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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NTian September 2022 W-ENTian September 2022

의료경영의 심리학 Ⅰ:
이비인후과가 2022년 3Q 코로나-19를 대함에 있어
KAIST 경영대학 박병호

박병호 교수님은 Indiana University에서 Mass communication 박사 과정을 마치고 2006년부터 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의 Communications & New media 학과에서 근무를 시작하셨으며, 2008년 4월부터는 KAIST 경영대학에서 미디어 심리학, 뉴로 경영 연구, 행태과학 연구방법론을 연구하고 계십니다. 경영이라는 상황 아래에서 인간의 심리를 다루는 연구들을 많이 하고 계시기에 이비인후과 의원 또는 병원 경영을 함에 있어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금년 초, 동네의원 코로나 신속항원검사(RAT)의 수가는 1인당 5만5920원으로 결정되었다. 지난 8월 1일부터 실시된 ‘코로나19 손실보상 기준 개정’의 경우는 병상을 가지고 있는 일정 규모 이상의 병원들에게 적용되므로 이비인후과 개원가 대부분에는 적용되기 어려운 것으로 이해된다. 그렇다면 7월 말부터 하루 확진자가 10만명을 넘어섰고, 적게는 이 숫자가 20만명, 많게는 40만명으로 예상되는 이번 3Q (3/4분기)에 마케팅의 측면에서 이비인후과에서는 어떻게 대응전략을 잡는 것이 좋을까?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적절히 알리는 것은 필요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지난 8월 4일의 언론 브리핑에서 하루 신규 확진자 수 정점 규모에 대해 "11만~19만을 예상하는데, 중앙값 정도로 본다고 하면 15만명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숫자는 보수적인 것이다. 앞서 7월 28일 건국대 정은옥 교수 연구팀은 현재의 감염 전파율이 유지될 경우 신규 확진자 수가 8월 하순에 31만5163명으로 불어날 것으로 내다보았고, 최대 40만9672명까지도 예상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여기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무료 PCR 검사 및 감염자에 대한 지원책들의 중단으로 인해 자발적으로 코로나-19 감염여부를 확인하려는 사람이 줄었다는 것이다. 즉, 작년에 비해 ‘숨은 감염자’가 상당히 많다고 보아야 한다는 게 타당하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예상하는 ‘15만명 정도’가 되었든, 다른 대학 연구팀이 예상한 ‘최대 40만명’이 되었든, 숨은 감염자를 합친다면 이보다는 더 많은 숫자의 확진자들이 매일 나올 것으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런 점을 의료계는 국민들에게 알리고, 코로나-19의 위험은 여전히 우리의 가까이에서 도사리고 있음을 일깨우는 데에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개원가의 개별 의사들도 노력해야겠지만, 의협을 비롯한 의료인 단체들이 조직적으로 이 부분에 주력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그럼, 이비인후과에서는 무엇을 해야하나?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새해 들어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체계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보건복지부는 PCR 검사를 고집하던 것에서 벗어나 코로나 신속항원검사(RAT)를 개원가에서도 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 RAT 검사에 소요되는 자원과 시간을 고려했을 때, 수가는 결코 적은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는 이론상 (하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MD 면허를 가진 의사가 있는 어떠한 개인병원에서도 모두 수행할 수 있다. 즉, 전공분야에 무관하게 모든 개원의들이 서로 경쟁하는 구도가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검사희망자(마케팅의 용어로는 ‘소비자’)는 코로나-19를 감기와 같은 성격의 질병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RAT 검사를 위해 정형외과나 산부인과 등의 간판을 내건 개원의를 찾아갈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렇다면 RAT는 주로 내과나 가정의학과, 그리고 이비인후과 등의 전공(마케팅의 용어로는 ‘브랜드’)에 집중될 것이 자명하다. 하루 확진자의 숫자가 15만명 선에서 그치든, 40만명에 다다르게 되든, 그 확진자들에게 RAT 검사를 제공하는 데에 있어 이비인후과 개원가는 어떤 전략을 세우는 것이 좋을까? 여기에서 ‘보건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분야가 제공하는 소비자 공포 마케팅에 관한 이론을 제시하고자 한다.

