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건 선생님은 동아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부산 북구에서 빛하늘의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의과대학 재학시절 영구임대 아파트지역 의료봉사활동을 시작한 이후 저소득층 밀집 지역에 병원을 개원하여 10년 이상 꾸준하게 수많은 봉사와 후원 활등을 하고 있습니다. 다문화 가정, 취약한 어린이 계층, 저소득 어르신 등에 인술을 베풀고 사회 공헌을 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2년 자랑스러운 부산 시민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이번 칼럼을 통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는 의사의 삶에 대해 소개해드리기 위해 원고를 부탁드렸습니다.
봉사는 의과대학 입학 시절부터 이어진 작은 인연이 시작이었습니다. 의과대학에 합격한 이후 제가 할 수 있는 봉사를 고민했고 한국외방선교수녀회에서 운영하는 공부방에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부모가 없거나 외부모인 아이들을 돌보고 상담하고 같이 공부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대학병원을 나와 개원을 준비하면서 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병원을 만들어 나갈 것인가 하는 막연한 꿈을 꾸었습니다. 저는 지역 특성을 반영하여 병원과 지역이 함께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학생시절 공부방에서 같이 활동했던 친구와 상의를 했습니다. 이후 장애인관련 일을 하던 그 친구가 막연한 꿈을 같이 해보겠다고 저희 병원에 참여하면서 보다 구체적인 활동 목표가 정해졌습니다.
이후 정기적으로 직원들과 상의하면서 지역에 필요한 부분을 의원에서 어떻게 반영할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어렵고 힘든 일보다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일, 베푼다는 생각보다 그저 생활의 일부로 묵묵하게 활동할 수 있는 일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변화는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작은 것부터 실천하자’ 라는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시작했습니다.
방금 개원한 병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봉사활동과 지원이 시작이겠다 생각해서 지역 복지관과 상의해서 의료봉사를 시작했습니다. 매월 1주와 3주 토요일에는 복지관에서 진료 등의 의료봉사 활동을 시작하면서, 매월 3주 일요일에는 복지관에서 검사를 목적으로 의료봉사를 진행했습니다. 이러한 봉사활동을 통해 주민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우리가 앞으로 준비해야 할 병원의 미래 모습을 만들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복지관과 상의해 부모가 없거나, 외부모인 아이들이 공부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금액을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졸업해서 사회생활하기 전까지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개원 첫해 중, 고등학교 학생 3명에게 매월 20만원씩 지원하기 시작해서 이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하면서 9명에게 매월 20만원씩 지원하는 방식으로 금액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는 무리한 봉사나 기부는 장기적으로 하기 어렵다는 직원들의 의견을 듣고 올해 병원 수입의 일정부분을 내년 기부 금액으로 미리 준비하여 병원의 수입 증가가 지역 주민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현금흐름을 만든게 우리병원의 가장 기본적인 기부방식이 되었습니다.
이런 봉사활동들은 병원 모든 직원들이 자신들의 시간을 조금씩 내어 준비하고 도와주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직원들이 자발적인 참여가 되지는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병원의 분위기가 점점 변해가면서 참여하는 직원들이 늘어나고 직원들의 아이들까지 의료봉사 활동에 참여하게 되면서 주말 의료봉사는 가족들이 즐겁게 보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개원 1년 후 직원들과 함께하는 급여 1% 기부 프로그램을 만들 때 생각보다 강한 반발이 있었습니다. 전 직원 참여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여 그때부터 직원 한명 한명 설득하는데 1년의 시간이 더 걸렸지만, 2015년부터 시작된 전 직원 1% 기부는 매달 금액이 조금씩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연말 모인 금액을 사용하기 위해 직원들과 회의를 시작했고 단기적인 지원보다 장기적인 지원을 통해 지역주민들 삶의 변화에 도움을 주기로 하고 대상 선정을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시작된 지역 복지관 장애인들 시설교체는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우리병원의 자랑이 되었습니다. 첫해 책상과 의자 교체 등 작은 물품부터 시작해서 에어컨 교체까지 시간을 두고 매년 변화되는 장애인들의 시설에 지역주민들도 많은 고마움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직원들 1% 기부금으로 장애인들의 생활자립을 위한 교육목적의 주방시설을 만들고 본인들이 스스로 음식을 하는 방법을 배우고 익히는 과정에 투자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기부를 넘어서 더불어 사는 삶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직원들과 상의해서 올해 직원들의 1% 기부는 활동은 자발적인 기부활동으로 변화되었습니다. 대다수 직원들이 부산 사랑의 열매 ‘착한 일터’ 캠페인에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착한 일터는 기업이나 단체 직원이 매달 급여에서 약정한 후원금을 자동이체하는 정기후원 프로그램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속가능한 봉사가 필요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봉사는 혼자서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오랜 인연을 더 아름답게 가꾸고, 여러 사람의 생각이 모여 조금 더 많은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저희의 최선이자, 앞으로의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