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ID-19의 대유행이 우리의 일상을 뒤바꿔 놓은지도 어느덧 햇수로 3년째입니다. 그동안 개원가는 물론이고, 대학병원까지도 이비인후과 진료실을 찾는 환자군에 많은 변화가 있어왔고, 어지러움과 난청, 이명을 호소하는 환자의 비율이 늘어나면서 어지럼증 검사 장비를 세팅하고 본격적으로 어지럼증 진료에 뛰어드신 선생님들도 늘어났습니다. 어지럼증의 범위는 매우 넓습니다. 전정기능 장애뿐만 아니라 고령화에 따른 당뇨, 고혈압을 비롯해 뇌출혈에 따른 어지럼증, 빈혈, 기타 심인성 병변까지 다양한 질환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필수적입니다. 이에 바라니 학회와 미국이비인후과학회에서 발표한 임상진료지침을 중심으로 진료실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몇가지 어지럼증 질환의 진단에 대한 최신 지견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2008년과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미국이비인후과학회에서 BPPV의 진단과 치료에 대한 임상진료지침이 발표되었으며, 바라니 학회에서도 2015년에 진단기준을 발표하였습니다. 우선 BPPV의 진단은 모든 질환의 진단과 마찬가지로 환자의 문진이 가장 중요합니다. BPPV 환자들은 특징적으로 머리를 움직일 때마다 현훈이 발생하는 체위현훈(positional vertigo)을 호소합니다. 또한 다음과 같은 다양한 증상들을 호소할 수 있습니다. ① BPPV 환자는 체위현훈 뿐 아니라 지속되는 경도의 자세 불안(prolonged mild unsteadiness)을 가질 수 있습니다. ② BPPV 환자는 때때로 체위어지럼(positional dizziness)을 호소할 수 있습니다. ③ 현훈발작 동안 외적 현훈(external vertigo), 자세불안(unsteadiness), 자율신경증상(구역, 발한 및 심계항진)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④ 체위현훈은 다른 체위 변화의 원인이 없이 일어날 때에만 발생하는 ‘기립성 어지럼(orthostatic symptoms)’ 과는 반드시 구분되어야 합니다. ⑤ 현훈발작은 침대에서뿐만 아니라 머리를 앞으로 숙이거나 뒤로 젖히는 움직임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⑥ 환자들은 한 번의 현훈발작과 발작 후 경도의 잔존 증상들이 수 분에서 수 시간 지속된다고 과대평가하는 경우가 있지만, 현훈의 지속시간은 일반적으로 1분을 넘지 않습니다. 한 번의 현훈발작 지속시간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경우에는 비전형적으로 판단하여 다른 진단을 고려해야 합니다. 바라니 학회에서 제시한 진단 기준을 아래에 표로 정리를 해 두었으며, BPPV는 증상만으로 각 아형을 구분하기는 어렵습니다. 체위검사에서 관찰되는 반고리관 특이 체위안진(canal-specific positional nystagmus)이 각 아형의 구별점으로, 미국이비인후과학회의 임상진료지침에서도 합당한 체위안진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표1. Diagnostic criteria for BPPV of the Barany Society in 2015
Subtype | Symptom | Duration of symptom | Positional nystagmus | Differential diagnosis |
---|---|---|---|---|
PC-BPPV, canalolithiasis | Recurrent attacks of positional vertigo or dizziness provoked by lying down or turning over in the supine position | <1min |
|
Not attributable to another disorder |
HC-BPPV, canalolithisis | Same as above | Same as abov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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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e as above |
HC-BPPV, cupulolithiasis | Same as above | Same as abov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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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e as above |
Probable BPPV, spontaneously resolved | Same as above | Same as above | No observable nystagmus and no vertigo with any positional maneuver | Same as above |
AC-BPPV, canalolithiasis | Same as above | Same as abov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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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e as above |
PC-BPPV, cupulolithisis | Same as above | Same as abov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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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e as above |
Multiple canal BPPV | Same as above | Same as above | Positional nystagmus, compatible with canalolithiasis of more than one canal during the Dix-Hallpike maneuver and the supine roll test | Same as above |
Possible BPPV | Attacks of positional vertigo missing one of the criteria of a disorder coded above | - | - | Same as above |
메니에르병은 19세기부터 이과학 연구의 발전과 역사를 함께해 온 내이질환입니다. 1972년 미국, 1974년 일본에서 진단 기준을 제정하고 이후 몇 차례의 개정을 통해 발전시켜 왔으며, 2015년 바라니 학회에서 새로운 진단기준을 정하였습니다. 하지만 메니에르병은 규정된 진단기준이 있고, 이를 근거로 진단을 내림에도 불구하고 병인과 병태생리가 ‘원인미상의 내림프수종’이며 검사로 이를 입증할 객관적인 진단방법이 없다는 점, 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전정증상 및 와우증상을 망라하는 증후군성 발현을 보이고 있고 이것이 시차를 두고 점진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메니에르병을 진단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간 수많은 연구 결과에 근거하여 발전해 온 메니에르병의 진단기준을 숙지하고, 그 진단기준의 개정이 이루어져 온 학문적 이유와 배경을 이해하고, 공통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보이는 감별대상 질환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면 혼동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표2. Diagnostic criteria for Meniere's disease of the Barany Society in 2015
지속적 체위 지각 어지러움은 1980년대 제안된 공포성 체위현훈(phobic postural vertigo, PPV)와 2000년대 제안된 만성 주관적 어지럼(Chronic subjective dizziness, CSD)를 통합하여 2014년 제안된 새로운 진단명입니다. PPPD의 가장 중요한 두 가지 특징은 체위성 자세불안과 시각 유발 어지러움이며, 중년에서 만성 어지러움의 가장 흔한 원인이자 전정 증상을 가진 환자에서는 BPPV 다음으로 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7년 바라니 학회에서는 다음과 같이 PPPD의 진단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표3. Criteria for the diagnosis of Persistent Postural-Perceptual Dizziness (PPPD) of the Barany Society in 2017
전정 편두통에서의 어지러움은 순간적으로 아찔한 양상에서부터 자발성 현훈, 두위성 현훈, 자세불안, 비특이적인 양상 등 매우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증상은 수 초에서부터 수일간 지속되기도 하며, 현훈 외에 광공포증(photophobia), 소리공포증(phonophobia) 등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전정 편두통은 어느 연령대에서나 발생할 수 있으며, 여성에서 더 많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고 여성 호르몬의 주기와도 연관이 있습니다. 전정편두통의 진단은 혈액 검사나 조직검사와 같은 생물학적 지표가 아닌 병력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2012년 바라니 학회에서 다음과 같이 진단 기준이 제시되었습니다.
표4. Diagnostic criteria for Vestibular Migraine of the Barany Society in 2012