보호동기 이론 (Protection Motivation Theory)

R. W. Rogers가 1975년의 논문을 통해 발표한 보호동기이론 (Protection motivation theory; PMT)은 오늘날 의료 마케팅 이상으로 보건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실무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는 이론이다. 왜냐하면 미디어를 통해 일반 대중에게 보건과 관련된 어떤 종류의 위험들을 어떠한 방식으로 제시하면 예방 또는 치료와 관련된 행동을 취하게 만들 수 있는가에 관한 이론이기 때문이다. 그림 1이 PMT를 도식화하여 설명하고 있다. 맨 왼쪽에는 1) 위험요소(질병 등)의 심각성, 2) 위험요소가 개인에게 닥칠 가능성, 그리고 3) 공공기관/단체 등이 추천하는 대응책이 있다. “이러이러한 위험이 있으니 저러저러하게 대비/대응하세요”라는 메시지를 전달받았을 때, 개개인들은 1번과 2번을 종합하여 그 위협이 얼마나 자신에게 현실적으로 심각한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3번에서 제시한 대응책이 과연 효과적일 것인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스스로를 보호해야겠다는 동기를 부여받는다. 그렇게 부여된 동기가 강하면 3번의 대응책을 따르게 되는 것이고, 동기가 약하거나 없으면 메시지에서 제안하는 대응책은 무시된다는 것이 PMT가 설명하는 일반인들의 심리다.


그림 1: 보호동기 이론(PMT)의 개요

가령, 우리가 사는 동네에 핵폭탄이 떨어진다는 위협요소에 대해 ‘사무실이나 학교의 책상 밑에 웅크리고 앉아 폭발이 지날 때까지 피한다’는 대응책을 제시한다면, 1번에서는 엄청나게 큰 위험이라고 판단하더라도 2번에서 그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서 3번에서는 ‘핵폭탄이 터지는데 책상 밑에 웅크리고 있는다고 해서 무슨 도움이 될 것인가’라는 판단에서 결국 이를 무시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PMT를 적용해서 일반인들의 반응을 예측할 수 있다.

“코로나-19는 호흡기를 감염시키면서 시작되는 질환이므로 그 어떤 전공보다도 이비인후과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는 것이 가장 좋다”는 메시지를 이비인후과 단체에서 내보낸다고 상상해 보자. 이를 PMT의 관점에서 효과를 예측해 본 것이 아래의 그림 2이다. 혹시라도 ‘나는 작년에 이미 코로나에 걸려보았으니 면역력이 생겨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고려해서, 지난 8월 5일, 정부에서는 기자회견을 통해 "BA.5의 면역회피능력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아마도 조만간 재감염률 5%를 넘을 것이고 일부 선진 외국에서는 10%를 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발표했다는 사실까지 함께 알리면 보호동기 부여는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일어날 것이라고 PMT 이론으로 예측할 수 있다.


그림 2:성공적으로 잠재 내원객들을 설득한 경우

그러나, 잘못된다면 어떻게 풀릴 수 있을 것인가? 이 역시 PMT 이론을 사용해서 예측해 보도록 하자. 위험의 크기가 작다고 생각하거나 (“오미크론 변이는 증상이 약하다더라”), 위험이 자신에게 일어날 가능성이 없거나 (“나는 이미 코로나에 확진된 적이 있어 면역력이 생겼다”) 위험을 피할 방법이 없으니 의미가 없다고 생각 (“나만 빼고 모두 코로나에 걸렸으니 내가 걸리는 것은 어차피 시간 문제다”) 한다면 그 다음 단계(인지적 정보처리)에서 여러 정보들을 종합하면서 제안된 대응법 (“전문과인 이비인후과에 가서 검사를 받으세요”)에 따르지 않을 공산이 매우 커질 것이다. 이는 아래의 그림 3에서 시각적으로 정리하였다.


그림 3:잠재 내원객 설득에 실패한 경우

끝맺으면서

우선, 개원가의 개별 의사들의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대한이비인후과학회와 같이 공신력 있는 단체가 조직적으로 캠페인을 전개, 일반에게 ‘코로나 = 호흡기 질환 = 이비인후과’라는 인식을 확고하게 굳히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나아가서 상기도 바이러스질환의 진단과 치료에는 이비인후과가 가장 좋은 곳이라는 인식을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잡아주는 전략도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10년 앞을 내다보는, 장기간에 걸친 홍보전략의 수립과 시행이 요구된다. 고정관념화 시키는 데에는 그 만큼 시간이 걸리기 때문인데, 일단 모든 사람에게 ‘기침 나고 콧물 날 때에는 이비인후과’라는 생각이 고착화되면 적어도 상기도 바이러스질환과 관련해서는 경쟁우위에 설 수 있게 될 것이다.

* 본 원고를 준비하는 데에 있어 도움을 주신 삼성창원병원의 서지원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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