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까지는 프랑스 원산지 보호 명칭제도인 AOP(Appellation d’Origine Protegee)의 등급에 대한 내용과 보르도 메독 지역의 레드와인 등급체계 중 ‘그랑크뤼 클라세’(Grand Cru Classe)에 대한 내용까지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어서 보르도의 다른 등급체계인 ‘크뤼 브루주아’(Cru Bourgeois) 등급에 대한 내용부터 이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메독 지역에는 그랑크뤼 클라세 외에 ‘크뤼 브루주아’(Cru Bourgeois)라는 등급이 있습니다. 이 등급에 포함된 샤또들은 1855년 등급분류 때 그랑크뤼 클라세에 선정되지 못했거나 당시 존재하지 않았지만, 매우 훌륭한 와인을 만드는 다른 샤또들입니다.
1932년에 보르도 중개상들에 의해 400 여개의 샤또가 처음 ‘크뤼 브루주아’로 선정되었습니다. 그러나 당시엔 이 등급체계가 정부의 공식 인증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1962년이 되어서 협회가 설립되고, 2003년에 247개의 샤또를 선정하여, 크뤼 브루주아 엑셉시요넬(Cru Bourgeois Exceptionnel) 9개, 크뤼 브루주아 슈페리외르(Cru Bourgeois Superieur) 87개, 크뤼 브루주아 (Cru Bourgeois) 151개의 3단계 등급으로 공식화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때 탈락한 샤또들이 심사위원단 선정의 투명성에 대한 문제점에 대하여 소송을 제기하여, 결국 이 3단계의 등급은 무효화가 됩니다. 그 후 우여곡절 끝에 2010년부터는 결국 ‘크뤼 브루주아’ 단일 등급으로 표기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단일 등급 안에서도 와인들 간의 품질이 차이를 보임에 따라 결국 다시 선정기준을 만들어 2018 빈티지 와인부터 ‘크뤼 브루주아 엑셉시요넬’ 14개, ‘크뤼 브루주아 슈페리외르 56개’, ‘크뤼 브루주아’ 179개의 3단계 등급을 부활시키기로 하고, 이러한 신 제도를 2020년에 발표하게 됩니다. (Fig. 1) 2020년 발표된 크뤼 브루주아 등급의 리스트는 다음의 사이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crus-bourgeois.com/app/uploads/2020/03/Press-kit-2020-Crus-Bourgeois-du-M%C3%A9doc-Classification.pdf). 여기서 참고 할 만한 내용은 2003년 당시 크뤼 브루주아 엑셉시요넬로 분류 되었던 Ch. Chasse-Spleen, Ch. De Pez, Ch. Haut-Marbuzet, Ch. Phelan Seguar 등을 비롯 한 9개의 샤또들의 와인들과 2020년 선정된 14개 크뤼 브루주아 엑셉시요넬 등급 와인들은 그랑크뤼 클라세 4등급, 5등급을 능가 하기도 하는 훌륭한 가성비 와인으로 인정 받고 있다는 점 입니다
Fig. 1 크뤼 브루주아(Cru Bourgeois) 등급 와인의 예
그리고, 메독 지역에는 ‘그랑크뤼 클라세’와 ‘크뤼 부르주아’ 와는 다른 개념이기는 하지만 ‘크뤼 아티장’(Cru Artisan)이라는 등급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 등급은 규모가 작은 가족단위의 양조장에서 정성을 다해 훌륭한 수준의 와인을 생산하는 샤또들의 등급단위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등급이 마치 크뤼 부르주아보다 아래 등급이라는 인식을 받게 됨에 따라 요즘은 레이블에 ‘Cru Artisan’ 이라는 표기를 넣지 않고 와인을 출시하기도 합니다.
2) 생 테밀리옹(St. Emilion) 와인의 등급체계
보르도 지역의 우안(Rt. Bank)에는 생 테밀리옹(St. Emilion), 포므롤(Pomerol)이 중요한 와인 생산지입니다. (Fig. 2)
Fig. 2 보르도 우안(Rt. Bank)의 생 테밀리옹 과 포므롤. (Source : https://winelibrary.com )
이들 중에 포므롤은 페트뤼스(Petrus), 샤또 르팽(Ch. Le Pin)과 같은 세계적인 와인들이 생산되는 지역이지만 등급체계가 없습니다. 따라서 생 테밀리옹의 등급체계에 대해서만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생 테밀리옹의 그랑크뤼 등급은 1955년에 제정이 되었습니다. 이들은 ‘프리미에 그랑크뤼 클라세 A’(Premier Grand Cru Classe A), ‘프리미에 그랑크뤼 클라세 B’(Premier Grand Cru Classe B), 그랑크뤼 끌라세(Grand Cru Classe), 그리고 생떼밀리옹 그랑크뤼(Saint-Emilion Grand Cru)의 4단계로 되어 있습니다. 메독 지역의 등급체계와 가장 큰 차이점은 10년 마다 심사를 하여 등급지정을 새로이 한다는 점 입니다. 프리미에 그랑크뤼 클라세 A에 포함된 와인들은 메독의 그랑크뤼 클라세 1등급 와인과 같은 수준이라 보시면 되고, 프리미에 그랑크뤼 클라세 B의 경우는 메독의 그랑크뤼 클라세 2등급에서 5등급 정도의 와인으로, 또한 생 테밀리옹 그랑크뤼 끌라세의 와인들은 메독의 크뤼 브루주아 정도의 와인과 비슷한 수준이라 보시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생 테밀리옹 그랑크뤼 등급의 와인은 상업적 목적으로 레이블 표기에 ‘그랑크뤼’ 라는 표기가 들어 갔을 뿐, 일반적인 수준의 와인으로 보시면 됩니다.
