainable development)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회사의 중요한 비전으로 결정하였습니다.

처음 4명으로 시작한 프로젝트는 5개월만에 12명의 에티오피아의 개발자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국내보다 저렴한 인건비에, 주말/주중 가리지 않고 책임감 있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기에 훨씬 빠른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중간에 더욱 나은 Product-Market Fit을 찾기 위해 아이템 피봇을 진행했음에도 이미 메인 프로덕트 1개, 사이드 프로덕트 2개를 런칭하였습니다. 아직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갈 길은 멀지만 실제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고 매출도 발생하였습니다.

물론 이러한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빠르게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많은 인력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또한 그러기 위해서는 투자 유치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문화와 언어가 다른 개발자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직원 관리에도 많은 신경을 써야 합니다. 그 외에도 회사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고, 외부의 잠재 고객과 소통하고, 실제 영업 마케팅도 하고, 장기 비전과 계획을 세우고, 기업 내 프로세스를 수립하고, 각종 행정 업무를 수행하는 등등 창업하고 나서 레지던트 1년차 이후 가장 바쁜 삶을 사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믿을 수 있는 팀원들이 많아져 모든 일을 하지 않지만, 그만큼 또 다른 많은 일들이 생기고 있고 책임감은 점점 무거워지고 있습니다.


케플러랩 직원 회식. 2022년 8월 아디스아바바


주에티오피아 한국대사관 방문하여 영사님 면담

3. 실력있는 에티오피아 개발자를 고용해 보세요 – 강뉴 프로젝트 (qagnew.com)

지금 진행하는 메인 프로덕트는 에티오피아 개발자와 한국 IT 기업을 연결해주는 “강뉴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단기 채용 중개 플랫폼입니다. 최근 글로벌 금리인상과 인플레이션, 경기부진 등으로 급격하게 스타트업 생태계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유동성이 급격히 축소되면서 현금흐름이 부족한 유망한 스타트업들이 줄줄이 폐업하고 있으며, 심지어 유니콘 기업들조차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왔습니다. 이에 저는 실력있는 에티오피아의 개발자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고용할 수 있는 강뉴 프로젝트를 통해 우수한 스타트업들이 좋은 솔루션을 안정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강뉴는 625 전쟁 때 북한의 침입으로부터 자유와 평화를 지키고자 에티오피아에서 파병한 부대 이름입니다. 황제의 근위부대로 매우 용맹하여 625 전쟁 때 싸우면 지지 않은 부대로 유명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양 국가 사이 우호와 친선의 상징처럼 되어 있고, 서비스의 이름은 여기에서 따왔습니다.

국내의 여타 프리랜서 개발자 구인 플랫폼에서 개발자를 구한 많은 초기 창업기업들은 구직자들이 처음에 이야기한 것보다 실제 현장에서의 실력이 부족하여 프로젝트 관리가 어려운 점을 토로합니다. 이런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이미 10명의 에티오피아인을 채용하였으며, 회사에 소속된 에티오피아 개발자들은 자국민으로서 프리랜서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잘 진행된 프로젝트가 더욱 많은 에티오피아인, 가족, 친구들에게 기회를 열어줄 수 있음을 알려줍니다. 당사를 통해 채용된 모두가 책임감 있게 일할 수 있도록 한국기업과 사이에서 지원을 제공합니다.

한국 기업과 에티오피아 개발자 Pool 간의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돌아가고 시장의 신뢰를 얻게 되면 모든 선진국 기업들과 아프리카 개발자들로 점차 시장을 확대해나갈 예정입니다. 손익분기점을 통과하고 일정 수준 매출이 올라오게 되면 빅테크 기업 및 기존 채용 시장에서 강뉴 프로젝트에 대한 많은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출구 전략을 고민 중에 있습니다. 또한 수익 창출 시 지속가능한 발전에 관심을 두고 에티오피아를 포함한 개발도상국의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 방안에 대해 기업으로써 기여하고자 합니다.


에티오피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


강뉴 프로젝트 홈페이지 링크

4. 앞으로의 도전

2022년 12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근처에 수면다원검사실 5개를 구비한 수면전문의원을 개원 예정에 있습니다. 이비인후과 전문의인 저를 포함해 정신건강의학과, 가정의학과 동문 선생님이 함께 하며, 슬립 테크 기업에서의 임상 연구 시행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이전 직장에서 전동침대를 이용한 임상연구를 수행할 때 수면다원검사가 가능한 병원을 구하지 못해 많이 어려웠는데, 이를 통해 슬립테크 업체의 빠른 제품화 및 상용화를 돕고 싶습니다. 수면 AI 기업 에이슬립을 주축으로 아모레퍼시픽, LG전자, 아마존 알렉사 등 다양한 기업과의 협업을 진행 예정에 있습니다. 특히 에이슬립은 수면과 AI를 접목해 숨소리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면 단계를 측정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가정 환경에서도 수면 단계를 확인할 수 있는 세계적인 기술력의 상용화 방법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으며, 수면전문의원은 이러한 연구에서부터 시작해보고자 합니다. 이러한 연구는 실제 최종고객과 바로 맞닿는 프로덕트의 빠른 출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만큼 국내 슬립테크 스타트업의 발전과 새로운 수면의학 분야 개척에 보탬이 되고자 합니다.

이에 맞춰 회사에서는 Patient Portal을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발전된 디지털 헬스케어를 보며 한국의 시스템은 많이 뒤쳐져 있음을 깨달었습니다. 개발하고자 하는 Patient Portal은 수면 전문 의원을 타깃으로 하여, 진료 예약/ 수면다원검사 예약 변경 및 검사 결과 확인/ 수면검사 설문지 및 수면 증상 입력/ Take Home Message 전달/ 향후 수면 관련 디지털 치료제 처방/ 슬립 테크 관련 서비스 연동 및 환자 자신의 정보를 관리 가능한 마이 헬스 데이터 기능 등이 포함될 예정입니다. 현재 한국의 디지털 헬스케어는 각 회사마다, 그리고 각 EMR 마다 파편화된 채 이루어지고 있는데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혁신을 만들어 보고자 합니다.


수면의원에서 검증하고자 하는 수면환경과 AI 예시


개원 예정인 클리오닉 의원 브랜드 스토리

5. 마치며

항상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고 있지만, 어쩌다 보니 이비인후과 전문의로써 가지 않은 길을 가게 되었습니다. 저도 아직 배워야 할 것도 많고 부족한 부분도 많지만 IT/디지털 헬스케어/혹은 새로운 길을 찾고자 하는 선생님들께서 관심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편하게 질문해주신다면 성심성의껏 답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좋은 선례가 되어 후배 이비인후과 선생님들께서 다양한 길을 제시해 드리고 싶습니다. 병원을 떠나 느끼는 점은 사회에서 의사를 필요로 하는 곳은 정말 많으며, 정말 많은 기회들을 잡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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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훈
부족한 글 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관련하여 궁금하신 점이 있으신 선생님들께서는 ycho@keplerlab.io로 메일 주시거나 010-5482-6458로 연락주신다면 성심성의껏 답변드리겠습니다.
(2022-11-18 14:42) 수정 삭제 답글
(04385) 서울특별시 용산구 서빙고로 67, 파크타워 103동 307호 (용산동5가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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