2012년 이전까지는 프리미에 그랑크뤼 클라세 A 와인은 샤또 슈발 블랑(Ch. Cheval Blanc)과 샤또 오존(Ch. Ausone) 두 가지만 있었습니다. 2012년 심사에서 샤또 앙겔루스(Ch. Angelus)와 샤또 파비(Ch. Pavie)가 승급되어 현재는 총 4개의 와인이 프리미에 그랑크뤼 클라세 A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Fig. 3) 따라서 현재 생 테밀리옹 와인의 레이블에 ‘Premier Grand Cru Classe’ 라는 표기가 있는 와인 중 이 네 가지가 아닌 것은 프리미에 그랑크뤼 클라세 B 와인으로 보시면 됩니다.
Fig. 3 생 테밀리옹 프리미에 그랑크뤼 클라세 A 와인.
(Ch. Cheval Blanc, Ch. Ausone, Ch. Angelus, Ch. Pavie)
앞서 생 테밀리옹 그랑크뤼 와인에 대한 심사가 10년에 한 번씩 이루어진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따라서 2022년에 다시 심사가 이루어질 예정인데, 얼마 전 샤또 슈발 블랑과 샤또 오존이 등급 시스템에서의 탈퇴를 선언하고 2021년 6월까지 제출해야 할 심사서류를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2012년 등급체계 개정 당시 언론보도, 소셜 미디어 포스트 등의 요소가 심사사항에 추가 내용으로 들어 갔었는데, 샤또 슈발 블랑과 샤또 오존에서는 테루아나 와인의 품질에 대한 부분에 비해 이러한 소셜 미디어 관련 부분에 대한 비중이 너무 크다는 점이 해결되지 않아 불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2022년의 심사 결과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3. 부르고뉴 레드와인의 등급체계
부르고뉴는 프랑스 중동부에 위치한 지역으로, 북쪽으로부터 샤블리(Chablis), 황금의 언덕이라는 뜻의 코트 도르(Cote D’Or), 코트 샬로네즈(Cote Chalonnais), 마코네(Maconnis), 보졸레(Beaujolais)가 위치해 있습니다. (Fig. 4)
Fig. 4 부르고뉴 지방
이 중 가장 북쪽의 샤블리는 샤르도네(Chardonnay) 100%의 화이트 와인 만을 생산하는 지역이고, 가장 남쪽의 보졸레는 가메(Gamay) 품종만으로 일반 보졸레 와인과 보졸레 누보 (Beaujolais Nouveaus)를 만드는 지역입니다. 그리고 코트 샬로네즈 와 마코네는 그랑 크뤼급 포도 밭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피노누아, 가메 그리고 샤르도네로 가성비 좋은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을 생산하는 지역입니다.
일반적으로 부르고뉴 와인이라고 하면, 부르고뉴 와인 생산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코트 도르(Cote D’Or)에서 생산되는 와인을 일컫기 때문에, 이곳을 중심으로 부르고뉴 와인의 등급체계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코트 도르는 코트 드뉘(Cote de Nuit)와 코트 드봉(Cote de Beaune)의 두 지역을 묶어서 일컫는 지역이고, 이 지역에는 부르고뉴 전체 33개의 그랑크뤼 포도밭 중 32개가 위치하고 있으며(나머지 한 곳은 샤블리에 위치), 이들 중 24개는 피노누아를 8곳은 샤르도네를 재배하는 포도밭입니다.
샤또에 등급을 부여하는 보르도의 등급체계와 달리, 부르고뉴 와인의 등급은 지역이나 포도밭을 기준으로 나뉘기 때문에, 이곳의 등급체계를 이해하려면 이 지역의 마을 이름과 프리미에크뤼 및 그랑크뤼 포도밭의 이름을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코트 도르에만 42개의 마을과 600여개의 프리미에크뤼 포도밭, 32개의 그랑크뤼 포도밭이 있는데, 프랑스 와인에 정통한 전문가가 아닌 이상 이들 이름을 모두 외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렇지만 최소한 코트 드뉘와 코트 드봉의 대표적인 마을 이름 몇 가지는 익숙해지면 좋을 것 같아 소개해 보겠습니다. 코트 드뉘의 중요한 마을 들로는 픽생(Fixin), 지브리 상베르텡(Gevery Chambertin), 모레 생드니(Morey St. Denis), 샹볼 뮈지니(Chambolle Musigny), 부조(Vogeot), 본 로마네(Vone Romanee), 프라지 에세조(Fragey Echezeaux), 뉘생 조르주(Nuits St. Georges) 등이 있고, 코트 드봉의 중요한 마을 들로는 알록스 코르통(Aloxe Corton), 본(Beaune), 포마르(Pommard), 볼네(Volnay), 뫼르소(Meursault), 플리니 몽라셰(Pullgny Montrachet), 사샤뉴 몽라셰(Chassagne Montrachet) 등이 있습니다.
이 정도의 기본적인 내용 하에 4단계로 되어있는 부르고뉴 코트 도르 와인의 등급체계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이 지역의 피노누아 레드와인과 샤르도네 화이트와인은 동일한 등급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부르고뉴 와인의 등급 중, 가장 낮은 등급은 ‘레지오날 급’(지역 등급)이며 부르고뉴 지역 전체에서 생산한 포도로 만든 와인이고, 레이블에 ‘Bourgogne’ 라는 표기가 들어 가 있습니다. 그 다음 상위등급은 ‘빌라주 급’(마을 등급)으로 마을 단위에서 재배한 포도로 만든 와인이고, 레이블에 앞서 말씀드린 ‘마을 명’만 표기가 되어 있습니다. 이보다 상위 등급으로 개별 포도밭 등급이 있는데, 이 중 하위등급이 프리미에 크뤼(Premier Cru. or 1er Cru)급이며, 레이블에 큰 글씨로 마을 이름이 있고 그 아래 작은 글씨로 속해 있는 프리미에크뤼 포도밭의 이름이 함께 표기되어 있기도 합니다. 또한 마을 이름 옆이나 아래쪽 어딘가에 ‘Premier Cru’ 또는 ‘1er Cru’라는 표기가 함께 되어 있습니다. 최상위 등급인 그랑크뤼 급 와인의 경우는 레이블에 큰 글씨로 그랑크뤼 포도 밭 이름이 들어가 있고 그 아래 ‘Grand Cru’라는 글씨가 표기되어 있습니다. (Fig. 5) 이런 방법으로 부르고뉴 와인의 등급구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와인 애호가 수준에서는 프리미에크뤼 또는 그랑크뤼 포도 밭의 이름을 모두 알지 못하더라도 등급의 구분이 가능한 것입니다.
Fig. 5 부르고뉴 레드와인 등급표기의 예.
그 외, 샤블리 와인은 빌라주 급인 ‘샤블리’와 ‘샤블리 프리미에크뤼’ 및 ‘샤블리 그랑크뤼’ 등급의 와인이 있고, 코트 도르에는 없는 ‘프티 샤블리’(Petit Chablis)라는 최하위 등급의 와인이 하나 더 있습니다. 코트 샬로네즈에는 그랑크뤼 등급이 없고, 마코네는 부르고뉴 다른 지역과 유사하지만 약간의 다른 등급체계를 가지고 있어서 이는 나중에 기회가 될 때 말씀드렸으면 합니다. 또한 로마네 꽁티와 같은 유명 와인의 경우는 Grand Cru 라는 표기가 들어가 있지 않은 경우도 있고, 등급제도가 확립되지 않았던 1990년 이전 빈티지의 경우도 Grand Cru 라는 표기가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렇게 보르도와 부르고뉴 레드와인의 등급체계와 표기에 대한 내용을 살펴보았습니다. 예외적인 부분을 포함해서 모든 내용을 말씀드리지는 못했지만, 이 정도만 이해하셔도 프랑스의 레드와인을 보실 때 어느 정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 봅니다.
우리 이비인후과 학회에는 와인에 대한 엄청난 내공을 가지고 계신 교수님들이 여러 분 계십니다. 그 분들께서 베풀어 주신 고가의 매우 훌륭한 와인을 맛볼 기회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제와 생각하니 조금 더 와인에 대한 지식을 갖고 그 훌륭한 와인들을 접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뒤늦은 후회가 들어 이제서야 와인에 관련된 공부를 해보고 있습니다. 기회가 되면 와인 한잔하면서 와인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도 나누고, 와인의 넓고 깊은 세계로 빠져들어가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